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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이하 사업장은 해고를 당해도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노동자 상담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받은 질문입니다. 계산기로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하고, 어느 규정이 4명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는지에 판단하던 저는 이 질문에 한참 답하기를 망설였습니다. 아마도 당황하여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그러합니다"와 같은 답변을 하며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설명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질문은 전화를 끊고도 꽤 오랫동안 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답을 위해서 그저 외우기만 했던 근로기준법의 조항이 전과는 다르게 물음표로 보였습니다.

노동자의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은 맞는 말일까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인 이하에서 해고를 당한 경우 문제제기가 어렵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적용 범위를 정의한 제11조에 따라서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아래 '5명 이상')에 적용됩니다.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아래 '4명 이하')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5명 이상만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4명 이하는 예외적으로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4명 이하는 근로계약서 작성(제17조), 업무상 부상 및 출산전후휴가 기간과 그 후 30일 해고 금지(제23조 제2항), 해고의 예고(제26조), 휴게(제54조), 주휴일(제55조 제1항) 등의 근로기준법 규정을 적용 습니다. 하지만 해고 등의 제한과 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제23조 제1항, 제28조), 근로시간(제50조),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수당(제56조), 연차유급휴가(제60조),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76조의2)는 4명 이하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앞의 답변에 근거를 대자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는 제23조가 적용되지 않고 제28조에 따른 노동위원회 구제신청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4명 이하에서는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한 경우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5명이라는 상시 근로자 수는 한 달 동안 몇 명이 일했는지 안다면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법 적용 사유 발생일 전 1개월(사업이 성립한 날부터 1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그 사업이 성립한 날 이후의 기간)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같은 기간 중의 가동 일수로 나누어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수를 산정한 결과 법 적용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산정기간에 속하는 일별로 근로자 수를 파악하였을 때 법 적용 기준에 미달한 일수가 2분의 1 미만인 경우에 5명 이상 사업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이나 '가동 일수'라는 단어가 어렵다면 한 달짜리 달력으로 간단히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한 달의 일수가 적혀 있는 달력을 펴고 각 일자에 일한 인원을 적은 후에, 달력에 적힌 모든 숫자를 더하고 이를 인원을 적은 날짜의 일수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상시 근로자 수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왜 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같이 일하는 노동자 수가 다르다는 이유로 법이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인 적용대상을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10조 제1항 본문(현재 제11조 제1항 본문)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해당 조항 역시도 위헌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상시 사용 근로자 수 5인'이라는 기준을 분수령으로 하여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근로감독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하면서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헌법재판소 1999.9.16. 선고 98헌마310 전원재판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2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5명 이상과 4명 이하에게 근로기준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는 것에 비해서 근로기준법의 확대는 너무 더디게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적용 범위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다른 조항들도 과거와 비교하여 여전히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정해져 있는 법과 판결에 이미 기계적으로 익숙해져 있는 저를 반성하게 하고 법을 다시 뜯어보게 하는 질문이 무수히 쏟아집니다. 새해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근로기준법 제11조를 보며 "법이 그러하니까"하고 마침표를 찍는 것보다 "어째서 그러할까?"라는 물음표를 계속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세이 속 Q&A

Q. 같은 사용자가 장소만 다르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동일 사업장으로 보아서 상시 근로자 수를 판단해야 할까요?
A. 동일 사용자가 2개 이상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경영하는 경우 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있을지라도 지점, 영업소 또는 분공장 등이 동일한 조직과 경영체계하에 사업의 독립성이 없을 경우에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취급하여 이에 근무하는 총 근로자 수를 적용 대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근로형태가 각기 다르고 사업장소, 회계. 인사 등이 독립되어 별도로 운영되고 있을 경우에는 이를 각각 독립된 별개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취급하여야 할 것입니다(1975.10.30., 근기 1455-15721).
 

태그:#공인노무사, #5인미만, #4인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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