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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학생회관에 '맑시즘 2007'를 홍보하는 큰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행사는 7월 14일부터 4일 동안 4.18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 최재인
진보단체 '다함께'와 고대 사범대 학생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맑시즘 2007' 행사가 7월 14일부터 17일까지 고려대 4·18 기념관에서 열린다. 학교측의 불허 방침으로 한때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주최측의 끈질긴 요구로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맑시즘 2007'은 한미FTA, 미국의 중동전쟁, 한반도 문제, 환경, 대선 등 우리 사회의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다루는 토론회며 올해로 8회를 맞고 있다. 고대에서 열리는 것은 2006년 '전쟁과 혁명의 시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토론회에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과 권영길 의원, 정태인 교수(성공회대)를 비롯해 린지 저먼(영국 '전쟁저지연합' 사무총장)과 존 리즈(영국 리스펙트 사무총장) 등 저명한 진보인사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학교측 "외부단체 행사 강행하는 건 명백한 불법"

행사 일정이 알려지자 학교측은 지난 12일 고려대 홈페이지에 '불법행사 개최에 대한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학교가 허가하지 않은 외부단체의 행사를 강행하는 것을 불법"이라며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과 면학분위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번 사태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선보 학생처장은 "교내 전 건물의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불법행사 개최시에는 해당건물에 대한 수도, 전기, 네트워크의 불능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행사 불허의 가장 큰 이유로 절차상의 문제를 꼽았다. 주최측이 학생처에 행사 신청을 하기도 전에 이미 고려대에서 열릴 것으로 홍보를 했다는 것이다. 강선보 학생처장은 "사범대 학생회 이름으로 다시 신청을 했더라도 '다함께'가 주최하는 행사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허 방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주최하는 학생들 중 2006년에 학교로부터 출교조치를 받은 학생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다는 표시판이 학교 정문에 세워져 있다.
ⓒ 최재인
주최측 "절차상 문제는 핑계, 불허조치 받아들일 수 없어"

13일 학교측의 불허방침으로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다함께' 회원과 몇몇 학생들은 토론회를 열기로 한 4·18 기념관 대강당을 점거했다. 사범대를 다니고 있는 김미정(가명)씨는 "6월 초부터 행사 개최에 대한 협조를 학생처에 요청했고,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며 "학교측의 일방적 불허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사범대, 정경대, 문과대를 포함한 11개 단대 및 과학생회와 17개 학내 단체들은 학교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이를 학교 당국에 전달했다.

교육투쟁과 출교문제를 두고 다른 단과대와 대립해왔던 총학생회장 박상하(공과대 4)씨 역시 "15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질의 학문적 강연회를 불허하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며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할 대학에서 학교의 입맛에 맞는 단체에만 기회를 주는 것은 교육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학교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대 정경대를 다니는 '다함께' 회원 박상현(가명)씨는 "작년에도 했던 행사라서 학교가 이렇게 강경하게 막을 줄은 몰랐다"며 "불허하더라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인 13일부터 고려대 자유게시판에는 '맑시즘 2007' 토론회 개최에 대한 학생들의 찬반 여론이 그칠 줄 모르고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yubi123'을 사용하는 학생은 "외부단체가 학교에서 행사를 하려면 학교당국과의 합의가 필수적이고 허락하지 않으면 다른 곳을 찾는 것이 정상"이라며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이야기 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reue183'은 "화장품 장사치들이 와서 시끄럽게 홍보하는 건 허락하던 학교가 강연회를 두고 학습권, 면학분위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며 "나는 보수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지만, 건전한 진보 담론의 형성 자체를 막으려는 학교의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결국 행사는 학교측과 주최측의 큰 마찰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4·18기념관 경비원 이재완씨는 "이미 가판도 다 차렸는걸 어떻게 하겠느냐"며 "학교측이 얘기한 것처럼 전기를 차단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고려대, #맑시즘, #다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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