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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Blacklist)란 일반적으로 감시가 필요한 위험 인물의 명단을 말합니다. ‘업계에 블랙리스트가 있어서 노동청에 신고를 하면 다음 직장에 취업하기 힘들다’는 고충을 종종 듣는데, 이때 블랙리스트는 기업에서 일하던 개인의 정보가 담겨있는 문서로, 기업이 노동자를 채용할 때 동종 업계 취업을 막기 위하여 작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하는 사람이 적은 지역이나 업계가 크지 않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한 번쯤 블랙리스트라는 말을 들어보았다고 하지만, 소문으로만 전해질 뿐 실제로 명부 자체를 본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최근 일용직 노동자의 취업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실제로 채용을 하지 않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실체가 없이 느껴졌던 블랙리스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기업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며 개인의 취업을 방해한 행위 자체는 아주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노동조합이 활성화되던 당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노동자의 명단과 그 신상을 종합한 자료를 만들어 같은 업계나 같은 공단 지역 업체들끼리 회람해 노동조합 활동 경력이 있는 노동자가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40조에서는 취업방해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0조에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라는 뜻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사용자 단체 관련자,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수사기관, 정보기관 등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도 포함합니다.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이라는 뜻은 적극적으로 취업을 방해할 의사가 없어도 그 행위가 취업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알고 행한다면 방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 혹은 사용하거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되므로, 우편,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서 취업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위반 행위에 해당합니다. 위반 시 제10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이러한 처벌은 강제 근로, 폭행, 중간착취, 재해로 요양하는 기간과 산전·산후 휴업 기간 중 해고 금지의무를 위반하는 행위 등과 함께 근로기준법이 가장 엄하게 처벌하고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0조는 ‘취업을 방해할 목적’이라는 점을 명시하여 일반적으로 취업 방해 의사가 없었던 경우나 취업 방해의 목적이 아닌 단순한 경력조회 등은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근기68207-1621, 1994.10.11.). 반면에 퇴직한 근로자를 다시 채용하지 않을 목적으로 동종 업체들 간에 재직기간이 명시된 퇴직근로자 명단을 작성해 공유했고, 실제로 그 명부에 기재된 근로자에 대해서는 채용한 사실이 없는 경우라면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13.04.19. 근로개선정책과-2389).
 
취업방해의 금지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기업이 개인에 대한 명부를 작성하여 이를 기반으로 해당 기업에 채용하지 않은 행위는 타인에게 명부를 공유하여 취업을 방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고유권한인 채용권의 행사로도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후 채용을 배제하기 위하여 사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기업에 대하여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제40조에는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명부를 ‘작성’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다른 회사에 공유하여 취업을 방해하지 않았더라도 실제로 입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취업 방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습니다.

덧붙여, 해당 기업에의 재취업을 판단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는 일종의 징계로 보여지는데, 징계 사유나 절차를 판단하지 않고 기업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재취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블랙리스트를 사용할 근거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블랙리스트로 인하여 해당 직종에서 근무하기 어려워진 노동자 개인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금, 자유롭게 채용할 권리라고 말하는 회사의 경영권과 근로기준법 상 취업방해의 금지 규정에 대하여 다시 고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세이 속 Q&A]

Q. 취업방해 행위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근로기준법 제40조 위반으로 약식명령을 발령받아 확정받은 후,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근로자가 취업을 하려는 매장의 업주에게 취업에 방해가 되는 내용을 고지하였고,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10. 28. 선고 2016나2714 판결).

태그:#공인노무사, #블랙리스트, #취업방해의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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