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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무한도전>
ⓒ iMBC
말과 행동에 목적이나 의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이른바 '아무 이유 없는' 오락 예능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이유를 묻지마' 프로그램이다. 대중적 주목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주목에 대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주목은 아무 이유 없는 것이 이유다.

<개그야>의 '최국의 별을 쏘다'에서 죄민수는 "아무 이유 없어~"라고 외치고 대중적 인기를 거머쥐었다. 물론 보고 나면, 역시 아무 내용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최민수 패러디라는 단순 행동에 즐거우면 그만일 뿐이다.

<개그콘서트> '마빡이'이는 이마를 치는 단순한 행동으로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마를 치는 것에는 아무 이유가 없다. 근대사회의 노동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는 지적은 학자적 도의를 다하는 분석이자, 무엇인가 학술적인 의미를 덧붙이고자하는 과잉 담론의 소산이다.

마빡이는 수다맨과 같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웃어 달라는 '들이대기 개그'일 뿐이다. 새롭게 선보인 '왜 사니'는 '왜 하니'란 비난도 있지만, 아무 맥락 없다는 측면에서는 마빡이와 같다. 다만, 다른 것은 반전의 요소인데 <웃음충전소>의 '타짱'도 순간적인 급격한 변화에 의지한다. 맥락이나 원칙에 따르지 않으므로 예측을 불허한다.

화제 예능프로, 인터넷 통해 입소문 확산

@BRI@<황금어장>의 '무릎 팍 도사'도 마찬가지다. 진지한 분석 자체를 거부한다. 각본도 없는 순간적인 말재간에 의지할 뿐이다. 무각본에 무원칙, 무지향을 바탕으로 한다. 일부에서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애써 지칭하고자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돌발적인 반전의 웃음이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무한도전>은 그야말로 난장 까기다. '무한도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노는 모양을 중계하는 것이다. 그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이들은 자기 스스로 자학하게 된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자신에게 짜증이 날 뿐이다. 그러나 그 자체로 웃고 넘기면 '시간 죽이기 용'으로는 적절해 보인다. 이렇게 아무런 이유나 맥락 없는 예능 오락 프로그램이 범람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단순 명확하다. 다른 배경 지식이 필요 없다. 수많은 문화적 현상을 자기 복제하거나 패러디하는 경우 그 내용을 아는 이들은 이해가 쉽다. 하지만 그 내용이나 맥락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것은 헛된 우스개로 보일 뿐이다. 호흡이 짧고, 서사 구조는 없다. 이는 인터넷 문화에 더 적합하다. 이 때문에 화제가 되고 있는 예능 프로나 코너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돈다.

이는 장점이면서도 단점이다. 단순한 내용이 크게 호응을 받는다. 단순 명확성을 넘어 감각적인 내용이 화제에 오르기 쉽다. 몸을 이용한 자극적 가학적 개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인터넷을 통해 더욱 증폭된 효과는 실제 프로그램의 시청률로 이어진다. 혹은 인터넷에서만 화제를 모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인터넷으로 볼 때 훨씬 몰입이 잘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종속돼 버린, 지상파 방송

이 때 인터넷에 방송이 종속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인터넷에 적합한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올라가며 담론의 우위를 확보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획 단계부터 인터넷을 염두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타짱'과 같이 인터넷에서는 화제가 되지만 정작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불안 요소는 충분하다. 유독 방학 때만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는 프로도 있다.

이럴 때 문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청률은 실제적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재미없는데도 인지도만 높아진 것뿐이다. 시청자는 관심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방송과 인터넷에서만 담론이 난무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빡이'다. 마빡이는 이마를 치는 행위에서 벗어나 마빡이 동영상이나 마빡이 흉내를 통해 인기를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거품은 꺼졌는데 말이다. 연예인들의 사담 방송이 범람하는 것도 인터넷 매체의 특수성과 연관되어 있다. 진지하고 농축된 프로는 맞지 않는다. 아무 이유 없는 사담 프로그램은 인터넷에 방송이 종속되어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아무 이유 없는' 오락 예능 프로그램의 범람은 오락에 정보를 강화한 인포테인먼트를 밀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현상은 인터넷에 지상파 방송이 종속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중파가 낭비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들이다. 이들 프로그램을 보고나면 왠지 찝찝하고 기분이 상쾌하지 않은데서 프로그램의 한계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래도 <상상플러스>는 난장을 보고나도 단어의 뜻 하나는 건지지 않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서프라이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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