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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둘러싸여 꼼짝하지 못했다.
ⓒ 황윤미
25일(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는 경찰청 앞. 수십 대의 경찰 버스가 경찰청 앞 도로는 물론이고, 건너편 1차선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인도에는 1천여명의 전투경찰들이 줄지어 있어 통행하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서울 평통사가 경찰청 앞에서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대추리 전쟁>을 상영할 계획인데, 경찰이 이를 막아 나선 것이다. 평통사가 2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를 빌려 '평화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하였는데, 갑자기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에서 장소사용 허가를 번복한 것. 개막작인 <대추리 전쟁>을 문제 삼은 것이다.

평통사는 이에 항의하여 경찰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시위도 벌였다. 그리고 이날(25일) 평화영화제 전야제로 <대추리 전쟁>을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오후 7시 경찰청 앞 건널목. 경찰 수십 명이 경찰청 앞으로 건너가려는 한 사람을 갑자기 에워쌌다. '영화 상영을 허용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었기 때문.

"왜 지나가려는 사람을 막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게다가 경찰은 손에 들고 있던 피켓을 막무가내로 잡아 빼앗아 망가뜨렸다.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이곳으로 몰려들어 불법적으로 사람을 에워싸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 항의했다.

잠시 뒤, 경찰은 움직임을 풀긴 했지만, 이번에는 경찰청 쪽으로 사람들이 건너가는 것을 막기 위해 건널목을 막아버렸다. "왜 길을 막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지휘관인 듯한 경찰은 "이해해 달라", "오늘 영화 상영 못 하니까 집에 가라"고 했다. 이에 '무슨 근거로 길을 막느냐'며 적법한 법 집행을 하는 것이라면 이름을 대라고 요구했으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또 경찰은 항의하는 사람들을 계속 캠코더로 체증했는데, 불법적인 집회가 아닌 이상, 경찰이 사람들을 체증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역시 막무가내로 계속 체증을 했다.

한편 영상 상영을 위해 장비를 실은 트럭 뒤에는 견인차가 쫓아다니며, 잠시라도 차량을 세우면 곧 견인해 가려고 했다.

주최 측은 "영화제 상영은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청 앞에서 상영하지 못할 아무 이유가 없다"며 상영을 허용하라고 했으나, 경찰은 끈질기게 트럭을 뒤쫓아 왔다.

오후 8시경, 경찰청 건널목 인도에서 7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이날의 상황을 정리했다. 이 자리에서 <대추리 전쟁>을 찍은 정일건 감독은 "아까 한 경찰이 <대추리 전쟁>이 불법 영화라고 했는데, 정말 어이가 없다"며 "이런 경찰에 대해 향후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평통사는 원래 경찰청 앞에서 <대추리 전쟁> 상영을 경찰청에 대한 마지막 항의 행동으로 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렇게 나오는 이상 또 다른 항의행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했다.

서울 평통사는 26일부터 29일까지 '평화영화제'를 민주노총 9층 교육원에서 개최하고, 26일 개막작으로 <대추리 전쟁>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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