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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커다란 소시지를 입안에 가득 넣고 1리터짜리 맥주를 한숨에 벌컥 벌컥 마시는 사람들이 즐비한 옥토버 페스티벌부터, 아직도 건재함을 자랑하는 축구 강국, 그리고 바하, 베토벤, 슈베르트 등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들을 배출한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이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에서 음악 공부를 하기위해 매년 많은 한국 학생들이 독일 땅을 밟는다.

그들은 독일 음악 유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북독일 브레멘에서 생활하고 있는 4명의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정통 클래식 음악을 배우고 싶어 독일로 왔지만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남들이 가니까 유학을 오게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충고도 들려 줬다. 그리고 유학 오기 전 어학 등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알찬 독일 유학생활의 지름길이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1월 22일 그들이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참석자>
황은아 (독일 유학 5년째, 피아노 전공)
김혜원 (독일 유학 3년째, 피아노 전공)
허숙정 (독일 유학 2년째, 플루트 전공)
고린도 (독일 생활 5개월째, 현악기 제조과정 입학준비중)


- 왜 독일로 유학을 왔나?
▲ 황은아
ⓒ 김정원
황은아: "독일이 기초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베토벤, 바하 등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라고 생각했죠."

김혜원: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절 가르치셨던 교수님이 독일에서 공부를 하셨죠. 그 영향이 컸어요."

허숙정: "저도 선생님 영향이 컸어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독일로 왔는데 레슨 선생님이 독일에서 공부하셨어요. 원래는 한국에서 대학을 가려고 원서까지 넣고 준비하다가 대학을 졸업해도 유학을 많이 가니까, 결국 갈 거면 일찍 가자, 그래서 왔어요."

고린도: "고등학교 들어가서 첼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구요, 음대에서 첼로 전공하다가 1학기 남겨 놓고 처음에 프랑스로 갔어요. 독일은 나이 제한이 심한데 프랑스는 나이 제한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처음 프랑스로 갔죠. 친척분도 계셨고. 그러다가 악기 제조를 배우러 독일로 왔어요. 아무래도 독일이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 허숙정
ⓒ 김정원
- 유학 생활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황: "딱 꼬집어서 이야기하기는 힘든데 한국과 많이 달라요. 사고방식이나 여러 문화적인 면에서…. 그리고 저는 날씨를 그렇게 타지는 않는데 한국 사람들이 살기에는 좀 힘든 날씨예요."

허: "처음 시험 준비할 때 스타일이 많이 다르니까 고생을 좀 했죠. 예전에 하던 걸 다시 새로 바꾸는 게 힘들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선생님들이 명확하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치시거든요. 그 당시엔 그런 교수 방법이 싫었는데 독일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씩은 그게 그리울 때가 있어요. 여기는 교수님들이 어떤 한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게 아니거든요.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도 한번 해 봐라, 네가 한번 네 소리를 찾아봐, 네 테크닉을 찾아야지, 이런 식이예요. 그래서 가끔씩은 누가 콕 꼬집어서 이야기를 해 줬음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 입학하기 전까지 대체적인 준비 과정은 어떻게 되나?
황: "우선은 독일 도착하자마자 2~3달은 어학 과정을 시작해요. 피아노의 경우 연습실 구하기가 어려워 2~3달 동안 연습을 거의 못하고 어학만 하게 돼요. 그러다가 3개월 이후부터는 레슨 선생님을 구하게 돼죠. 레슨 받기 전에 우선은 테스트를 받아요. 나를 가르쳐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레슨을 받게 되면서 6~8월, 1~2월 사이에 입학 시험을 치러 전 독일로 '시험여행'을 다니죠. 그러다가 합격하면 거기서 계속 공부를 하게 되죠."

▲ 김혜원
ⓒ 김정원
- 한달 생활비는 대략 얼마 정도 드나?
김: "도시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여기 브레멘 경우를 예로 들죠. 일단 한학기에 등록금이 140~150유로 정도. 일년에 300유로 정도 되네요. 그런데 곧 한학기 등록금이 500유로 정도로 인상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집세 250~350유로, 의료보험비 50유로, 그리고 나머지 기타 비용 등 대략 700~800유로 정도가 최소 생활비로 들죠. 그리고 어학 코스와 개인적으로 레슨을 받게 되면 비용이 훨씬 더 들죠."

