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북촌역사문화연구소의 원고 의뢰를 받고 한옥이야기를 쓰는 중이다. 유년시절을 보낸 서대문구 충정로 1가 한옥이야기를 쓰다보니 친정인 우리집을 드나들었던 나의 당고모님들이 생각났다. 단아하게 쪽진 머리에 고운 한복에 양산을 받혀들고 들어오던 나의 당고모님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1960~70년대 나의 고모님들처럼 우아한 노년패션을 보기 힘들었고 우리나라 노년세대들의 정체모를 패션이 늘 아쉬웠다.

오늘 정기검진을 위해 찾은 서울대병원에서 고무신까지 '완벽한' 한 할머니를 발견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평생 고수한 할머니
▲ 고무신까지 완벽한 고운 자태의 할머니 자신만의 스타일을 평생 고수한 할머니
ⓒ 신동임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작고 예쁜 고무신은 어디에서 사셨어요?"

나의 질문에 할머니는 대답하셨다.

"아주 오래 전에 여러 켤레 샀던 거예요. 그당시에는 아주 흔했던 걸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 연세가 올해 여든둘이고 평생 이모습을 지키고 산 범상치 않아 보인 할머니.

"혹시 사회활동은 안하셨나요?"
"아니요 평생 살림만 하고 살았어요."
"이렇게 특색 있는 색깔의 고무신은 처음 보네요."
"원래는 희색이었는데 자꾸 닦아 신다 보니 색이 이렇게 푸르스름하게 변했어요."
"늘 이렇게 한복차림이신가요?"
"내가 59년에 이화여전 가사과를 나와서 이렇게 내옷을 직접 지어 입고 살았어요."

저렇게 고운 자태를 지니고 살던 나의 엄마도 가세가 기울자 쪽진 머리를 자르고 퍼머를 했고 한복 대신 양장을 하기 시작했었다. 평생을 저런 자태를 고수하고 살아오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런 자태를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사세요"라고 인사를 드렸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주 곱슬한 퍼머머리에 꽃무니 바지나 현란한 무늬의 블라우스 일색인 노인들의 복장이 늘 안타까웠던 나는 정말 사막에서 단비를 만난 심정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개량한복이라도 나만의 자태를 고수하고 싶었으나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데 너무나도 따라하고 싶은 롤모델을 만나 행복했다.

쪽 고른 이를 내어 보이며 활짝웃던 고무신까지 완벽했던 손수 지은 한복을 입은 할머니.

정면사진은 안 된다고 해서 뒷모습 올립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덧붙이는 글 | 네이버 포스트 / 페이스북 중복게재



태그:#한복할머니, #한복과 고무신, #노년의 의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오페라앙상블 기획위원/ 무대의상 디자이너/ 조각보작가/ 웰다잉강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