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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악화되는 대기오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수 OECD국가 중 1위. 여기에 자동차중심의 도로정책은 사람사이의 관계를 단절시켜 황량한 도시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자전거도시에 주목, 그 속에서 미래 도시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 부평의 도로 등 도시공간의 실태를 분석하고, 국내외 사례 등을 통해 자전거도시가 지닌 가치를 조명하며 나아가 자전거도시로 가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연재는 매주 진행될 예정이다.<기자주>

독일의 많은 주부들은 자전거를 쇼핑뿐 아니라 유아용 유모차를 연결해 이용하고 있다. 한 주부가 자전거에 연결된 유모차에서 아이를 내리고 있다.
▲ 자전거유모차 독일의 많은 주부들은 자전거를 쇼핑뿐 아니라 유아용 유모차를 연결해 이용하고 있다. 한 주부가 자전거에 연결된 유모차에서 아이를 내리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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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독일은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에 이어 다시 한 번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곳이었다. 월드컵경기가 독일 곳곳에서 진행되는 장면과 더불어 진행되는 도시의 유래와 전경이 담긴 모습을 머나먼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우리나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단기간에 근대화를 이룩한 나라, 그래서 우리의 성장을 ‘라인강의 기적’에 빗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월드컵이 열리던 지난해 TV 화면에 담긴 독일 도심의 한복판 우거진 숲과 흐르는 맑은 하천은 놀라움 자체였다.

이제 우리나라도 조금씩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기업에서도 지속가능발전을 얘기하고 정부에서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한다. 더 이상 환경이 가치에서만 머무르는 대상이 아닌 시대가 온 것이다.

독일은 네덜란드만큼 자전거 이용자가 많지 않지만 우리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먼저 거쳤고, 또 지금은 먼저 자전거도시, 환경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기에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자전거는 철도와 반드시 연결되는 프랑크푸르트

독일철도에서 운영하는 DB자전거. 꽤나 무거워 들고가기 어려워 도난사고도 없다고 한다.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 독일 DB자전거 독일철도에서 운영하는 DB자전거. 꽤나 무거워 들고가기 어려워 도난사고도 없다고 한다. 매우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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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DB자전거다. 자전거에 큼지막하게 DB라고 새겨져 있어 그렇게 부른다. 독일 철도(Deutsche Bahn)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자전거에 DB라고 적혀 있으며, 독일인들은 콜바이크(callbike)라 부른다. 독일철도에서 운영하는 콜바이크는 3500여대 가량 된다. 이들 DB자전거는 프랑크푸르트와 뮌헨·베를린·쾰른 등 독일의 주요 대도시에서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역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나 그로닝겐처럼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다. 도심에서는 마찬가지로 트램이 이곳저곳으로 사람을 실어 나른다. 이곳에도 중앙역이 있어 모든 트램은 중앙역을 통해 각지로 이동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도를 이용 중앙역에 내려 트램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때문에 도심에는 우리처럼 차량이 많지 않다. 차선 역시 왕복 4차선을 넘는 곳이 거의 없다.

또한, 차선은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트램차선·자전거차선·자동차차선이 나란히 그어져 있다. 간혹 자전거차선이 인도에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우리처럼 인도 한가운데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차도 쪽으로 그어져 있으며, 끊어진 곳 없이 주택 골목길까지 이어져 있다. 물론 자전거도로로 다니는 보행자도 없다. 간혹 외국인들이 자전거도로를 걸을 땐 무지 화를 낼 정도라고 한다. 

▲독일철도 자전거 전용칸. 전용칸임을 알려주는 자전거 표시가 선명하다. 독일의 대부분 철도에는 전용칸을 마련해 자전거이용을 돕고 있다. 전철에도 설치돼 있다.
▲ 기차탄 자전거 ▲독일철도 자전거 전용칸. 전용칸임을 알려주는 자전거 표시가 선명하다. 독일의 대부분 철도에는 전용칸을 마련해 자전거이용을 돕고 있다. 전철에도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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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특이한 점은 앞서 얘기한 바로 DB자전거다. 중앙역 뿐 아니라 도심 내 주요 교차로 곳곳에서 쉽게 발견되는 이 자전거는 사전예약을 하면 누구든지 철도나 트램을 타고 중앙역에 와서 목적지까지 타고 갈 수 있다. 사전예약을 하면 승인번호를 부여받게 되는데 부여받은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잠금장치가 풀린다.

탄탄하게 만들어져 있어 들고 가기도 매우 어렵지만 들고 가는 경우도 없다고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 근처 교차로에 세워두면 된다. 그러면 다른 이용자가 다시 DB자전거를 이용해 중앙역이나 다른 목적지로 가서 그곳에 세워두면 된다.

이는 인천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가 된다. 이를 테면 신설되는 인천지하철2호선에 자전거 전용칸을 만들 수 있고, 마찬가지로 1호선에도 가능한 사례다. 아울러 단계적으로 볼 때 출퇴근시간처럼 붐비는 시간 때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대에는 자전거를 싣고 내릴 수 있도록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선적으로 지상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구축돼야 한다.

