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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화 <우리 집 이야기>의 한 장면
 북한 영화 <우리 집 이야기>의 한 장면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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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생김새 말고는 북한 사람들과 비슷한 게 거의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북한 영화 <우리 집 이야기>를 본 소감을 나눈 자리에서 아이들은 이구동성 이렇게 말했다. 분명 같은 우리말인데도 자막 없이는 알아듣기 쉽지 않다고 했다. 실화를 모티프로 한 가족 영화라지만,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다지 길지 않은 100분짜리 영화지만, 장면마다 호흡이 길어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많았다. 2016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낡고 오래된 영화 같다며, 북한의 영화 제작 수준을 얕잡아보기도 했다. 수십 년 전 우리나라의 흑백 영화 느낌이라는 거다.

보는 내내 촌스러웠다며 키득거리기도 했다. 붓글씨를 흉내 낸 글씨체부터 '목란비데오'라는 배급사 이름, 배경이 된 낮은 지붕의 시골집과 들녘 풍경까지 퇴락한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들이 지금 우리 도시의 빌딩 숲을 본다면 까무러치게 될 거라며 웃기도 했다.

이질감. 함께 관람한 스물네 명의 소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내용도, 구성도, 주제도, 화면까지도 어느 하나 익숙하고 친근한 게 없다는 것이다. SF나 판타지, 중국 무협 영화는 물론, 유럽의 어느 낯선 나라의 예술 영화보다도 이질감이 크다고 적었다.

재미있었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당황스러웠다고 답한 이유다. 압권은 '갑툭튀'처럼 북한 정치 체제를 찬양한 내용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을 꼽았다. 내용이 이어질 만하면 맥락도 없이 끼어들어 흐름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맨 뒷부분은 아예 '정권 홍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가슴에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얼굴을 새긴 배지를 달고 있다는 점도 영화를 '망친' 요인으로 꼽았다. 한 아이는 영화의 결말을 능히 짐작하게 해주는 복선이라고 말했다. 혈연을 넘어선 휴머니즘을, 권력자의 애민 정신으로 몰아갈 게 눈에 보였다는 거다.

반감과 연민 사이

사실, 아이들에게 상영하기 몇 시간 전 화질 등을 점검할 겸 돌려보았다. 통일부로부터 영상 파일이 아닌 DVD로 받았기 때문에, DVD 플레이어가 설치된 노트북과 구동시킬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준비해야 했다. 요즘 DVD 플레이어는 구경하기조차 힘든 물건이다.

사전 교육이 필요했다. 분단 상황의 북한 영화다 보니, 관람 시 유의할 점을 전달하는 건 필수 사항이다. 장면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 말고도, 곡해하거나 난감해할 수 있는 내용도 미리 알려야 했다. 우리의 눈에 비친 영화 속 그들의 삶은, 영화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유의사항도 주지시키고 내용에 대해 미리 귀띔도 했지만, 관람 뒤 아이들이 느낀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도중에 '기-승-전-김일성 가계의 우상화로 귀결된 쓰레기 영화'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략 5분 정도를 남기고부터는 아예 볼륨을 줄인 채 서둘러 소감 발표 시간을 가졌다. 노골적인 우상화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소감은 대체로 북한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북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 사이를 오갔다. 우선, 그들은 정권 치적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북한 영화 산업은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우들의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연기도 그러한 정치적 압박의 결과물일 거라고 덧붙였다.

배우도, 스태프도, 모두 권력에 의해 동원된 이들이 분명하다고 못 박았다. 북한 이탈 주민들의 증언을 근거로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가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유통된다는데, 그걸 접하고서도 저런 영화를 만들고 본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는 거다.

이 영화를 최우수 작품상으로 선정했다는 '평양국제영화축전'이라는 행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도 있었다. 적어도 국제영화제라면 내용과 형식에서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화제의 수상작 선정 기준 자체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혐오에 가까운 비난 일색이었지만, 북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아이도 적지 않았다. 북한에서 배우는 어떻게 되는지, 우리나라에 알려진 배우도 있는지, 영화 제작에 검정 기준이 무엇인지, 북한 사람들도 영화 감상이 보편적인 취미인지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아이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전문 배우가 아니라, 농부와 교사, 요리사, 군인 등 진짜 직업인인 것 같다며 넘겨짚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독특한 호칭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도 많았다. 비서, 동지, 동무, 노력 일꾼 등 직함의 구체적인 쓰임새를 묻기도 했다.

