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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홈페이지에 올라온 교복 카탈로그. 모델 사진 아래 댓글에는 "스마트 걸루 사려면 아빠 졸라야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 스마트 홈페이지

요즘 지나치게 비싼 교복값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 비싼 교복값 문제가 한두 해 사이 갑자기 불거진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중학교 입학할 때에도 부모님들께서 어떻게 교복을 장만할지 고민했으니까요.

학생 입장에서 부모님이 고민하시면 마음 편할 수 없습니다. 과연 우리는 교복값 해결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대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교복값 해결 방법들을 눈여겨보게 됩니다.

여기 그 내용들을 잠깐 소개하고자 합니다.

[유명 브랜드] 설레는 첫 교복이라서 내가 뭘 몰랐네

제가 중학교 입학하던 때 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일이네요.

처음 입학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비싼 값에 대형 교복업체의 동복을 구입했습니다. 처음이라는 기대감과 이제 막 중학생이 된다는 설렘 때문이죠. 유명 브랜드의 교복을 입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것 같아서 대부분의 친구들은 부모님을 졸라서 비싼 유명 브랜드 교복을 구입해 입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다보면 브랜드에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학생들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사실 브랜드 상표는 옷 안쪽에 있기 때문에, 어떤 교복이 유명브랜드 교복인지,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 동복 교복 상의입니다.
상표는 옷 안쪽에 붙어있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유명 메이커 교복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업습니다.
ⓒ 구아름
[공동구매] 전교생의 50%가 참여하니 교복값 30% 절감

그래서 하복은 몇몇 학부모님들이 모여 공동구매를 했습니다. 입학하고 몇 달 뒤 하복을 구입하기 때문에 교복값이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된 학부모님들이 나름대로 고민을 한 결과지요. 한 어머님이 교복 업체를 알아보시고 주선을 하셔서 다른 학부모님들도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당시 저희 중학교 학생들 중 50% 정도는 그 교복을 입게 되었습니다. 유명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친구들도 불만 없이 어머니와 함께 교복을 맞추러 갔고, 그 결과 대형업체에서 살 때보다 약 30% 정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대형업체의 교복값이 원가보다 두 배 정도가 비싼 이유는 유통비에 있다는 조사결과를 보았습니다. 공동구매는 유통비라는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복 업체와 학부모님들이 중간 유통과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직접 접촉할 수 있다면 지금 교복 값으로 고민하고 계신 많은 학부모님들의 시름을 놓아드릴 수 있습니다.

[선택구매] 일단 꼭 필요한 옷만 사세요

그런 후 3년이 흘러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었습니다. 처음 교복을 살 때는 역시 대형업체를 먼저 찾아갑니다.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상황은 되는지, 이 학교가 물려입기는 하는지 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학교 측이 교복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앞장서서 알려주지 않는다면, 조금이나마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입학시 꼭 입어야할 것들만 구입하는 것입니다. 여분의 셔츠는 구입하지 않고, 치마나 바지는 하나씩만 구입한 뒤 필요하면 다시 구입하는 게 좋습니다.

[아나바다] 동·하복 2000원, 체육복은 1500원... 새 옷 보조수단으로 좋아

▲ 하복 교복 상의입니다.
ⓒ 구아름
제가 다닌 고등학교에는 아나바다 동아리가 있습니다. 교복·체육복 등을 기증받아 매우 싼 값에 팔고, 수익금은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는 곳입니다. 처음 교복을 살 때는 교복 업체에서 주로 사지만 나머지 더 필요한 부분이나, 물려입어도 될 만한 옷(교복치마나 조끼·체육복 등)들은 동아리를 이용해서 구입했습니다.

물론 교복 전체를 아나바다에서 구입한다면 돈을 아끼는 데는 더없이 좋겠다만, 그렇게 하기엔 기증되는 옷들의 상태나 수량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학교 학생들은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동아리는 학년당 5명 정도로 구성됩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시간마다 동아리방을 열어서 기증받은 물품을 판매합니다. 졸업생 혹은 졸업을 앞둔 3학년들을 대상으로 기증을 받거나 교실에서 버리고간 옷을 수거합니다. 선배들이 버리고 간 교복이나 체육복을 수거해서 세탁한 후 판매하는 것이지요.

가격은 교복은 동복·하복 모두 각각 2000원, 체육복은 상·하의 각각 1500원. 매우 싼 가격이라서 재학생들 모두 부담 없이 이용하고 있고, 직접 옷을 고르기 때문에 경쟁률도 치열합니다. 누가 먼저 들어가서 좋은 옷을 고르냐가 관건이거든요.

학교 측에서는 동아리 부원들에게 봉사시간을 인정해줍니다. 사실 이 동아리는 재미로 하는 동아리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하는 배려이지요. 꼭 필요한 동아리가 인기가 없어, 부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저도 고2때 아나바다 동아리실에 하복체육복 바지를 구입하러 간적이 있었어요. 친구들끼리 서로 체육복 바지를 빌려주고 빌려입다 보니까 없어지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제가 체육복을 잃어버려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친구가 같이 금요일에 아나바다 실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친구의 추천 덕분에 찾아가서 적당한 체육복 바지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남학생을 키우시는 학부모님들은 교복 때문에 더 고생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남학생들은 교복과 체육복을 너무 험하게 입어 한 벌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돈이 두 배로 들어간다고 해요. 이런 경우를 위해서라도 '아나바다' 같은 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다면 부모님들의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제도 있으면 학교는 신입생들에게 알려야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알지 못하면 활용을 못하겠죠.

첫째, 학교의 도움이 중요합니다. 공동구매나 물려입기, 아나바다 모두 알지 못하면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제도가 있다면 학교는 먼저 학생과 학부모님들께 먼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그런 제도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만드는 게 좋겠죠.

둘째, 학생들의 자세도 중요합니다. 워낙 요즘 청소년들이 메이커를 좋아하니까, 대형 교복업체들이 그런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합니다. 마치 그 교복을 입으면 몸매가 아주 좋아보일 것이라는 과장 광고도 합니다. 학생들은 유명 연예인이 나와서 광고하는 브랜드에만 집중하지 말고, 실제로 입기 편한 교복인지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이 되진 않는지 중고 교복을 입을 수 있는지 없는지 잘 판단해서 교복을 입어야 합니다.

그렇게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위로만 치솟는 교복 값을 조금이라도 내리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구아름 기자는 고3 졸업반이며,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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