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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의 찬란한 봄을 애기 고라니 한 마리가 마중 나왔다.
 금호강의 찬란한 봄을 애기 고라니 한 마리가 마중 나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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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이 연일 화제다. 이 놀라운 영화는 이제 곧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 영화가 이렇게 흥행가도를 달리는 것은 이 영화가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26으로 18년 장기 독재자 박정희가 사망하자 대한민국은 암울했던 장기 군사독재 시절이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시대의 봄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봄이 꽃도 피우기 전에 신군부의 군홧발에 짓밟혀 그 싹을 틔워보지도 못했던 것이다.

영화는 신군부의 군사반란 과정을 팩트에 기반해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그러나 신군부의 군사반란은 영화에도 나오는 것처럼 몇 번이나 제압될 수도 있었다. 그때마다 번번히 등장한 우유부단한 국방장관과 군 참모들의 어리석은 판단에 의해끝내 신군부에게 서울의 봄을 헌납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 과정에서 신군부의 군사반란을 막아서기 위한 참 군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들의 눈물겨운 헌신의 모습은 신군부의 탐욕스런 태도와 대비된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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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과 금호강의 봄

이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서 새삼 금호강의 봄을 생각해 보게 된다. 금호강은 사실 지난 박정희 산업화 시절의 희생양으로 거의 시궁창과 가까운 죽은 하천이었다. 장기 군사독재 시절의 암울했던 대한민국의 현실처럼 금호강은 생물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이 수백ppm에 이를 정도로 암울했던 시절을 겪었다.

그러던 금호강이 90년대 말 들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대구 산업의 결정적 역할을 해오던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비롯됐다.

물론 1980년대 준공된 영천댐에서 2001년부터 하천유지용수가 하루 25만 9천톤씩 흘러들어오고 하수종말처리장들이 곳곳에서 생겨난 것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지만 금호강을 따라 우후죽순 생겨난 섬유공장들이 서서히 문을 닫으면서 그 섬유공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던 오폐수들이 획기적으로 줄고 댐으로 막힌 금호강 상류에서 하천유지용수가 매일 일정량 흘러들어오며 금호강 스스로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른 손바닥만한 말조개가 금호강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어른 손바닥만한 말조개가 금호강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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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의 아름다운 모습.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의 아름다운 모습.
ⓒ 성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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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금호강의 입장에서는 혁명적 변화로 찬란한 금호강의 봄을 꽃피울 그런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금호강 곳곳에서는 그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생명들이 등장하게 된다. 조개와 다슬기 그리고 재첩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저서생명들이 돌아왔고, 물고기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라는 산업화 시절 자취를 감추었던 희귀한 물고기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금호강의 찬란한 봄을 증거하는 생명들로서 이들의 등장은 시궁창으로 전락했던 금호강의 암울했던 시절을 마감하고 금호강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금호강이 필자의 유년시절의 그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돌아오려는 그런 찰나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찬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금호강의 봄이 막을 내릴 위기에 내몰려 있다. 금호강의 부활과도 같은, 금호강 스스로의 혁명적 변화는 종식되고 다시 뭇생명들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돌아가려 하는 위기가 닥친 것이다.

바로 홍준표 대구시장의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으로 그리고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가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에 저지르는 한심한 보도교 사업을 통해서 말이다.

홍준표 시장의 금호강 르네상스는 거대한 수중보를 세워 강을 막아 마치 4대강처럼 죽음의 수로로 만들어 그곳에서 수상레저를 하는 계획으로, 금호강을 마치 인간들의 전용 놀이터로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의 하나로 '디아크 문화광광 활성화사업'의 화려한 조감도. 철새도래지 달성습지 초입에 저토록 화려한 교량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의 하나로 '디아크 문화광광 활성화사업'의 화려한 조감도. 철새도래지 달성습지 초입에 저토록 화려한 교량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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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 작업은 시작됐다. 지금 현재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이란 이름으로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세계적인 습지인 달성습지 초입에 화려한 분수와 조명시절까지 갖춘 교량을 만들어 달성습지 생태계를 교란하는 토건 공사를 시작하려 한다(관련기사: 세계적 습지에 왜 이런 걸... 대구시, 정말 최선인가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 또한 금호강 대구 전 구간보더 더 많은 14종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이 사는 팔현습지에서 그 핵심 생태구간이자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에 해당하는 산지절벽인 하식애 바로 앞을 따라 교량형 보도교를 건설해 산과 강이 온전히 연결된 그 중요한 생태구간을 완전히 단절시키는 사업을 준비중에 있다(관련기사: 하늘다람쥐까지 법정보호종 14종 사는데 환경부는 '삽질').

이는 도심하천으로서의 금호강이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로 기능을 하고 있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인간 이용 중심의 공간으로 금호강을 급격히 재편하려는 것으로, 이것은 마치 신군부에 의한 군사반란과도 같다. 서울의 봄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그 싹이 짓밟힌 것처럼 금호강의 봄 또한 그 찬란한 싹이 완전히 짓밟힐 위기의 순간에 놓인 것이다.

금호강의 봄을 지켜주자

금호강의 봄을 지켜내야 한다. 서울의 봄이 신군부의 군홧발에 짓밟힌 것처럼 금호강의 봄도 신종 토건 세력에 의해서 짓밟힐 위기에 놓인 것이다. 신군부의 군사 반란에 맞서 싸운 참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그 군사 반란을 막아낼 수도 있었던 아까운 시간이 있었던 것처럼 금호강의 봄을 지켜낼 이 중요한 시기를 어리석은 오판으로 잃어버려서는 절대 안된다.

달성습지와 팔현습지라는 아주 중요한 핵심 생태구간을 잃어버리는 것은 군사반란 진압군에 서울을 고스란히 내주는 것과도 같다. 즉 금호강 르네상스로부터 그리고 환경부발 삽질로부터 달성습지와 팔현습지를 잃어버리는 것은 신군부에 서울을 내어주어 서울의 봄을 잃어버려 결국 대한민국의 봄을 신군부에 헌납시키는 꼴을 당하게 되는 것과도 같다.
 
금호강과 연대해 금호강의 봄을 지켜내자
 금호강과 연대해 금호강의 봄을 지켜내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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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과 연대하자
 금호강과 연대하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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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던 시궁창 금호강을 극복하고 금호강의 찬란한 봄을 맞이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시간을 지켜주고 싶다. 금호강도 살고, 야생동물의 집으로 기능을 하는 도심하천인 금호강의 그 많은 뭇생명들이 공존하는 금호강의 생명공동체를 지켜주고 싶다.

신군부의 군홧발과도 같은 삽질 세력에 맞서 생명의 세력들이 모여야 한다. 생명의 세력들이 모여서 부디 신종 토건세력들의 삽질을 막아내고 금호강의 화려한 봄을 꽃피우게 해보자. 부끄러움을 아는 참 인간들이 연대해서.
 
금호강 팔현습지의 봄. 그 봄을 고라니 한 마리가 가로지르고 있다.
 금호강 팔현습지의 봄. 그 봄을 고라니 한 마리가 가로지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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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서울의봄, #금호강, #팔현습지, #환경부, #금호강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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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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