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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가을 운동회 날입니다
ⓒ 이주환
가을 하늘이 드높고 푸르다. 나무에 과일들은 가을볕에 빛깔이 더욱 선명하게 고와지고 가을산은 열매의 무게로 한층 깊어졌다. 가을 이맘때면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로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아이가 다니는 원신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가 있는 날(12일)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운동회가 있는 날은 설렌다. 아이가 청백 계주 선수로 나가 뛴다고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청백으로 나누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응원이다.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데 아주 재미있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 왔어요 청군이 이겼다고 전화 왔어요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니야 백군이 이겼다고 전화 왔어요"


▲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 이주환
2학년들의 콩주머니 던지기가 시작 되었다. 흰색 바구니와 청색 바구니를 장대에 달고 운동장에는 태극무늬의 콩주머니를 흩어놓았다. 백군과 청군이 신호에 맞추어 동시에 뛰어가 콩주머니를 바구니에 던져 넣는다.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다 던져 넣은 후 하나, 둘, 셋, 넷하며 계수를 할 때는 정말 조마조마 하다. "백군이 이겼습니다!"하자 함성이 울려 퍼진다.

▲ 누가 많이 던져 넣나?
ⓒ 이주환
5학년의 줄다리기 시합이다. 줄잡이의 맨 처음을 힘센 아이들로 배치하던 옛날 나의 운동회와는 다르게 여자 아이가 앞에서 끌고 있다. 저 아이들의 용트림하는 모습만으로도 가을 운동회는 힘차다. 신나는 난장이다.

어렸을 적 마을 청년들은 집집마다 볏짚을 거둬 겨우내 새끼를 꼬고 그 새끼줄을 다시 꼬아 동아줄을 만들고 그 동아줄을 꼬아 큰 줄을 만들었다. 그 줄의 무게는 동네 장년들과 어린이까지 모두 나서 둘러메야 할 정도로 무거웠는데, 이런 줄로 줄다리를 하면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승패를 가르는 흥분과 팽팽한 긴장이 있었다.

"영차, 영차, 청군 이겨라"
"영차, 영차, 백군 이겨라"

깃발을 힘차게 휘젓는다. 온 힘을 다해 버티지만 백군이 끌려간다. 청군의 승리이다.

▲ 영차, 영차 힘차게 당겨라
ⓒ 이주환
하늘은 푸르고 만국기가 바람에 나부낀다. 운동장에는 함성과 달리기와 흥겨운 가락과 진행자의 마이크 소리가 어우러진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구경 나온 학부모들은 학부모끼리 청팀과 백팀의 결과가 나올 때마다 환호하며, 박수쳐준다.

어렸을 때, 시골 운동회에서 계주는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었다. 시골 마을별로 학부모 중에 선수를 차출하여 아이들과 함께 계주 시합을 하는데, 이때는 청백대항이 아니라 마을대항으로 변한다.

얼마나 경기가 치열한지 운동장의 달리기 전 구간을 사람들이 빽빽이 둘러앉아 응원을 하는데 아슬아슬하게 승패가 갈린다. 이긴 마을은 승리에 환호하며 꽹과리와 어깨춤까지 곁들여 흥겨운 잔치가 벌어진다.

아이들의 계주 시합 역시 흥분과 열띤 응원으로 운동장이 떠들썩하다. 아예 신발을 벗고 바람을 가르듯 달리는 아이들은 사슴의 발처럼 빠르다.

▲ 신발도 벗어 던지고 질주하는 청팀 선수
ⓒ 이주환
계주 시합이 끝나고 아이들의 탈춤공연이 있다. 흥겨운 가락이 가을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형상으로 "으짜라 으짜 으짜라 으짜짜" 탈춤이 시작이다.

"탈춤판을 벌여보자, 난장판을 벌여보자"
"방자 향단아,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아보자"
"꽹과리도 신이 나서, 피리 나팔 부를 소냐"
"장구 북도 거들어 보자, 장작불도 춤을 춘다"
"니가 쓴 탈바가지, 뭐가 그리 즐거우냐"
"네가 쓴 탈바가지 밤새도록 웃는구나"


얼굴에 해학적 가면과 긴 소매의 옷을 입고 덩실 덩실 춤을 춘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아이들이 손사위를 위로 치켜들며 발을 구르니 운동장이 전체가 꽃밭이다. 우리의 가락과 춤은 순식간에 전체를 하나로 묶는다. 대동의 한마당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나도 함께 어깨를 들썩여 본다.

아이들의 얼굴은 땀이 흐르고 가을볕에 달구어 잘 익은 사과빛이다. 저 건강한 빛이 넘실되는 운동장에 상쾌한 웃음이 넘친다. 가을 하늘은 청명하여 기상을 드높게 하고 운동장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이 힘차게 구르고 있다. 오늘은 가을 운동회 날이다.

▲ 탈춤 공연을 위해 입장하는 춤꾼들
ⓒ 이주환

▲ 탈춤판을 벌여보자 난장판을 벌여보자
ⓒ 이주환

덧붙이는 글 | 원신초등학교 가을운동회날을 취재했습니다. 유쾌하고 즐거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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