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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아픔을 마음으로 같이 동행하면서, '웰빙'(잘 사는 것)을 넘어 '웰다잉'(잘 죽는 것)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치매환자 가족들이 부모님의 죽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겠지만 죽음은 현실이다. 누구에게나 오는 길이고, 인생원칙이다. 그래서 치매환자를 위한 '웰다잉'의 접근이 필요하다.' 웰빙'(well being)을 넘어, '웰다잉'(well dying)으로 가야한다.

미소 천사 어머니
 미소 천사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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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죽음이 오리라는 생각조차 못했다. 요양병원에서 어머니 옆 침대에 계셨던 분이 돌아가셨지만, '우리 어머니는 아직 안돌아 가실거야'라는 생각으로 어머니를 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간병하던 간병인으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다.

"할머니 상태가 너무 안좋아요. 오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빨리 가겠습니다."

천국가시기 두달 전, 어머니와 함게
 천국가시기 두달 전, 어머니와 함게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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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이 전화를 한 이유는 어머니 임종의 순간을 가족이 봐야 한다는 '배려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참 고마웠다. 병실에 가보니 어머니는 눈을 감은 채, 링거가 꽂혀 있고, 얼굴에는 핏기도 없고 움직임이 없으셨다. 돌아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어머니는 고비를 넘기셨다. 그 후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나는 조끔씩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평소 요양병원 관계자들인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들과 간병인들과 친밀하게 지냈고, 어머니와 같은 방에 계신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병실의 어르신들과도 인사하며 대화와 상담하며 지냈다. 가칭, 진양하는 의사를 만나서 같이 어르신들을 위해 찬양도 부르고, 예배도 인도했다. 종교를 초월해 좋은 만남이 많았다.

요양병원애서 찬양하고 설교하는 내 모습
 요양병원애서 찬양하고 설교하는 내 모습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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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딸아이들의 소원에 맞춰 여름 방학에 중국여행 중이었다. 여행 이틀째, 어머니의 천국행 소식을 들었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당황했다. 가슴이 쿵쿵거리고 울음만이 나왔지, 어떻게 장례를 진행해야할지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다.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웰다잉' 10계명

1. 죽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라.
- 죽음은 삶의 일부요, 누구에게나 오는 길이다.
2. 매일 아침, 저녁, 치매환자의 잠자리를 살펴라
- 죽음은 갑자기 조용히 온다. 그러나 증후가 있는 경우도 있다.
3. 오늘이 마지막일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효도하라
- 돌아가신 후에는 후회와 아쉬움만 남는다
4. 상조회사에 가입하든지, 장례를 위한 준비물을 준비하라
- 영정사진, 수의, 장례정보 수집
5. 장례식장, 장례방법과 모실 곳을 미리 정해 놓으라.
- OO대학병원, OO장례식장...매장, 화장...납골당, 묘자리, 수목장 등등
6. 요양시설 관계자들과 친밀하게 대화하라
- 전문가를 믿고, 신뢰하고, 죽음 후에 대해 조언을 받으면 좋다.
7. 유품과 유산을 가족들이 어떻게 나눌지 미리 결정해 놓으라
- 가족과 친지 간 다툼이 있는 경우를 방지하면 좋다.
8. 장례 소식을 전할 지인들 연락처를 정리해 놓으라
- 전화번호, 문자, 카톡이나 라인 친구 등
9. 장례식과 식장을 도울 도우미들을 미리 정해 놓으라
- '그날'이 닥치면 당황하게 된다. 지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10. '웰다잉'을 '웰빙'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 삶에 중점을 두면 '웰빙'이고, 죽음에 중점을 두면 '웰다잉'이다.

다행히 매제가 어머니의 임종을 곁에서 지켜주었다. 급하게 귀국해 어머니의 장례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렀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위로가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어머니가 좋아하신 꽃과 나무, 자연과 바람을 생각해 '수목장'으로 어머니를 모셨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죽음은 겸허한 것이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짠하다. 애절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어머니의 많은 선행들이 생각나곤 한다.

 kbs1 감동 애니 하루 대문사진
 kbs1 감동 애니 하루 대문사진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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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부터 KBS1에서 새롭게 방영되는 「감동 애니 시즌 2, '하루'」에 어머니의 이야기가 방영될 예정이다. 리어카에서 장사하시는 분을 위해 상한 사과만 골라 오셨던 어머니 이야기다. "싱싱한 것은 내일 파세요. 상한 사과 주세요" 라고 말하셨던 어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섬기며 나누며 사랑하며 자기희생으로 사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어머니!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어머니! 어머니의 그 사랑과 희생정신, 잊지 않고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사랑만이 어두운 사회를 밝히는 답이다. 소리가 나고, 어두워지고, 분열된 작금의 이 나라 현실 앞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또 다른 희생하는 어머니들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다. 어머니의 '그 사랑'이 등대가 되어 골목을 밝혀 주시는 것 같아 행복하다.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역사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대중문화연구을 강의하고 있으며,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로 기업문화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 회원)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태그:#치매 어머니, #웰다잉, #죽음준비,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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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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