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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12. 기자회견을 막아서는 경찰
ⓒ 황윤미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 도로에 10여대의 경찰 버스와 전경들이 열을 지어 늘어섰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서울 평통사) 회원 10여명이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경찰청 정문 근처에 도착했다. 무전기를 들고 있던 대여섯 명의 사복경찰들은 "민원실 쪽에서 기자회견을 하라"고 평통사 회원들에게 요구했다.

그렇지만, 서울 평통사 회원들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도 이러지는 않는다. 기자회견을 어디서 하면 어떠냐. 경찰청 정문 앞은 무슨 성역이라도 되느냐”며 항의했다. 이들은 어마어마한 경찰병력에 대해 “겨우 10여명이 기자회견하려는데 이렇게 많은 경찰을 동원하느냐, 무엇이 무서워서 기자회견을 막으려는 것이냐”고 외쳤다.

이들이 인도에서 펼침막을 펴고, 피켓을 나누어 기자회견을 시작하려고 하자 한 경찰 간부가 다급하게 “밀어버려”라고 소리쳤고 전경들은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운신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을 에워쌌다.

‘평택’과 ‘평통사’는 부담스러워 장소를 빌려줄 수 없다?

서울 평통사 회원들은 이날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의 장소사용 허가를 받아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평화영화제’를 인권보호센터에서 열 계획이었는데, 9월말 인권센터에서 갑자기 장소사용 허가를 번복하는 통고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허 이유가 개막작인 <대추리 전쟁>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위해 활동해 온 평통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청과 인권보호센터가 인권이란 간판만 내걸었지 ‘평택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단체’에겐 그 어떤 권리도 보장해줄 수 없다고 비판하는 회견을 연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평택에 관한 한 인권이고 뭐고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아니냐”는 한 발언자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경찰은 기자회견장에서 무슨 불법,폭력집회를 진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경찰이 독재정권 유지를 위한 탄압과 고문의 산실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보호센터’로 만든 것은 결국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간 국민 위에 군림해왔던 경찰이 이미지를 조금 바꿔보려는 기만책에 불과하다는 게 서울 평통사의 주장이다.

기자회견까지 막아 나선 경찰

속속 도착한 사람들이 기자회견에 합류하고자 했으나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민가협 어머님들과 양심수 후원회 권오헌 의장이 “기자회견에 가려고 하는 것을 막는 게 어디 있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회견장에서 서대문 쪽으로 50m쯤 떨어진 곳에서 기자회견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을 경찰이 또 에워싸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경찰의 수가 워낙 많아 이들은 기자회견에 합류할 수 없었다.

서울 평통사는 인권보호센터에 이제라도 ‘평화영화제’ 장소사용을 허가하여 평택 주민들과 평통사 회원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반성하고, 장소사용 번복에 대한 피해보상과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인권센터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적절한 장소를 구하지 못하면 경찰청 앞에서라도 영화제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10월 25일에는 ‘평화영화제’ 전야제 형식으로 경찰청 앞에서 개막작 <대추리 전쟁>을 상영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황윤미 기자는 서울 평통사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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