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북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남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은 지난 4.27판문점선언 때 10.4남북정상공동선언을 이행키로 합의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10.4선언의 핵심으로 꼽힌다.
▲ 판문점선언 북한 김정은(왼쪽) 국무위원장과 남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은 지난 4.27판문점선언 때 10.4남북정상공동선언을 이행키로 합의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은 10.4선언의 핵심으로 꼽힌다.
ⓒ 사진출처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서해평화지대는 판문점선언의 약속이자 평화 조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북미 간 종전선언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한반도 평화분위기는 더욱 무르익고 있다.

북미는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북미관계를 추진하고, 한반도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고, 북한 내 전쟁포로 유해를 발굴하고 이미 확인된 유해는 조속히 송환하기로 했다. 그리고 첫 조치로 지난 21일 전쟁포로 유해 200구를 미국에 보냈다.

나아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이 다가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북미 간 고위급회담이다.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이후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환서해벨트, 환동해벨트, DMZ벨트)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인천의 경우 환서해벨트의 거점으로 주목받는다.

환서해벨트는 남측 수도권과 인천항을 북측 개성공단ㆍ해주ㆍ평양ㆍ남포ㆍ신의주와 연결하고, 나아가 중국 동부 연안 개발구(중국 1ㆍ2세대 경제특구), 3세대와 4세대 경제특구인 환발해 경제권과 징진지 경제권(베이징ㆍ톈진ㆍ허난)을 연결해 이른바 환서해(황해) 경제협력 벨트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우선 경의선을 개ㆍ보수하고 신경의선 고속도로와 서울~베이징 고속철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제2 개성공단 건설, 서해평화경제지대 조성,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서해 복합물류 등이 핵심이다. 북한 경제특구 중 압록강ㆍ와우도ㆍ강남ㆍ강령특구 등이 서해안벨트에 해당한다.

서해는 남북 갈등에 남ㆍ북ㆍ미ㆍ중 갈등이 얽혀 있는 만큼, 다자간 경제 협력으로 평화경제벨트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서해벨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경제 구상 중에서도 환서해벨트가 핵심이다. 서해는 한반도 최대 화약고인 북방한계선(NLL)을 품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 교류와 경제협력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판문점선언에 중요 실천과제로 담긴 10.4선언 이행, 즉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이다.

서해5도와 북방한계선 일대. 서해공동어로수역등은 2007년 10.4정상회담 때 합의한 내용이다.
▲ 북방한계선 서해5도와 북방한계선 일대. 서해공동어로수역등은 2007년 10.4정상회담 때 합의한 내용이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김정은 위원장도 판문점 회담 때 NLL 언급

2007년 10.4 남북정상공동선언 때 남과 북은 서해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각종 협력 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군사적 보장 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협의하기로 했다.

남과 북은 구체적 방안으로 해주지역과 그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그 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10.4선언은 지켜지지 않았으나, 4.27 판문점선언에서 10.4선언 이행을 약속했고,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서해는 다시 평화의 바다, 공동번영의 바다로 넘실거릴 준비를 하고 있다.

10.4 정상회담 때 남북은 기존 해상경계선, 즉 NLL을 유지하면서 서해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구상했다. 화약고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를 제도화하고,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평화의 바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보수 세력은 북방한계선을 양보했다고 주장하며 안보위기를 조장하고 색깔론을 씌웠다. 사실은 구체적 내용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한 착각이었고, 소모적 정쟁이었다. 10.4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등면적 원칙'을 적용한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시했다.(아래 그림)

