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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치매 어머니를 집에서 14년 이상 모셨고, 요양병원에서 1년가량 모셨다. 지금은 천국에 가셨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어머니 이야기 수필을 썼다. 그러다보니 치매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연구하게 되고, 치매환자 가족의 아픔을 마음으로, 몸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이런 지난 삶으로 인해 나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구원투수가 되었다.

주위에 친구나 지인들의 부모님들 중 치매 환자가 많다. 어떤 인생 친구는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 치매 환자셨고, 요양병원에서 보살핌을 받으셨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천국에 가셨다. 이 귀한 인생 친구와 자주 만나 식사도 하고 삶으로 나눈다. 특히 나를 응원해 주고, 살펴주고, 배려해 주고, 진실한 마음으로 믿어주고 신뢰해 주는 귀한 친구다. 내 건강과 삶의 미래까지 응원해주는 나의 응원단장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만나면 치매이야기부터 할 정도로 서로 치매에 대해, 치매환자 가족에 관심이 많다.

오늘 영화를 보자는 연락이 왔다. 저녁 약속과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약속시간까지 좀 여유가 있어 어머니를 모셔놓은 수목원을 찾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작은 소리로 외쳤다.

"엄마! 보고 싶어요. 아들 왔어요."

대답이 없으시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다.

"아들 왔어. 내 배로 낳은 아들! 밥 먹었어?"

어머니 묻히신 수목원
 어머니 묻히신 수목원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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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께선 항상 '내 배로 낳은 아들'이라는 호칭을 자주하셨다. 어머니기 만든 나의 별칭이다. 그런 이유는 내 위로 4남매를 낳으셨지만, 한 살 때 모두 천국에 갔다. 나도 죽을까봐 호적을 늦게 올릴 정도로 부모님에게 자식은 '지켜봐야 하는 존재'였다.

나를 배 아파 낳으시고 '혹시나 또' 하고 지켜보셨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그런 아들이다 보니 어머니에게 나는 당신 자신이었고, 사랑을 온전히 쏟아붓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내 배로 낳은 아들', 그렇게 부르시는 이유다.

어머니 젊은 시절 계모임(맨 왼쪽이 어머니)
 어머니 젊은 시절 계모임(맨 왼쪽이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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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국가책임제'가 빨리 준비되기를 소망한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인생 친구와 만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식사 중, 첫 대화는 역시 어머니 이야기다.

"어머니, 좀 어떠세요."
"별로 안 좋으셔요. 폐렴이 온 것 같은데 걱정이네요."
"노인들 대부분 폐렴이 와요."

그리고 나눈 이야기가 '치매국가책임제'에 대한 것이었다. 치매라는 말만 들어도 귀가 쫑긋하는, 치매환자 가족의 아픔을 아는 우리 두 사람은 "치매환자와 가족에게 좋은 세상 왔네요"라고 동시 말할 정도였다. 내가 말했다.

"여러 공약 중 제일 먼저 시행됐으면 좋겠어요." 
"서둘지 않고 천천히, 치밀하게, 준비하겠지요."
"시행되면 아마, 세계 최초이겠지요?"
"그렇겠죠. 하하하."
"치매를 나라가 책임지는 세상이 왔네요."

우리 두 사람은 '치매국가책임제'가 빨리 준비되기를 소망했다.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장수병인 치매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는 나라를 꿈꾸었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다. 나는 작은 소리로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외쳤다.

'치매, 염려마세요. 나라가 책임진다잖아요.'

지인 결혼식장에서 잠시
 지인 결혼식장에서 잠시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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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이라서...

그와 함께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있었다. 나의 편견이 깨어졌고, 더구나 목사인 내가 좁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크게 열었다. 

영화 중간 중간에 "좋네요"라고 서로 귓속말을 했다. 영화가 끝이고, 잠시 핫도그를 먹기로 했다. 다하지 못한 대화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해서... 그리고 오늘부터 시행된 세미나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그때 인생친구에게 카톡문자가 왔다. 길게 답을 적고 읽고 있었다. 심각하게 답하는 것이 보였다. 내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어머니 상태가 나빠요. 돌아가실 것 같아요."
"뭐라구요. 아니..."
"내일 세미나 참석 좀 어려울 것 같네요."
"그렇게 해요. 욕창 온 것은 좀 어떠세요?"

대답이 없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몇 달 밖에 않되었는데, 가슴 아픈 소식이었다.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어머니, 더 오래 살게 해주세요." 나는 애써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인생 친구에게는 충격이다. 침착한 듯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버지... 그때 해봐서 괜찮아요. 어떤 상황이 와도 잘 할 수 있어요."
"그럼요. 좋아지실 거예요. 우리 어머니도 폐렴이셨잖아요."
"폐렴이라서..."

칭찬과 웃음은 명약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핫도그를 먹었다. 나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핫도그 가게 사장님과 먼발치서 대화를 했다.

"사장님! 핫도그 맛있네요."
"아네, 감사합니다."
"재료가 특이한 것 같아요. 밀가루 맛이 아니네요." 
"맛이 독특하지요?
"무슨 비법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러자 인생친구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이 참. 사장님이 핫도그 못 만들겠어요. 영업 방해예요. 하하하." 

친구의 농담에 셋이서 웃었다. 그리고 칭찬이 좋으셨는지 사장님이 콜라를 리필받으라고 손짓했다. 컵 가득 채워주셨다. 칭찬과 웃음은 역시 명약이다.

대형마트 직원의 스킨십
 대형마트 직원의 스킨십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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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요양시설에서 모시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나의 인생길에 대해서, 그리고 서로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나의 인생길에서 결단해야 할 부분을 인생친구가 조목조목 권면해 주었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다 맞는 말을 했다. 나는 수궁했고,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나에게는 참 귀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웃으며 서로 헤어진 후 나는 차 안에서 잠시 마음으로 기도했다. 인생친구 어머니의 쾌유와 이 땅의 모든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힘주시기를 소원했다. 그리고 나라가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을 돌봐 주는 세상이 어서 오기를 기도했다.

나는 치매환자와 그 가족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치매환자를 살피는 의사와 간호사, 요양시설 운영자들과 간병인들의 어려움도 알고 있다. 치매는 개인이나 가족이 다 감당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분명 나라가 책임져주어야 한다.

치매환자들을 전문요양시설에서 모시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가족들이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곳에, 요양시설이 많아지기를 소원한다. 나는 치매환자 가족들을 독수리라고 부른다. 구름 위를 나는 독수리.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강해진다.

우리 치매환자 가족들도 독수리처럼 강해져야 한다. 이겨야 한다. 포기하지 말고 행복을 찾아야 한다. 행복한 그날까지 견뎌 내야한다. 나는 다시 외친다.

"치매, 염려마세요. 나라가 책임진다잖아요."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역사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대중문화연구을 강의하고 있으며,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로 기업문화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태그:#치매환자 가족, #치매국가책임제, #나관호,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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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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