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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거리가 끊겼소. 한달 두달 건너뛰던 것이 몇 달 겅중겅중 뛰더니만 아예 꽃물도 안비치더라고. 그래 나 서방한테 말했소. 나 달거리가 끊겼소 했더니만 별일 아니라고 그러드만. 하긴 같이 자 본 지도 오래됐소. 그 양반한테 내가 여자겠소. 그래도 벌건 꽃물 비칠 때마다 나 아직 여자요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소. 그런데 이젠 달거리도 없소. 심장 한구석이 휑한 것이 찬바람이 부요. 아주 온몸이 다 시린 것 같소. 손발도 저리고 이대로 죽나 싶소. 아니, 이미 내 여자는 죽었소. 여자 구실도 못하는 게 여자요? 어제 딸내미가 그러드만. 엄마 요새 이상해. 나 딸내미한테는 달거리 없단 소리 안했소. 딸내미한테는 그 소릴 할 수가 없더라고. 내가 별일 없다 하니까 정말 별일 없는줄 아는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그런데 그게 왜 또 그렇게 섭섭하오. 마음이 그냥 허전한 것이, 우리 엄마가 보고 싶드만. 나도 우리 엄마 달거리 끊어졌을 때 그랬나 싶소. 나 처음으로 꽃물 비칠 때 울 엄마가 니도 이제 여자가 되얏다 하시면서 흰 광목으로 월경대를 끊어다 주시는데, 그걸 하고 밖엘 나가니까 왜 그렇게 가슴이 벌렁벌렁 하던지. 사람들 모두가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소. 달이면 달마다 귀찮다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게 여자 아니요. 내가 지금 이렇게 허전한 것처럼, 우리 엄마도 그랬을까 싶소. 그랬겠지. 우리 엄마도 나처럼 이랬겠지. 우리 엄마가 많이 보고 싶소."

여자 나이 50. 그녀들은 젊었을 때 그토록 지겨워하던 월경을 마칠 때 소위 <폐경증후군>을 겪는다. 알려진 폐경증후군은 신체적인 아픔 뿐만 아닌 정신적으로도 <이젠 여자도 아닌, 여성의 기능을 상실한 아줌마 또는 할머니>라는 성을 사회에게서 강요받고 또한 스스로에게 자각시킨다.

여성이 몸으로 남성과 다르게 겪는 경험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생식과 관련된 것이다. 생식적인 생리현상을 중심으로 보면, 여성은 사춘기에는 월경을 시작하고, 청·장년기에는 출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장·노년기에는 '폐경기'(또는 '갱년기')를 경험한다.

그런데 성차별주의가 깊게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여성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이같은 특별한 경험들에 종종 부정적인 의미가 붙어다닌다. 월경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소녀가 월경을 시작하면 임신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축복을 받을 뿐, 막상 여성들만의 경험인 월경이란 그 자체나 월경과 관련된 것(생리대 등)들은 '감춰야 하는 것' '부끄러운 것'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월경을 안 하게 되는 나이 50대가 되면, 임신도 할 수 없는, 여자의 기능을 상실한 제3의 성으로 전락하게 되고, 그에 대한 그녀들의 상실감과 우울감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폐경이란 언어가 아닌 완경(完經)이란 말을 사용하기로 한다. 어머니들에게 끊어질 폐자를 써서 마치 여성으로 완전히 끝난다는 느낌의 언어 대신, 월경을 다 이루어 낸 완전히 성숙해진 사람으로서 또 다른 여성이 시작되는 시기라는 뜻의 완경.

9월 8일 토요일 동대문 훈련원공원에서는 이제 완경을 겪는, 또는 앞으로 겪으실 우리의 어머니들과 그 어머니의 딸들, 그리고 초경을 겪는 소녀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월경/완경파티 <얘기치 못한 즐거움>이 열린다. 월경을 하고 있는 여성 그리고 그 여성들의 남자친구, 그녀/그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하는 월경축제에서 또 다른 그녀들의 성(性)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www.menses.org)

"엄마. 우리 엄마. 엄마는 여자잖아요. 저보다 몇십 년을 더 사신 여자잖아요. 엄마 저를 좀 붙들어주세요. 제 손 한번만 꼭 잡아주세요. 그럼 저도 제 두 다리로 꿋꿋하게 걸어갈께요. 엄마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요. 그렇게 둘이 같이 걸어가요. 전 월경이고 엄마는 완경이에요. 폐경이 아니라 완경이에요. 저도 나중에 엄마처럼 진짜 여자가 되어 다른 사람들의 손을 잡아줄게요. 엄마. 완경을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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