우선 1953년 북한과 중국, 미국(=유엔군사령관)이 체결한 정전협정상 북방한계선은 군사분계선이 아니다. 이 때문에 북은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중국 또한 인정하지 않아 중국어선이 조업하는 등, 서해 갈등의 최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1992년)를 토대로 북방한계선이 경계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지난 1992년 남북이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남북한 경계는 정전협정 이후 쌍방이 실질적으로 관할해온 영역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는 게 근거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 때 북방한계선을 언급하고, 남과 북이 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지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기로 합의하면서 10.4 정상회담 때 제시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7년 10.4선언 때 남북정상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제2의 개성공단을 해주권역인 강령군에 설치키로 합의했다.
▲ 강화해주고속도로 2007년 10.4선언 때 남북정상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제2의 개성공단을 해주권역인 강령군에 설치키로 합의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북한, 대남 최전방 강령군에 505㎢ 경제특구 지정

북한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지정하려는 의지는 지난 2013년 강령군 일대 토지 505㎢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해외투자연합회'가 북한의 조선합영투자위원회의 의뢰로 중국기업 투자를 위해 작성한 계획을 보면, 면적이 505km²에 달하고, 70만명 고용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정수입 목표는 100억 달러 규모다.

북한이 최전방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강령 경제특구가 현실화하면 북의 최남단 해군기지인 등산곶이 폐쇄될 가능성이 높고, 강령군에서 불과 수km 떨어진 사곶의 8전대도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북한의 이 계획은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설정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것이다. 즉, 북의 계획을 위해서 평화수역 지정은 필수과제다. 북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특구로 지정했을 리 없다.

이를 두고 당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계획대로라면 북한의 NLL 전략의 수정과 황해남도 일대 북한 해군 전력의 재배치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 지도부가 NLL의 평화 수역화와 서해 해상경계선 획정과 관련해 남한과 협상할 용의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남한은 그동안 남북기본합의서에 기초한 NLL 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NLL을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고 추가 협의를 해나가자고 했는데, 4.27 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NLL을 언급하면서 남북 협상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강령군 경제특구 지정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분쟁지역으로 간주한다는 판단 아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비관적인 견해가 존재했지만, 강령 경제특구를 지정하고 NLL 일대를 안정화할 목적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서해평화지대 조성의 핵심은 수산업 경협

서해평화지대 조성을 위한 핵심 실천과제는 수산업 분야 교역과 경협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2014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88년 11월 현대종합상사가 북한산 모시조개 40kg을 직접교역 형태로 반입한 게 최초 수산업 교역이다.

초기 교역 대상은 북측 명태와 남측 남해의 김ㆍ미역ㆍ굴ㆍ멸치 등이다. 남북 수산물 교역은 주로 남한이 북한산 수산물을 수입한 형태다. 2008년 기준 남북 교역품목을 보면, 농림수산물은 22.3%로 섬유류 34.8% 다음으로 높았다.

북한산 수산물은 주로 인천ㆍ속초ㆍ부산으로 반입됐으며, 주요 반입 품목은 활바지락ㆍ 활가리비ㆍ활조개ㆍ백합류 등 활패류와 마른명태 등 건어물, 냉동문어 등이 주를 이뤘는데, 인천항으론 주로 활바지락(2009년 기준, 통관량의 66.3%)ㆍ활조개ㆍ활백합이 들어왔다.

북한산 바지락은 주로 국내산과 중국산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10월에서 5월까지 반입 됐다. 북한의 서해산 조개는 남포ㆍ해주ㆍ신의주 등지에서 채취됐는데, 해주가 주산지였다. 동해산은 원산ㆍ흥남ㆍ나진ㆍ청진 등지에서 채취됐다.

1997년 1600톤이던 규모는 2009년 2만 8500톤으로 연평균 26.9% 증가했다. 2009년 반입량 기준 인천이 7000여톤을 차지했고, 인천 반입 바지락의 30%는 인천 어시장을 비롯해 전국으로 배송됐다.