- 한국 학생과 외국학생들 차이점이 있다면?
허: "한국 학생과 일본 학생들이 연습을 많이 해요. 그리고 서양 학생들은 타고난 음악성이 있어요. 곡을 처음 받아도 빨리 파악해요. 우리는 아무래도 우리 전통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좀 힘든 면이 있죠."

-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허: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왔는데,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결정하게 되면 어느 정도 목표의식이 생길 수 있는데 어릴 때 나오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줄어 들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은 대학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자신을 돌아본 다음 유학을 오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해요."

▲ 고린도
ⓒ 김정원
김: "여러 곡들을 더 배워서 레퍼토리를 늘려 왔으면 해요. 그리고 한국에서 어학 준비를 많이 하면 유학 생활이 훨씬 수월할 것 같아요."

고: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친구가 가니까 나도 간다,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가게 되면 후회하게 돼죠."

황: "돈을 더 벌기 위해, 교수가 되기 위해, 그런 목표 의식을 가지고 독일로 안 왔으면 좋겠어요. 내 젊음을 공부에 바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왔으면 좋겠어요."

"기교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더 중요"
[인터뷰] 쿠르트 자이버트(브레멘 국립음대) 교수

▲ 자이버트 교수는 기교도 중요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정원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독일 교수들은 한국 학생들에 대해 그리고 음악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브레멘 국립음대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쿠르트 자이버트(Kurt Seibert)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는 1944년생으로 2차 세계대전 전후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하우스 뮤직이라고 해서 집에서 악기 하나씩은 다 기본적으로 했죠. 저도 어릴 적부터 첼로, 바이올린, 플루트 등 집에서 여러 악기를 배웠습니다. 어머니 또한 첼로를 다루실 줄 아셨죠. 음악을 직업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주 나중의 일이죠.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됐습니다."

- 음악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저는 음악은 혼자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총체적인 문화의 한 부분이고 음악 또한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죠. 저는 가급적 학생들에게 연습실에서만 틀어 박혀 피아노를 치는 것만이 음악이 아니라고 가르칩니다. 밖으로 나가 여러 다른 문화들을 둘러보고 느끼는 것. 그것 또한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고 계신데 (절반 정도가 한국 학생), 한국 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처음 학생들이 오면 어느 나라에서 오는지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일반적으로 한국 학생들은 다른 외국 학생들에 비해 예의 바르고 잘 교육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시험이나 어떤 외부 압력이 있으면 잘 하지만,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은 많이 서툰 편이죠."

- 신입생 선발시 중요한 기준이 있다면?
"일단 당연히 실력이 좋아야 하겠죠. 그리고 아까도 언급했지만 음악은 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와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언어 실력 또한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입학시험을 치를 때 오로지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또 독일에서 학위만을 받기 위해 시험 치러 오는 학생들을 많이 보게되는데, 일단 그런 자세가 느껴지면 저는 그 학생을 뽑을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음악을 제대로 하길 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학생을 만나게 되면, 약간의 기교적인 부족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독일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한국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왜 독일에서 공부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싶네요. 단지 2~3년정도 와서 학위만을 받고 돌아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외국에 비해 독일이 학비가 싸서 오고 싶은 것인지,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물어 봐야 합니다. 요즘 독일 경제도 안 좋고 뽑을 수 있는 학생도 많지 않기 때문에 2~3년 정도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학생들도 많은 데 확고한 목표 의식이 없다면 이 시간들이 불필요한 시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 장래계획이 있다면?
"우선 교수로서 제자들을 계속 양성하고 싶고, 저 스스로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연주가로서의 삶도 살고 싶습니다. 또 몇 년 전부터 시작한 'Max Reger Tage (연주회·콩쿨 및 마스터 코스)'라는 음악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음악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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