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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천 대표가 지난 26일 조순형 후보의 출마선언식에 참석해 "당 지지율이 올랐다"며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끝났다. 대통합은 물 건너갔다. 통합민주당의 박상천 대표가 독자 노선을 고수한다고 사실상 선언했다. 이로써 '미래창조 대통합 민주신당'은 당명에 '대통합'이란 세 글자를 넣기가 머쓱해지게 됐다.

범여권이 마지막으로 택할 수 있는 카드는 후보 단일화다. 박상천 대표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1월에 후보를 단일화해 궁극적으로 범여권과 한나라당의 1대1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가능할까? 당연히 드는 궁금증이다. <세계일보> 기자도 박상천 대표에게 물었다.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박상천 대표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신당과 (통합)민주당 후보 지지도 격차가 현저해지면 어렵지 않다"고 했다.

후보 단일화 시점을 11월로 잡은 이유가 이것이라고 했다. "10월에는 양쪽에서 (서로를) 따라잡을 수 있어 양보하지 않겠지만 대선 한 달 전에는 따라갈 길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박상천이 "후보 단일화 어렵지 않다"고 한 이유는?

상황론이다. 때가 되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후보가 마음을 비울 상황이 조성된다는 논리다. 개연성이 있는 전망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필연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사정 때문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통합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은 이틀 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끝까지 간다"고 했다. "대선 출마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순형 의원의 이 발언이 후보 단일화 거부를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 "양당 구도를 복원하는 차원에서 거쳐야 할 과제"라고 말한 걸 보면 그렇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단서를 달았다. "단일화 전에 기본 노선과 정책에 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얼핏 보면 지극히 원론적인 발언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신당과 통합민주당의 합당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배제론이었다. 이것이 재연될 수 있다. 이미 신당에 합류한 친노세력을 놓고 배제를 왈가왈부하는 건 천지분간을 못하는 짓에 가깝다. 하지만 버전을 달리할 수는 있다.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 문제 등을 놓고 노선싸움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대국민 접촉면이 흔들린다. 반한나라당 구도의 당위성 못잖게 반한나라당 구도의 맹목성이 운위될 수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지분이다.

박상천 대표의 기반은 원외세력이다. 원내세력의 상당수는 이미 신당으로 옮겨갔다. 자명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원외세력의 발언권은 커진다.

원외세력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이해가 걸려있다. 총선 공천장이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려면 원외세력의 반발을 눌러야 하고 그러려면 공천권을 흡족하게 보장해야 한다.

▲ 지난달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식'에서 공동위원장과 대선예비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지율 앞서는 후보가 통 크게 양보해야 하는데...

신당은 그럴 처지가 아니다. 신당을 만들기 전부터 지분싸움을 벌이는 판이다. 친노와 비노, 시민사회세력이 한 데 엉켜 지분을 1%라도 더 따내려 하는 게 작금의 신당 상황이다.

여기에 통합민주당이 가세해 지분을 요구하면 어떤 장면이 연출될까? 분명한 게 있다. 지지율 격차에 정비례해서 지분을 나누자고 할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열세 후보의 표는 다르다. 가중치가 붙는다. 비록 수는 적으나 당락을 가르는 표가 될 수 있다. 등가의 원칙은 적용되기 힘들다. 이게 난제다. 어느 쪽이든 반발은 불가피하다.

반발을 누르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지지율에서 앞서는 후보가 전면에 나서 통 크게 양보하는 길이다. 그러려면 먼저 자기 당을 완전히 장악해야 하고,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면 대선 당선권에 진입했음을 당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서 묻는다. 지금까지 검토하지 않은 다른 상황이다. 신당 후보와 통합민주당 후보의 우열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는? 우열은 나타나지만 그 둘의 지지율을 합쳐도 한나라당 후보에 대적하기 힘든 판이 지속되는 경우는?

태그:#대통합, #박상천, #후보단일화,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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