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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공동구매하면 9만2천원 더 아낄 수 있다. 교복 평균가가 22만3천원(중소업체 포함)인 데 비해 공동구매 낙찰가격은 평균 13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실이 6일 발표한 '전국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 공동구매 및 착용시기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정 의원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조사를 벌였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8.7% 중·고교만이 공동구매를 실시하고 있으며 제주와 충북에는 공동구매 학교가 아예 없는 등 공동구매 활성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BRI@1년 동안 교복을 구입한 학생수는 재학생 50만명을 포함해 약 170만명. 개별 구입 시 9만2천원이 더 든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전국 학부모들의 호주머니에서 해마다 약 1560억원씩 새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교복 개별구입으로 가계손실 1560억

지난해 전국 5025개 중·고교(중학교 2107개, 고교 2918개) 중 교복 미착용 학교는 85개. 이를 토대로 추정하면 해마다 약 3791억원 규모의 거대 교복시장이 2~3월에 걸쳐 '반짝' 형성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교복은 약 8만원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장의 80%를 점유한 대기업 제품(동복 기준)의 평균 가격은 25만원 선이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20%, 평균가는 17만원으로 대기업 제품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정 의원 측이 1560억에 달하는 가계 손실을 줄이기 내놓은 대책의 골자는 "교복 착용 시기를 5월 이후로 미루자"는 것이다. 교복 공동구매를 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두자는 것이다.

공동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교장과 학부모가 공동구매 발의를 한 이후에도 ▲추진위원회 구성 ▲참여 신청 ▲공개입찰 공고 ▲교복전시회 등을 통한 업체 실사평가 ▲계약 및 치수측정 ▲납품 및 결과 확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략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국 14.6%(733개) 학교만이 5월 이후에 교복을 착용하고 있다. 광주(86%), 대구(69%), 경북(59%) 순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서울은 659개 중·고교 중 2개 학교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3월 교복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교육청이 신입생 배정을 1월 22일(충북, 경북)부터 2월 초(서울 2월 9일)에 발표하고 있으므로 현재 상황에선 신입생 학부모가 공동구매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공동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학교는 신입생을 대신해 재학생 학부모가 주도하고 있다. 공동구매란 반드시 계약당사자인 신입생 학부모가 주체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편법'이 이뤄지는 셈이다. 정 의원 측은 "교복을 싸게 사려는 좋은 의도가 불법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5월 교복착용' 공문, 그러나 학교측은 교복 비싸게 사도록 부추겨

이러한 사실을 교육부가 모를 리 만무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23일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내려 보내 '학부모의 교복 공동구매를 적극 지원할 것'과 '교복 착용시기를 1~2개월 연기할 것을 적극 권장' 한 바 있다.

그러나 2006년에 비해 올해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5월 이후 착용 학교가 733개에서 652개로 줄어든 것이다. 학교측이 비싼 값에 교복을 사도록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정 의원은 "공동구매시 교복가격이 20% 이상 저렴해진다"면서 "학부모가 공동구매를 원할 경우 공동구매를 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교육당국이 교복착용시기 연기를 '권장'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5월 이후로 하도록 의무화하고, 학부모의 교복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교육부에 교복 착용시기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지방사무소 인력까지 동원해 주요 교복제조업체와 전국 판매 대리점의 가격담합 여부나 학부모들의 공동구매에 대한 입찰 방해행위 여부 등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도 교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월까지 사복을 입도록 하고 교복 구매 시 반드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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