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도 일본에서 온 말, 정말 '멘붕'이다
'멘붕'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유행어가 된 말이다. 그만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다. 2012년에는 그해 최고의 유행어로 뽑히기도 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멘붕'은 '멘탈 붕괴', 혹은 '정신 붕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 있다. 바로 이 '멘붕'이라는 말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영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에 '멘브레, メンブレ'라는 말이 있다. 일본식 영어가 으레 그렇듯, 영어 mental의 줄임말 men과 break(정확히 말하면 breakdown)의 줄임말 bre를 합친 말이다. 일본에서 이 말은 "「メンブレ」の意味は「精神崩壊」になります.", 즉 "'멘브레'의 의미는 '정신붕괴'다"라고 설명된다.
일본에서 이 말이 생겨난 경위는 불분명하지만, 주로 여고생들이 트위터나 게시판 등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용하다가 퍼져나가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딩'과 '중딩'도 일본에서 유래된 말로 추정된다
한편, 일본식 영어로 '하이틴'이라는 말이 있다. '10대 후반'을 가리키는 일본식 영어다. 영어로는 late teens지만 일본에서 자기들 식으로 highteen, ハイティーン이라는 말을 만든 것이다. 또 영어로 early teens인 10대 초반은 lowteen, ローティーン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 사회에서 흔히 사용되는 '고딩'과 '중딩'이라는 말도 이 일본식 영어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추정한다. 즉, '하이틴'과 '로틴'의 본래 일본어 발음은 '하이딘', '로딘'이고, 일본의 '우돈, うどん'이 우리나라에서 '우동'으로 통하는 것처럼 '고딩'과 '중딩'이라는 말도 이 '하이딘'과 '로딘'에서 유래된 것으로 본다. '고등학교'와 '중등학교'라는 말에서 '고딩', '중딩'의 발음이 나왔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겠지만, 직장인을 '직딩'이라고 하는 것에서도 일본어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추정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사실 '멘붕'이나 '고딩', '중딩'이 일본에서 유래되었다는 이러한 사실을 밝히는 일은 우리에게 대단히 '불편한' 작업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본식 용어는 지나치게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전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 언어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선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알아야 고쳐나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껏 우리 대한민국은 모두가 너무 '빨리빨리' 달려왔다. 그렇게 모두 열심히 달린 결과로 선진국에도 진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족하고 허술한 측면도 적지 않았다. 우리가 매일 같이 사용하는 언어의 문제도 그 중의 하나다.
올바른 언어 정체성을 가진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