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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이산-정조>의 인물 관계도
 MBC 드라마 <이산-정조>의 인물 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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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대체로 '대통령은 개인의 능력보다 그 개인을 둘러싼 시스템에 따라 국정운영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본다. 그것은 인적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둘러싼 의사 결정 체계와 구조 그리고 조직력을 의미한다. 물론 체계와 구조, 조직을 채우는 이들은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최근 대중문화계의 흐름은 '왕의 부활'이라고 요약된다.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극이 많이 제작된다는 것이다. 그 한가운데 정조가 있다. MBC 드라마 <이산-정조>, 케이블 CGV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 KBS <한성별곡-正>에 정조가 개혁군주로 등장한다. 뮤지컬 <정조대왕>, <화성에서 꿈꾸다> 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이 바라는 지도자상을 반영하려는 의도에서 이러한 작품들이 정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외에도 광개토대왕 담덕(배용준), 성종(고주원)은 왕의 부활에 한몫하고 있고, 드라마 <대조영>의 대조영(최수종)은 이제 군주의 반열에 올라갈 찰나다.

그런데 '왕'만 다루어서는 사극이 성공하기는 힘들다.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는 대통령의 사람들이 크게 작용하듯이 정작 성공하는 왕의 사극, 궁 중심의 사극은 왕의 사람들을 어떻게 구성하는가가 중요하다.

드라마 <허준>의 절정은 왕의 병을 고치는 내의원 사람들과 어의라는 인물에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어의뿐만 아니라 왕의 여자라는 궁녀의 생활상이 중심에 있는데 여기에 수라간 나인들이 핵심이었다. 궁녀에 대한 주목은 최근 개봉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영화 <궁녀>에서 더욱 깊고 넓게 재창조되었다. 궁녀에 대한 관심은 출판계에서도 이미 수년 전에 관심의 대상이었다.

드라마 <서동요>에서 목라수 박사는 서동(조현재)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사랑을 포기한 남자였다. 또한 서동이 왕에 오르는 데는 기술박사 목라수를 중심으로 태학사 사람들이 결정적이었다. 백제의 예술과 과학기술수준을 보여주는 박사와 기술사들을 등장시키면서 드라마의 재미를 한껏 배가시켰다. 이 드라마에서 백제 무왕의 어머니 연가모(이일화)는 춤을 잘 추는 왕의 여자 궁녀였다. 그녀는 무왕의 아버지 위덕왕의 눈에 들어 무왕(아명 서동)을 낳게 된다.

이미 많은 화제가 되었듯이 SBS <왕과 나>에서는 환관, 내시들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조치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전균은 세조 때 판내시부사다. 김처선은 단종부터 연산군까지 5명의 임금을 지켜본 임금의 가장 측근인 상선내시였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결말 부분에 이르러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는 이가 바로 김처선이다.

영화 <왕의 남자>는 동성애 코드를 통해 연산의 남자를 이미지화하면서 대중적 성공에 이르게 된다. '왕의 남자'는 공길이었고, 공길 역의 이준기는 전 국민의 남자가 되었다. 왕의 사람 중에 광대도 들어간다는 사실은 물론 미약하나마 조선왕조실록에 기반하고 있다.

드라마 <이산-정조>에서는 도화서라는 공간을 선택했다. 그 공간에 지도나 반차도와 같은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공간인 도화서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그 도화서는 정조의 후궁이 되는 성송연(한지민)이 다모로 일하면서 스스로 크게 성장하고 사랑을 이루어가는 공간이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주목을 받았던 인물 가운데 하나는 양왕의 근위대 대장 각단(이다희)이었다. 5회에서 태실을 몰래 빠져나가려는 담덕에게 각단은 "무술을 겨뤄 서른합 안에 이길 경우 보내주겠다"는 대담한 제안을 한다. 말수는 비교적 적지만 뛰어난 무공에 충직함까지 보인 여전사의 이미지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주몽>에서 강력한 국가의 상징은 강철검이었고, 그것이 한나라에 맞대응하며 고구려를 건국하게 한 핵심 동인이었다. 그 검을 만든 이는 대장간의 기술자 모팔모(이계인)였다. 그는 주몽이 나락에 떨어질 때에도 끝까지 지지해주었다. 이계인은 모팔모라는 역을 통해 큰 인기를 누렸고 난생처음 팬클럽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왕의 사람들'은 단지 어려운 시절에 의기를 모아주고 도와주는 의형제이거나 단순한 책사와 같은 참모가 아니다. 왕이 실제 국정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조직 속의 사람들이다. 물론 조직 속의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 형상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한국사극의 특징이었다.

궁 조직 속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등장은 사극의 역동성이나 당시의 권력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긍정적이다. 이는 인물사에 대한 고증이 아니라 조직에 대한 고증이 더 엄밀해지고 있는 최근 사극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왕의 사람들에 대한 주목은 어쩌면 대통령도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인적 구성원이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도 보낸 글입니다.



태그:#왕과 나, #대통령학, #태왕사신기, #이산-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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