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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대답은 않고 그저 웃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도덕성 검증 공세에 대한 반응이다.

박 전 대표가 그랬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워낙 막중하기 때문에 (대선 후보는)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3일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그 하루 전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한 말도 있다. "검증은 당연히 필요하며 경선과정에서 우리가 직접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칼을 가는데 이 전 시장은 웃는다. 그래서 답답하다. 박 전 대표가 가는 칼이 식칼인지 흉기인지 알 수가 없다.

칼 가는 박근헤, 묵묵부답 이명박

▲ 박근혜 전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저 웃기만 하는 이 전 시장을 대신해 답을 내놓은 곳이 있다. <동아일보>다.

"유력 대선 후보는 당연히 검증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단서가 있다. "후보 검증이냐, 네거티브 공세냐 하는 점은 누가 왜 제기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신뢰할 만한 기구나 사람이 진정성을 갖고 검증해야 당원이나 국민 다수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박 전 대표의 검증 공세는 어느 경우에 속하는 걸까? 후자, 즉 네거티브 공세에 해당한다.

<동아일보>는 이렇게 단정했다. "이 시점에서 '자체 검증'을 하겠다는 박 전 대표측 태도는 지지율 격차를 만회하려는 음습한 네거티브 공세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제살 뜯기", "진흙탕 싸움"이란 표현도 동원했다.

의문이 싹튼다. 후보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가 어떻게 다른 것이냐는 의문이 맨 앞에 나선다.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어차피 네거티브로 흐를 수밖에 없다. 후보의 도덕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그의 처신과 뒷배다. 대개가 사생활 영역에 포함되는 것으로써 여간해서는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밀 부위'다. 따라서 검증을 하려면 들춰내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아일보>는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눈 다음에 선과 악을 대입시킨다. 주장의 출발점을 잘못 고른 것이다.

맞세워 놓고 시시비비를 가릴 것은 후보 검증 대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다. 맞세울 것은 정당성과 부당성이다. 검증 항목이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누가 왜 제기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기한 내용이 근거를 갖춘 것인가"가 중요하다.

<동아>, 손놓고 있으면서 "후보끼리 검증은 '진흙탕 싸움'"

@BRI@한 발 뒤로 물러나자. <동아일보>가 경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동아일보>는 지지율 격차를 만회하려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하고 있다. 일면 타당한 진단이고 할 만한 지적이다.

더구나 후보 검증에 시동이 걸리면 뜨거워지기 십상이다. 의도가 개입됐든 안 됐든 일단 후보 검증, 네거티브 공세에 시동을 걸면 브레이크 밟기가 쉽지 않다. 의혹을 제기했다가 뒤로 물러서는 순간 역공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뢰할 만한 기구나 사람이 진정성을 갖고 검증해야" 한다는 <동아일보>의 주장을 배척할 이유는 없다. '오직' 이들만 검증을 해야 한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지만, 이들이 검증하는 게 최선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박 전 대표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가 직접 후보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밝히기 전에 한 말이 있다. "언론이 검증을 하지 않는다면"이라고 했다. 언론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것이 안 되면 부득불 자기가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 언론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목도하는 그대로다. 검증에 발 벗고 나서는 언론이 없다. <동아일보>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에게도 사정이 있다. 여권의 대선 후보는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서만 검증을 하면 편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가뜩이나 정파언론이라고 비판을 사는 터에 괜히 나서서 매를 벌 이유가 없다. 더구나 후보를 잘못 골라 검증에 나섰다가 나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럼 후보 검증은 누가 하나

공교롭다. 언론의 이런 사정을 헤아리려고 하니까 <동아일보>의 주장을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언론은 곡절이 있어서 검증할 수 없고, 상대 후보가 검증하는 건 "음습한 네거티브 공세"니까 안 된다.

그럼 국민은, 특히 50%의 선거권을 보장받은 국민은 무엇을 근거로 한나라당 후보들의 도덕성을 평가해야 하나? 방법이 없다. 두 눈 질끈 감아야 한다.

그래도 최종 단정은 피하자. 언론에 대한 선입견도 거두자.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신뢰할 만한" <동아일보>가 "진정성을 갖고" 후보 검증에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당분간은 그냥 지켜보자.

태그:#후보검증, #검증, #대선,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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