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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神)' : 종교의 대상으로 초인간적, 초자연적 위력을 가지고 인간에게 화복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존재.

중국 '신(神)':종교에서 말하는 우주 만물 창시자와 그것을 통치하는 자. 미신을 가진 사람들은 그의 능력을 인정한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는 '살아 있는 사람은 영혼(귀신)을 볼 수 없고, 죽은 사람은 자신의 시체를 볼 수 없다(生不认魂,死不认尸)는 글귀가 있다. 인간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초자연적인 신의 존재나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돼 극락이나 지옥에 간다는 종교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1850년 청나라 멸망의 도화선이 되었던 '태평천국의난'을 일으킨 '홍수전'은 본인이 그리스도교 신자라면서 그리스도교적인 바탕 위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모으기 위해, 자신이 예수의 동생이라며 모두가 태평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그리스도교의 천국을 죽은 후가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 만들겠다고 한다.
  
중국 남경 태평천국기념관 태평천국 문양
 중국 남경 태평천국기념관 태평천국 문양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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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상 낙원 즉 지상 천국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래야만 중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당시 그리스도교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태평천국'이 이단이라며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

중국인은 내세를 믿지 않는다. 사람은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인은 철저히 현세주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은 후에 영생을 얻어 천국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현실에서 성공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공자(유교), 석가모니(불교), 노자(도교)는 성인일 뿐

중국인은 유학·불교·도가 창시자 공자·석가모니·노자의 사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모두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종교를 가져다 쓴다.

중국에서는 내가 바라고 원하는 내용을 빨간 나무 조각이나 천에 써서 걸어놓는데, 이런 표찰을 허원패(許願牌)라고 한다. '소원을 적은 표식'이라는 의미다.
  
중국 산동성 태산 초입에 있는 허원패
 중국 산동성 태산 초입에 있는 허원패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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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유원지에 놀러 갔는데 그곳에 절이 있으면 소원을 적은 표식 허원패를 걸어 놓고, 등산을 갔는데 그곳에 도교 사원이 있으면 또 허원패를 걸어놓는다. 마찬가지로 유학 공간인 공묘나 문묘를 방문했을 때도 역시 허원패를 걸어놓는다.

불교나 도교나 유학을 종교로 믿는 게 아니라, 모두 훌륭한 성인이니 예를 표하면 소원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유학·불교·도교 창시자 공자·석가모니·노자의 사상은 다르지만 객관적으로 모두 타당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종교를 가져다 쓰는 것이다.

대학 입시나 입사 시험을 앞두고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던 유학의 공자가 필요하고, 사업에 실패하거나 연애하던 대상과 헤어져 마음이 심란하면 불교의 석가모니가 필요하고, 건강이 나빠지거나 장사를 시작할 때는 도교의 노자나 재물신 관우(關羽)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상황에 따라 필요한 종교가 다르고, 또 종교의 창시자를 기리는 공간이 다른 장소에 있다 보니 불편했나 보다. 그래서 중국인은 공자와 석가모니와 노자를 함께 모시는 삼수당(三修堂)이라는 종합 공간을 만들게 된다. 한국인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이다.
 
중국 산동성 제남시. 세분(공자. 석가. 노자)의 성인을 함께 모신 삼수당
 중국 산동성 제남시. 세분(공자. 석가. 노자)의 성인을 함께 모신 삼수당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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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성 제남시. 삼수당 안에 함께 나란히 모셔진 공자. 석가. 노자
 중국 산동성 제남시. 삼수당 안에 함께 나란히 모셔진 공자. 석가. 노자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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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당에서 '수(修)'는 한국 한자에서는 '닦다, 익히다'라고 해석하지만, 중국어에서는 '고쳐서 완전하게 만든다'라고 해석한다. 그러니까 중국인은 삼수당이라는 공간을 찾아 각각 다른 능력을 갖춘 공자와 석가모니와 노자에게 이루고자 하는 바를 한꺼번에 말하는 것이다.  

중국인은 각각의 종교가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고, 또 그 다른 사상이 서로 모순된다고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필요한 부분을 가져다 사용하는 실용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청나라 옹정황제는 "불교로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도교로는 몸을 다스릴 수 있으며, 유학으로는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라고 했다. 또 실제 그렇게 생활했다. 황제 신분으로, 먹는 문제 즉 경제생활은 풍족했기 때문에 돈을 벌게 해주는 관우는 필요하지 않았나 보다.

보통 중국인은 공인으로 생활할 때는 유학을, 개인으로 생활할 때는 도교를 사용해 살아간다. 중국인은 사회생활에서 공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는, 철저히 유학 사상에 따라 국가에 충성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 조직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즉 유학 사상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마음으로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겠다고 목소리 높여 말한다.

하지만 개인 생활 공간으로 돌아오면, 사회생활 공간에서 자신이 언제 공자님 같은 말을 했느냐는 듯 그런 말을 깨끗하게 잊어버린다. 그리고 이번에는 개인 생활에 필요한 도교 사상에 따라 건강하게 오래 살고, 돈을 버는 데 힘쓴다.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유학 공자 말씀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개인 생활을 하면서는 도교의 신선처럼 오래 살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또 이런 좋은 음식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돈을 버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설령 낮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말한 내용과 저녁에 개인 생활에서 한 행위가 서로 모순될지라도, 각각의 상황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처 방안을 실용적으로 판단해 행동했기에 스스로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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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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