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50년대 말, 런던의 디스코카바레에서 남자 친구와 춤을 추던 19세 소녀가 갑자기 불꽃을 뿜어대며 타기 시작했다. 목격자들은 소녀의 체내에서 가스가 폭발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소녀의 남자친구는 주위에는 그녀의 드레스로 옮겨 붙을 불이 없었다고 했다. 결국 검시관은 원인 모를 화재로 인한 사고사로 결론을 내렸다. 이른바 '인간 자연연소 현상'이었다.

▲ 영국의 글래스턴베리 토어. 아서왕이 떠났다고 하는 신비의 땅, 아발론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 책 본문에서
1900년 그리스의 크레타 섬 북부의 작은 섬인 안티키테라 부근 바다에서 침몰선 한 척을 건져 올렸다. 배는 기원전 65년경 로마로 향하다 조난당한 상선으로 추정되었다. 그 배 안에서 기계 하나가 발견되었다. 캠브리지 대학의 프라이스 교수는 이 기계가 자동회전식 천구의(天球儀)라는 것을 밝혀냈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들의 상대 위치와 시간을 아주 정확하게 표시하는 이 기계에는 안티키테라 컴퓨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불가사의는 인간의 힘이나 지식으로 헤아리기 힘든 것을 말한다. 그래서 불가사의한 세계는 많은 인간들에게 자유로운 상상을 허락한다. 불가사의한 현상의 원인으로 신이나 초자연적인 힘, 우주인과 같은 외계 생명체가 곧잘 언급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이종호는 이러한 태도에 반대한다. 불가사의를 인간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로만 생각한다면 이는 인간의 힘을 축소시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많은 역사학자들, 과학자들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불가사의한 문제를 풀기 위해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이를 뒷받침할 유물을 제시하고 과학적인 갖가지 추론을 제시한다.

수수께끼의 남극지도를 풀기 위해 인공위성 사진을 검토하고, 아서왕 전설의 무대가 되었던 곳들을 치밀하게 답사한다. 때로는 콜럼버스보다 중국의 정화원정대보다 먼저 신대륙에 가서 지금의 캐나다 뉴펀들랜드 섬에 거주지 등의 유적을 남겼던 바이킹의 탐험로를 좇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의 무대는 광활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숭배했던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을 받는 무녀들의 비밀스런 의식은 그리스 중부의 파르나소스산을 배경으로 한다. 이집트 중부 덴데라의 하토르 여신을 모신 신전 제17호실에서는 기원전 수천 년 전에 이미 전기 램프를 사용했을 걸로 추정되는 그림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남태평양의 외딴 섬 이스터에서 남아메리카의 고원지대, 영국의 콘월반도, 마르코폴로가 지났을 둔황 석굴, 아프리카의 도곤족 마을 역시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의 몇몇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저자는 불가사의한 현상들을 추적하면서 과학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지금의 지식들 또한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지의 힘에 대한 가능성에도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이 인간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할 뿐이다. 그것은 인간이 새로 도전해서 풀어야 할 영역인 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가능성을 열어 놓을 때에만 발전한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듯 이 책을 읽다 보면 심심찮게 흥미로운 사실들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옴파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배꼽을 뜻하는 말로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는 실제 옴파로스라는 돌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델포이는 세계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이종호는 과학자이자 고대문명 탐사가다. 프랑스 페르피낭 대학교 유학 시절부터 세계의 여러 유적지를 탐사하며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도 그는 문명과 과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많은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과학으로 여는 세계 불가사의 1 - 신과 미지의 수수께끼에 도전한 인간들의 이야기

이종호 지음, 문화유람(2006)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