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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경기도 안산시 평생학습원 대강당에서 '꿈의 학교 터놓고 이야기합시다'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꿈의 학교는 우리 안의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학교 밖 학교'다.
▲ 꿈의 학교 지난 28일 경기도 안산시 평생학습원 대강당에서 '꿈의 학교 터놓고 이야기합시다'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꿈의 학교는 우리 안의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학교 밖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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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학교가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는 학교다. '학교 안'에 머물며 교육하는 학교가 아니다. '학교 밖'으로 나가 마을과 어우러지는 학교다. 이런 학교가 정말 가능할까? 꿈만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28일 안산시 평생학습원 대강당에서 '꿈의 학교 터놓고 이야기 합시다'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행복한 도전에 성공한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다.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밖에 51개의 꿈의 학교를 세웠다. 학교 안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다. 취지에 공감한 <오마이뉴스>와 안산시가 토론회의 공동주체를 맡았다.

개그학교의 웃을 수 없는 경험, "기다리면 기적을 이룬다"

최승태 개그학교 강사는 "개그는 나 자신부터 행복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을 웃기기 어렵다. 아이들도 스스로 하는 법을 배워야 자존감이 커진다는 것을 개그학교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 "남을 웃기려면 나부터 행복해야" 최승태 개그학교 강사는 "개그는 나 자신부터 행복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을 웃기기 어렵다. 아이들도 스스로 하는 법을 배워야 자존감이 커진다는 것을 개그학교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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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꿈을 포기하니 학생들이 꿈을 꿨다.'

군포 꿈의 개그학교 이야기를 한 마디로 줄이면 이렇다. 가르치는 이가 꿈을 포기하니 가르침을 받는 이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니. 무슨 말일까. 최승태 강사의 말이다.

"개그학교를 열며 꿈이 컸다.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개그공연을 목표로 삼았다. 개그 지망생도 1년을 연습해야 공연이 가능한데, 6개월 만에 꿈을 이루려니 기간이 짧았다. 연기와 발성, 콩트를 짜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정말 열과 성의를 다해 열심히 가르쳤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났는데, 아이들은 나아진 게 없었다. 도저히 개그공연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헛꿈을 꾼 거다. 개교 3개월, 꿈을 포기했다.

아이들이 달라졌다. 내 꿈을 접고 한 발 물러서 아이들을 지켜보니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가르칠 때는 '오늘 뭐해요?'라고 질문하던 아이들이 '선생님, 오늘은 발성연습해요.'로 바뀌었다. 알아서 콩트를 짜고 알아서 연습까지 해왔다. 3개월 후에는 1시간 30분짜리 개그공연을 여는 기적을 이뤘다. 400석 좌석이 가득 찼고 아이들의 공연도 개그맨 못지않았다. 결론은 이렇다.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아이들 스스로 한다는 거다. 오히려 가르치는 쪽이 애가 타 기다리지 못한다는 거다. 교사가 꿈을 내려놓아야 아이들이 꿈을 꾼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기다림. 아이들이 스스로 일하는데 필요한 세 글자다. 어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단어이기도 하다. 재촉하지 않고 시간을 주는 일.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는 능력을 키우는 첫걸음이다. 최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기다려주면 뭐든지 다 가능하다. 어른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겨 뭐든지 다 해주니 자발성을 기르지 못한 거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끔 기회를 주는 게 꿈의 학교가 해야 할 일이고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명품 루이비통 보단 비싼 게 말똥?

박경남 '안산 힐링 승마학교' 교장은 "말 등에 오르기 위해선 말 타는 법이 아니라 먹이를 주고 교감하는 게 우선"이라며 "교육의 목적도 우수한 성적이 아닌 아이가 행복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박경남 '안산 힐링 승마학교' 교장은 "말 등에 오르기 위해선 말 타는 법이 아니라 먹이를 주고 교감하는 게 우선"이라며 "교육의 목적도 우수한 성적이 아닌 아이가 행복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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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승마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말 타는 법이 아니다. 말에게 먹이를 주는 거다. 말과 교감하지 않으면, 등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박경남 '안산 승마 힐링 학교'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말에서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다쳐봐야 안 다치는 법을 배우고 상처가 나봐야 몸이 단단해지는데 말이다. 안전문제 중요하나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선 뛰어노는 게 우선이다.

말과 교감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동물과 친해지는 과정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예절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법을 스스로 알아가게 된다. 자연스레 인성교육이 되는 거다.

말똥과 얽힌 경험이 있다. 다들 더럽게 여기듯 아이들도 입학해서 말똥을 보고는 코를 잡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인근에서 사는 농민도 냄새난다고 싫어했다. 하지만 농사짓는데 한 번 말똥을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태도가 달라졌다. 농사가 너무 잘된 거다. 요즘은 돈을 주고 말똥을 사가기까지 한다. 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무엇을 배웠을까? 친환경적인 생각이다. 자연에겐 명품 루이비통 보다 말똥이 값비싸다. 이런 일을 겪은 후부터 아이들은 더 이상 말똥을 더럽고 냄새나는 것만으로 여기지 않았다."

교육 현실을 꼬집는 말이다. 교육의 목적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모든 학교가 아마 공부 위주일 거예요. 잘하는 아이들 위주로 이끌어 가죠. 그럼 나머지 아이들은? 그 애들에게도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잖아요. 나중에 승마선수나 승마코치를 직업으로 삼는 아이도 나와야 하고요"

"'실패해도 괜찮아'를 가르치는 게 학교"

윤계숙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은 "꿈의 학교가 바라는 교육은 이렇다. 아이들이 어떤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도 되고 시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학교다."고 말했다.
▲ "실패해도 괜찮아" 윤계숙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은 "꿈의 학교가 바라는 교육은 이렇다. 아이들이 어떤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도 되고 시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학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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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불행하다. 꿈꾸던 교실이 경쟁하는 전쟁터로 변했다. 학생들은 성적에 괴롭고 교사들은 평가에 힘들다.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한 학교는 정말 가능할까? 윤계숙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의 말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자. 아이들에게 미래를 말하면서 정작 교육은 어른 중심으로 하고 있다. 아이가 스스로 기획하지 않고 어른들에 끌려가고 있다.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무엇이든 빨리 도달해야 하고 맞는지 틀리는지 성적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과연 훗날 인공지능과 경쟁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지금의 교육이 필요할까? 의문이 든다.

꿈의 학교가 바라는 교육은 이렇다. 아이들이 어떤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도 되고 시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학교다.

아이들의 능력을 믿는 게 필요하다. 5일 수업을 위해 현장답사를 3차례나 다녀오고 한 달 동안 준비하는 아이들을 봤다. 어른보다 낫더라. 최근에는 아이들이 직접 한옥 짓기에 나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학생들의 자발성 즉 스스로 정신만 길러준다면, 아이들은 못할 게 없다.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 것이고 그 길에 아스팔트를 깔고 4차선에서 8차선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이젠 어른들이 달라져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제대로 자라기 위해선 부모 외에도 이웃과 지역사회까지 어우러져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날(28일),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꿈의 학교'로 선정된 136곳을 최종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85개 늘어난 수치다.

숫자가 커졌다. 어우러져야 할 이웃과 지역사회의 크기도 커졌다. 과연, 행복한 학교의 수가 우리사회의 행복지수로 이어질 수 있을까? 행복한 학교의 따뜻한 교육철학이 대답일 듯하다. 실패해도 괜찮아



태그:#꿈의 학교, #행복한 학교, #개그학교, #승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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