실제로도 그러한지
 
북한 영화 <우리 집 이야기>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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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 역시 궁금한 것들이다. 질문은 여럿이었지만, 대답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교사라고 해도 북한에 관해 내가 아는 것과 아이들이 아는 것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답변 대신, 그러하기에 굳이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눠보려는 거라고 눙쳤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와중에도, 눈여겨볼 만한 구석이 없지 않다는 아이도 있었다. 낯 뜨거운 정치색만 빼고 본다면, 나름 교훈적인 내용도 있다는 거다. 무엇보다 가족 아닌 남이, 그것도 18세 소녀가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본다는 내용 자체가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연신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맞느냐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영화화했다면 신파극이라고 비판받거나,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며 외면당했을 거라고 말했다. 반면에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내용이라 새로웠다는 아이도 있었다.

18세 소녀의 헌신이 이웃과 소속 집단의 역할을 성찰하게 하고 끝내 국가의 돌봄을 이끈다는 내용의 전개가 진부하고 고루할지언정 공동체 정신을 생각해보게 됐다는 점은 모두가 동의했다. 아이들은 공동체라는 단어를 언뜻 생소해하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게 공동체 역량이다.

또, 극단적인 가부장 사회일 줄로만 알았는데, 북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게 그려진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도시의 책임 비서와 청년 단체의 위원장은 남성이지만, 주인공 근무지의 대표도, 마을의 이장도, 학교의 교장도 죄다 여성으로 설정돼 있다. 실제로도 그러한지 궁금하다고 했다.

주인공이 국가로부터 받게 되는 '처녀 어머니'라는 칭호에선 봉건적인 느낌이 물씬 나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어디까지나 여성이 주체다. 영화 속 남성들은 여성의 역할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조연이다. 후반부의 '수령님'과 '장군님'을 칭송하는 내용이 더더욱 생뚱맞게 느껴지는 이유다.

눈썰미 좋은 한 아이는 영화 속 '강선(降仙)'이라는 도시 이름에 주목하기도 했다. 한자의 말뜻 그대로, 선녀가 내려왔다는 의미다. 그는 짐짓 한자 실력을 뽐내며 배경이 된 도시의 이름만으로도 내용의 얼개를 대충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복선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다르다는 걸 간과하면

첫 번째 영화 모임이 끝났다. 결과론이지만, '오리지널' 북한 영화로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북한 정권에 대한 아이들의 반감이 커졌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북한 사람들과의 이질감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을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통일 교육은 남과 북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우리는 한민족이기에 합쳐야 한다고 외치는 통일 교육은, 안타깝지만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언어든, 제도든, 문화든, 이질감을 느끼도록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이질감의 원인을 그들 스스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 말마따나, 얼굴 생김새 말고는 비슷한 게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부터 시작해야 좌절하거나 퇴행하는 일이 없게 된다. 남과 북이 멀어진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공통분모가 시나브로 드러날 것이고, 통일이 왜 필요한지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다르다는 걸 간과하면, 같다는 게 보이지 않는 법이다.

내달 계획 중인 두 번째 영화는 북한 이탈 주민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또한 아이들이 이질감을 느낄 만한 내용이지만, 이번에 본 <우리 집 이야기>보단 강도가 약할 것이다. 미리 공개하자면, 올해 관람할 영화 목록은 이질감으로 시작해 동질감을 느끼도록 하는 구성이다.

사족. 지난 연재 글에서 북한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더니, 댓글엔 온갖 험담이 쏟아졌다. 간첩이라는 둥, 그렇게 좋으면 북한에 가라거나, 아이들을 선동해 사회주의를 주입하려 한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랐다. 심지어 '미친 교사'라는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그분들에게 묻고 싶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 댓글을 단 건지 궁금하다. 또, 고등학생들이 북한 정권을 맥락 없이 찬양하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수용할 거라 여기는지도 묻고 싶다. 확언하건대,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아이들은 충분히 개방적이고 현명하다. 확증편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외눈박이 기성세대가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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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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