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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모의 생활글 길잡이
▲ 삐딱한 글쓰기 안건모의 생활글 길잡이
ⓒ 보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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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연을 들으러 왔어요. 그런데 돈이 없어요. 대신 강연 듣고 기사 쓰는 것으로 원고료를 대신 할게요."

생판 모르는 여자가 찾아와 저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것이 어이가 없었던지  안건모(작은책 편집장)씨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일단 저녁이나 먹고 보자고 했다. 2006년 강연장으로 <작은책> 안건모  편집장을 찾아갔을 때 일이다. 그를 만난 적이 없지만 인터넷을 뒤져 사진을 봤기에 나는 금세 그를 알아봤다. 그렇게 안건모 <작은책>편집장을 알게 됐다. 아마도 나는 글쓰기의 힘을 믿고 그렇게 무작정 찾아갔는지도 모른다.

안건모씨는 20년 경력의 버스 노동자에서 생활글이 담긴 잡지 <작은책>의 편집장이 된 사람이다. 그는 잡지만 편집하는 것이 아니고 운전 기사 경험담을 묶은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가 버스 노동자 시절의 이야기를 쓴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는  재밌고 유쾌하다.

서울에서는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최소한 네 가지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눈이 좋아야 하고 둘째는 달리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는 눈치가 빨라야 하고 넷째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겨우 시내버스를 타 보기라도 할 수가 있다. 왜 그런가?
우선 눈이 좋아야 자기가 원하는 버스 번호판을 멀리서 읽을 수 있다. 그 번호가 몇 번인지, 파란 번호판인지 빨간 번호판인지, 알아야만 버스를 탈 수 있는데, 눈이 나쁘면 오는 버스마다 달려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눈이 좋다 하더라도 달리기 실력이 없으면 아무데서나 멈추는 버스를 탈 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달리기 실력이 좋고 시력이 좋더라도 차가 어디서 멈출 지를 예측해 낼 수 있는 눈치가 없으면 달려 다니다가 끝이 난다. 그리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려면 인내심이 대단하지 않으면 차라리 밤새워 걸어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박승희 교수-

"서울에서는 시내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적어도 네 가지 정도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눈이 좋아야 하고 둘째는 달리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는 눈치가 빨라야 하고 넷째는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애 살벌한 시내버스 회사에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왜 그런가?

우선 눈이 좋아야 멀리 숨어서 단속하는 경찰관을 발견할 수 있다. 눈이 나쁘면 일 년에 몇 번씩 정지 먹는 딱지를 뗄 수밖에 없다.

달리기 실력이란 속된 말로 '조진다'고 한다. 운전하면서 옆 차 백미러와 내 차 백미러 사이에 두꺼운 도화지 한잔 끼우면 딱 맞을 정도로 사이를 두고 70, 80킬로로 조질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종점에 들어가서 오줌 눌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아무리 눈이 좋고 잘 조진다 해도 눈치가 없으면 정류장을 통과할 수 없다. 저 손님이 내 차를 탈 '말뚝 손님'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고, 숧에 취한 사람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정류장을 통과해야 밥 먹는 시간 오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지독하게 참을성이 없으면 끝없이 싸우자고 덤비는 옆 차 기사들과 또 손님들과 하루 종일 대가리 터지도록 싸울 수밖에 없다." <시내버스 알고 탑시다> 1996년 10월. -안건모-

90년대 시내버스를 타고 다닌 사람들이라면 위 박승희 교수의 글에 무릎을 탁치며 공감을 할 것이다. 버스 노동자거나 혹은 버스 노동자가 아니라도 이 글을 통해 그들의 상황을 알게 된다. 독자들은 버스 노동자가 왜 난폭하게 달리는지, 정류장을 무정차 통과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글을 읽고 '맞아 맞아'라며 무릎을 치지 않는 이들이 있을까? 그것이 바로 경험을 풀어 낸  솔직한 글쓰기가 지닌 힘이다.

<삐딱한 글쓰기>는 안건모의 생활 글 강좌와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가 지닌 힘, 생활 글을 쓰는 법을 쉽고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보고, 생각을 많이 하라고 말한다.

안건모 대표는  평소에 책을 참  많이 읽는다. 하지만 <삐딱한 글쓰기>를 쓰기 위해 글쓰기 관련 책을 500권이나 사서 읽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작 놀랐다. 그의 글쓰기 실력이 거저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 남의 글을 많이 읽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의 글쓰기가 갖는 진짜 힘은 현장성과 경험에 있다. 운전기사로서 그가 쓴 글은 운전기사의 경험이 없으면 절대 쓸 수 없는 글이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하고 일하는 사람이 글을 쓸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자기 목소리가 갖는 힘을 보여주는 글이 바로 안건모식 글쓰기라고 말하고 싶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회와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글쓰기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실 <삐딱한 글쓰기> 어디서도 삐딱함은 보이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사물이나 사건을 보는  비판적인 눈을 가지라는 뜻으로 그렇게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나도  <오마이뉴스>에 소소한 기사를  통해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그것이 바로 현장 글쓰기가 갖는 힘이다. <삐딱한 글쓰기>는 꾸며 쓰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자기 글을 쓸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은 순간 ' 나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책상으로 달려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삐딱한 글쓰기/ 안건모 / 보리 / 13,000원



삐딱한 글쓰기

안건모 지음, 보리(2014)


태그:#안건모의 <삐딱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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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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