연평도에서 바라 본 북방한계선(NLL) 일대 수역. 앞의 섬은 북한이 관리하는 석도이고, 석도 뒤편에 보이는 배들은 모두 입어료를 내고 조업 중인 중국어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0.4정상회담 때 NLL을 기준으로 등가면적의 서해공동어로구역을 제시했다.
▲ 북방한계선 연평도에서 바라 본 북방한계선(NLL) 일대 수역. 앞의 섬은 북한이 관리하는 석도이고, 석도 뒤편에 보이는 배들은 모두 입어료를 내고 조업 중인 중국어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0.4정상회담 때 NLL을 기준으로 등가면적의 서해공동어로구역을 제시했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북측과 수산업 합작 경험 그대로 남아 있어

수산업 분야에서 민간기업의 교류와 합작을 위한 논의는 활발했다. 하지만 주변 여론을 설득하지 못하거나 여건이 악화돼 대부분 중단됐다. 그래도 수산업 분야 경협을 위한 경험은 남아 있는 셈이다.

우선 남한의 (주)해주는 1998년 북측 '조선총국 청진무역상사'와 합작으로 '풍어수산물합작회사'를 만들어 서해에서 어업을 하려 했다. 어획물은 북측 60%, 남측 40% 비율로 배분하기로 했다.

남측은 어선(저인망 3척과 운반선 1척), 시설장비(냉동차량 2대 등)를 외상으로 북측에 제공하기로 했지만, 1999년 무렵 우리 서해 어민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1998~2000년에는 남측 수협중앙회와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협약으로 수협중앙회가 어선ㆍ어구 자재 등을 북측에 제공하고, 북측은 어장과 선원을 남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어획물은 남측에 반입하거나 제3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측이 선박 4~5척과 운영기금의 무상, 선 제공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이는 북한의 수산업을 책임진 단체가 상호 협상을 벌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대기업도 뛰어든 바 있다. 태영수산ㆍLG상사는 가리비 양식을 추진하기 위해 1997~1998년 라선을 방문했고, 북측과 라진수산합영회사(남북한 공동 이사회 구성)를 설립해 운영했다. 투자를 계획한 규모는 총200만 달러였다. 1999년 가리비 54톤을 북한과 중국에 판매하기도 했지만, 1999년 이후 북한 내부 사정 변화 등으로 남측 투자자의 추가 방북이 무산됐다.

이밖에도 (주)피쉬닷컴이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북측에 수산물 가공ㆍ유통에 필요한 설비 등을 지원하고 남포와 해주 갯벌에 종패를 살포한 뒤, 매일 250톤씩 육로로 반입할 계획이었으나 현지에서 저장ㆍ유통 시설 부족으로 인한 반입량의 상품 가치 저하로 중단됐다.

대동수산은 2008년 6월 통일부루부터 사업자 승인을 받고 뱀장어 양식에 투자했다. 북측 사업 파트너는 광명성총회사로 투자 규모는 500만 달러였다. 남포(북남포항) 양식시설에서 뱀장어를 양식해 남측에 반입하는 방식으로 중국산보다 안전하고 운송이 편하고,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5.24 조치로 중단됐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군사회담 성과 거두면 당장 수산업 협력"

한반도 평화분위기로 서해 수산업 분야 교류의 물꼬가 다시 트일 전망이다. 서해가 열려야 동해도 열리고, 서해5도 북방한계선 일대가 수산업 경협으로 안정돼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단단해진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21일 통영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군사문제 등 남북 간 긴장 완화만 이뤄진다면 북한과의 수산업 협력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남북 경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며 "국방부의 군사회담, 통일부의 고위급회담만 성과를 거두면 수산 분야와 해운노선 재개는 쉽고 빨리 이뤄질 것이다. 수산협력, 항로 개설은 돈이 얼마 안 들기 때문에 여건만 갖춰지면 당장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장관은 서해 남북공동어로의 경우 NLL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NLL이 걸림돌이 된다면 나중으로 미뤄놓고, 북한 남포처럼 더 넓은 바다로 가서 우리가 조업권을 사는 등의 수산자원 공동 관리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해평화, #판문점선언, #NLL,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남북경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