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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전북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전주 화산체육관에 서 이명박 후보가 대표로 낭독하게 될 경선승복 서약서를 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일주일 남았다. 오는 19일이면 전국 248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실시되고 다음날에 개표가 이뤄진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날이다.

때맞춰 한나라당 내 중립의원 모임인 '중심모임'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 가지를 요구했다. 경선결과에 승복하고, 패자는 승자의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으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인 요구다. 문제는 세 번째 요구사항이다.

'중심모임'은 '공직후보 심사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인사들로 후보인단을 구성하고 당 지도부가 그 중 일정비율 이상의 심사위원을 선임해 공천권한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간명하다. '중심모임'이 스스로 밝혔듯이 줄서기 폐단을 근절하고 당의 실력자로부터 공천을 독립시키기 위해서다.

'충정'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떠오른 승자의 태양, 공직후보심사단은 그늘로

당장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제도 따로 운용 따로'다. 경선 승자가 대선 승자가 된다고 가정하자. 그는 떠오르는 태양이다. '공직후보심사단'이 태양의 그늘에 숨을 공산이 크다.

의지도 크다. 총선 공천이 이뤄지는 시점은 차기 정부가 출범한 직후다. 대통령으로서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충만할 때다. 대통령으로서 여당의 일사불란한 지원을 원하는 건 자연스럽다. 권위와 위세로 공천에 영향을 행사하려는 유혹은 차고 넘친다.

이는 경선과정에서 쌓일 대로 쌓인 감정적 앙금과는 별개의 문제다. 만에 하나 여기에 감정적 앙금이 덧대진다면 '공직후보 심사단'의 독립적 공천은 더욱 어려워진다.

참고사항이 있다. 이명박 캠프의 정두언 의원과 박근혜 캠프의 김무성 의원이 각각 상대캠프 핵심의원 몇몇의 실명을 거론하면 '공천 탈락'을 운위한 바가 있다.

새삼 확인된다. 제도는 운용하기 나름이다. 운용하는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제도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패자의 헌신'을 끌어내기 위해선 '공천의 독립'이 아니라 '공천권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승자가 패자에게 공천권의 일정 지분을 보장해야 한다. 박빙양상을 보이는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상황을 봐선 절반의 공천권을 보장해야 '패자의 헌신'을 끌어낼 수 있다.

그래도 안전판은 아니다. 설령 이런 '거래'가 이뤄진다 해도 사안의 성격상 공개되기는 어렵다. 이면합의로 갈 공산이 매우 크다. 이게 문제다. 97년 대선 때 DJP연합을 이룬 동인은 내각제 개헌 약속이었으나 대선 후에 이 약속을 담은 각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이런 현상이 재연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단언할 일은 아니다. 정치권에 신의성실의 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지켜보는 게 순리다.

경선 후에도 이모습 이대로?... 10일 오후 한나라당 대선 후보선출 전북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전주 화산체육관에 박근혜 이명박 후보가 나란히 입장하며 당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손을 잡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솔로몬도 풀기 힘든 '빅2'의 화학적 결합 해법

다른 점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그런 약속을 하고 충실히 지킨다고 해서 만사가 해결될까? 아니다. 두 후보가 공천권을 나눠 행사하면 보스정치가 부활한다. 부활할 뿐만 아니라 강화된다.

'중심모임'의 기자회견에 배석한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이 한 말이 있다. "두 후보의 지지기반이 너무 다르다"고 했다. 그렇다. 지역으론 수도권과 영남으로, 성향으론 중도와 보수로, 연령대로는 장년과 장년 이상으로 나뉜다.

지지기반이 다르다보니 할거할 여지가 크다. 상호의존성보다는 상대적 독립성이 더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에 비례해서 '보스'의 영역 구획은 더욱 확실해지고 줄서기 또한 노골화한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두 후보가 공천권을 나눠가지면 여야를 막론하고 최근 몇 년간 시도해온 '밑으로부터의 공천'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공천 절차를 어떻게 밟든 사실상 '보스'가 낙점을 하는 방식으로 공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문제다. 정치를 과거로 되돌리지 않으면서 화학적 결합을 이룰 묘안을 찾아야 한다. 그게 뭘까?

솔로몬이 와도 쉽게 풀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솔로몬은 아이를 둘로 쪼개라고 했지만 지금의 솔로몬은 그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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