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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9월 낭독공감에 초대된 김지하 시인이 2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시 낭독회에서 여는 말을 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9월 낭독공감에 초대된 김지하 시인이 2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시 낭독회에서 여는 말을 하고 있다.
ⓒ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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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들어 그가 추구한 가치는 미학이었다.

미학과 출신의 귀소본능이라 해야 할 것이다. 미학도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미적인 것에 대한 탐구는 자연스럽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일 터이니까. 그의 미학은 '민족미학'으로 확대되었다. 민족사의 예술ㆍ종교ㆍ철학ㆍ민속 등에서 조선적인 것을 찾아내고, 이를 민족미학으로 범주하는 작업에 나섰다.

풍류에 대한 인문학적 고집만으로는 일면성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하여 역(易)의 그 상수론(象數論)과 그 현실적 신비주의, 그리고 음악을 관통하는 철학인 율려(律呂)를 풍류(風流)로, 우주생명학자이자 유불선(濡佛仙)을 통합하는 우리의 풍류를 율려로, 쌍방향을 서로 가까이 가져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바이칼 호수의 눈부신 햇살과 시베리아 대설원의 저 푸르른 허공에서 외롭게 외치는, 고독한 변화의 신의 목소리인 천부(天符)가 율려와 풍류의 최고 형식으로 현대에 되살아나는 길, 이것이 앞으로 젊은 미학자들이 노력해야 할 방향이며, 현실의 '대혼돈(big chaos)'에 대한 민족미학의 현실적 대답이다. 그리고 이것은 동아시아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또 마땅히 시작될 것이 분명한 대문예부흥, 대문화혁명의 시적(詩的)이고 동시에 수리적(數理的)인, 새로운 미학의 얼굴이며 그 의미심장한 상징이 될 것이다. (주석 8)
몸짓으로 쉽게 설명하는 김지하씨
▲ 몸짓으로 쉽게 설명하는 김지하씨 몸짓으로 쉽게 설명하는 김지하씨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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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격적으로 '미학강의'를 시작했다. 미학과 후배로서 오래 전부터 부산에서 민족미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던 채희완 소장으로부터 본격적인 '민족미학강의'를 부탁받았다. 2004년 연말에 여러 차례 부산을 다니면서 미학강의를 하였다. 연구소에서 수년 동안 준비한 기본 자료가 큰 보탬이 되었다.

민족미학은 이제 모든 예술의 첫 관문인 시간을 다루고 공간을 다룰 것이다. 공간과 연속적으로 육체를 다룰 것이다. 그 다음이 시각, 조명의 문제이며 마지막으로 동양과 한국 초유의 진화론을 미학 쪽에서 다루고 그것의 현실성을 검토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 모든 탐색이 거의 다 하나의 방법론적 접근이요 낭만적 해석학의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문제제기학' 차원에 그냥 그대로 머물 수도 있다. (주석 9)

미학강의를 묶은 책이 <탈춤의 민족미학>이다. 책은 '탈춤의 판 - 시간', '탈춤의 마당 - 공간', '탈ㆍ몸ㆍ춤 - 육체', '눈 - 시각', '불 - 조명', '신 - 진화' 등의 주제에서 보이듯 탈춤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탈춤에 대한 의미부여다. 

옛날에는 탈춤을 '살판'이라고 하고 생명판을 살리는 판이라고 했는데, '살'은 새, 솔개를 뜻하는 바 햇살, 생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어떤 방법과 교육으로 살릴 것인가가 문제인데, 곧 즐기는 방법과 집단적 교육으로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탈판을 야장(冶場), 오리엔테이션 하는 장소라고 불렀듯이 이곳이 교유의 장이자 야장판이고, 병원 즉 치유의 장소인 것입니다. 원래 상고시대에는 풍류판이 솟대지요. 솔터란 말은 요즘 나온 이야기인데, 솟대는 소산이라는 이야기지만 대는 솔터란 소리가 더 강해집니다. (주석 10)

그는 우리 민족정신의 원류인 단군ㆍ풍류ㆍ율려ㆍ신시 등에서 민족미학의 고유성을 찾고, 이를 세계화ㆍ국제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족미학이라고 할 때, 앞에 민족이라는 말이 붙은 것이 불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학이나 예술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고 미학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참으로 해괴한 현상입니다. 미학을 전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이해한다면 민족미학이란 것이 현대에도 성립 가능한가 하고 물을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네트워크가 삶의 흐름으로 확정되어가고 있는 때에 한 개인 개인이 그들 나름의 우주적 담론을 만들어내도 모자라는 실정에 구태여 민족미학이란 것을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요? 어차피 민족미학, 탈춤의 미학을 내걸었으면 그 문제점과 철학적 담론을 관련지어 기초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야 합니다. (주석 11)


주석
8> <탈춤의 민족미학>, <책 머리>, 8쪽, 실천문학사, 2004.
9> 앞의 책, 11쪽.
10> 앞의 책, 36쪽.
11> 앞의 책, 20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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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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