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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4년간 고전 100권 읽는 학교, 강의와 교수가 없는 학교, 시험이 없는 학교, 학생 앉혀놓고 '뒷담화'로 평가하는 학교, 수강신청이 없는 학교. 이쯤 되면 '무슨 학교가 이러냐'는 물음이 생길 만하다. 바로 미국에 있는 대학, 세인트존스 칼리지 이야기다.

조금은 특별한 커리큘럼을 가진 이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에피소드를 기사로 연재하는 이가 바로 조한별 시민기자다. 일반 생활영어도 하기 힘든 마당에, 그 까다롭다는 대학과정을 거치고 어느덧 졸업을 앞둔 그가 일명 '엄친아'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은 조금 빗나갔다. 캐셔부터 식당 웨이트리스, 개 산책, 아이 봐주기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벌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걱정하는 그도 여느 대학생과 같았다.

지금까지는 고전 공부와 특별한 커리큘럼에 초점을 맞춰서 기사를 썼지만 '영어 공부의 고통'을 주제로 글을 하나 꼭 쓰고 싶다는 조한별 시민기자. 어려운 학사 과정 속에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는 그를 이번 주 '찜! e시민기자'로 선정했다.

☞ 조한별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조한별 시민기자.
 조한별 시민기자.
ⓒ 조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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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인트 존스 칼리지 4학년인데, 그동안 계속 미국에서 공부한 것인가 아니면 고등학교 때 유학을 간 것인가.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졸업하고 보스턴에서 2년제 커뮤니티 컬리지를 다니며 편입 준비를 했다. 우연한 기회에 세인트 존스 대학의 특별한 커리큘럼을 알게 됐다. 신입생을 받지 않아 1학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함에도 그곳에서 공부하고 싶어, 큰 맘 먹고 1학년으로 들어갔다. 세인트 존스에는 나처럼 다른 대학을 다니다가 1학년으로 다시 들어오는 학생들이 꽤 있다."

- 이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동기는?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 입학할 때부터 (한국인의 입장에서) 특별하고 새로운 커리큘럼을 가진 우리 학교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그래서 꾸준히 우리 가족 카페에 일기도 써 왔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학교에 대한 생각이 더 정리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 4학년으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지난 기사에도 한 번 썼었지만, 어려서부터 영화감독을 꿈꿔왔다. 그렇다고 무조건 직업을 영화감독으로 확정 짓고 싶지는 않다. '직업'이 '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글 쓰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 방송 쪽 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영화도 많이 좋아한다. 물론 꿈을 꾸면서도 현실적 부분인 (등록금) 빚 갚기, 먹고살 돈 벌기 등을 위해 열심히 일도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식당 웨이트리스, 번역일, 개 산책... 뭐든 합니다

- 빚 이야기를 했는데,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공부하려면 학비는 얼마 정도인가 또는 생활비는?
"세인트 존스에서 공부하기 위한 학비는 1년에 5천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한 학기에 2~3백만 원을 내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온갖 우여곡절이 담긴 청원서를 (학교에) 제출하는 등 '절실함'을 보여줬고 덕분에 (학교로부터) 더 많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학교에 입학한 후로도 숙제인 페이퍼를 쓸 시간을 아껴, 다음 학기 재정 지원 신청서와 청원서를 쓰느라고 시간을 보낼 정도였다.

한국 마트 캐셔를 시작으로 식당 웨이트리스, 번역일, 개산책, 집 봐주기, 아이 돌보기 등 알바를 통해 번 돈을 아껴가며 생활하고 있다. 세인트 존스 칼리지의 정확한 학비와 재정지원, 알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 달라."

- 세인트 존스 칼리지 학생들은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세인트 존스 칼리지는 커리큘럼 특성상 가깝고 친밀한 커뮤니티 형성을 중요시 여긴다. 4년 내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기를 추천하고 실질적으로는 학교 학생의 70% 이상이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그 외의 학생들은 off-campus(캠퍼스 밖), 학교 근처에서 집을 하나 빌려 거실, 화장실 등을 공유하고 각자 방을 쓰는 식으로 자취하며 살고 있다."

- 세인트 존스 칼리지 학생들도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취업, 스펙 등으로 고민하나.
"현대 사회를 사는 대학생들이라면 취업에 대한 고민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세인트 존스 학생들(죠니라고 부른다)이라고 해서 취업이나 진학에서 고민을 덜 하거나 더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곧장 사회로 나가 학교 빚을 갚아야 하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한다. 이건 미국을 떠나 모든 대학생이 맞닥뜨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많은 미국인들이 대학 졸업 후 평균 10여 년간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동여매는 건 이미 온 세상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두 나라 대학생들의 가치관이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많은 젊은이가 '대기업' 혹은 공무원 시험 등 안정적인 직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고 준비한다. 반면에 미국 학생들은 대기업 입성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이는 학생들의 문제라기보다). 한국은 작은 국가인데 반해 대기업들의 영향력과 힘, 인지도가 아주 큰 나라고, 미국은 (땅덩어리부터가) 크기 때문에 좀 더 선택 범위가 넓고 대기업 외의 직업 기회들이 더 많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인 것 같다."

- 앞으로의 연재 계획은 어떻게 되나.
"처음 연재는 일주일에 한 번씩 20편 정도를 계획했다. '일주일에 한편쯤이야!'하고 거뜬히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정말 만만치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으로선 15~20편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끝으로 지면을 통해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개인적인 일기만 써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보는 인터넷신문에 글이 올라가는 게 얼마나 큰 책임감이 따르는지 몰랐다. 막상 글을 써 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왜곡시키지 않고,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한 정보를 드리고 싶은데 그러자니 또 글이 지루해지는 것 같아 주저하게 될 때도 있다.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대중적이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재미있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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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인트존스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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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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