시민과 함께하는 교통행정 뮌스터

1970년대 뮌스터시의 교통상황을 보여주는 사진. 뮌스터시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문제로 자전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 70년대 뮌스터시 1970년대 뮌스터시의 교통상황을 보여주는 사진. 뮌스터시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문제로 자전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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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스터시는 심각한 교통체증과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자전거의 필요성을 절감,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이미 30년 전 심각함을 느낀 사람들이 도시의 대안으로 자전거를 고민하기 시작해 이제는 민간차원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차선을 줄이고 자전거도로를 설치할 때만 해도 자동차운전자들의 반대가 엄청 심했는데, 지금은 시민 누구나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시에서 교통정책을 수립할 때 꼭 시민들과 대화 한다고 한다. 최대한 시민의견을 반영해 수립하는 것이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도시생태국장이 뮌스터 교통정책연구원과 독일자전거협회 뮌스터 지부장과 인터뷰한 내용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뮌스터시 교통정책연구원 스테판 뵘과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뮌스터시 교통정책 연구원. 스테판 뵘(Stephan Bohme)
 뮌스터시 교통정책 연구원. 스테판 뵘(Stephan Bohme)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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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스터에서 자전거가 활성화된 계기는?
"1970년대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과 녹색당의 지속적인 요구에 의해 시내에서 자동차를 위한 차도를 넓히는 것보다 소음·매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자전거를 선택하고 자전거도로 건설에 투자하게 됐고 점차 자전거이용 인구가 늘어났다."

- 뮌스터시 자전거정책의 방향은?
"현재 뮌스터시의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이 35%인데 앞으로 45~50%를 목표로 친환경적인 교통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지속적인 자전거시설의 확충과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이 되도록 교통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시키고 있다."

하조 게르데만의 인터뷰 내용 중에서,

ADFC 뮌스터지부 대표. 하조 게르데만 (Ha.-Jo. Gerdemann) 그는 한국에서 이미 여러 차례 자전거문제로 찾아왔다며, 독일의 자전거 관련 자료를 많이 챙겨주었다. 기회가 되면 자전거 활성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한국에 와보고 싶다며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하조 게르데만 ADFC 뮌스터지부 대표. 하조 게르데만 (Ha.-Jo. Gerdemann) 그는 한국에서 이미 여러 차례 자전거문제로 찾아왔다며, 독일의 자전거 관련 자료를 많이 챙겨주었다. 기회가 되면 자전거 활성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한국에 와보고 싶다며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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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FC(Allgemeiner Deutscher Fahrrad Club)에 대한 소개?
"브레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국적인 자전거협회로 각 도시별로 지부가 있으며 여러 지부를 담당하는 광역단위의 지국이 있다. 본부에는 10명의 상근활동가, 지국에는 3명, 각 지부에는 1명의 상근활동가가 일하고 있으며, 뮌스터지부(인구 25만명)에는 2500명의 회원이 회비를 내고 있다."

- ADFC에서 하는 일은?
"자전거에 관련된 일에는 대부분 관여한다. 자전거수리와 부품판매에서부터 자전거지도와 달력제작 배포, 자전거이정표를 제작해서 부착하는 일뿐아니라 자전거여행과 경기도 주관하고 있다. 또, 자전거관련 시의 교통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 자전거지도에 대한 설명 부탁?
"정부지원으로 독일 전역의 자전거도로지도(장당 약 8000원)를 제작·배포하고 있다. 자전거도로지도는 총연장 1만2000km의 자전거통행이 가능한 도로를 조사·평가한 후 목적지까지 가는 데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도로와 대중교통 연계방법을 알려준다. 이와 함께 차량 통행량이 적은 구간이나 숲길 등 경치가 좋은 구간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시민과 함께한다고 하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얼마 전 인천시에서 서부간선수로 도로건설에 따른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주민들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여기에는 우회도로주장도 있고, 자전거도로에 대한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시와 시민간의 대화나 토론은 없다.

보통 우리나라의 중앙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지방정부는 국민 혹은 시민들과의 공청회를 일을 처리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로만 인식할 뿐 실질적인 대화나 토론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뮌스터시의 시민과 함께하는 행정은 더욱 돋보이는 대목이다.

세계 제일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옆에 위치한 ‘모빌레’ 전경. 3층 높이의 건물이다.
▲ 모빌레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옆에 위치한 ‘모빌레’ 전경. 3층 높이의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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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부르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전거와 더불어 반드시 흑림(슈바르츠발트 : 우리말로 검은 숲. 흑림은 산림의 황폐화를 심각하게 느낀 독일인들이 1800년 초부터 100년 동안 대대적으로 벌인 국토 녹화사업을 통해 탄생한 가문비나무숲이다)이나 드라이잠(Dreisam)천(독일인들은 숲 가꾸기와 더불어 하천 살리기에도 주목,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조성해 자연 여울을 주고 또한 하천 주변에 녹지와 나무를 자라게 하고 있다) 살리기 운동을 얘기해야 한다. 지면을 통해서는 자전거에 관해 중점적으로 전하고자 한다.

독일 남부에 위치한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원자력발전소 건설반대운동을 계기로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여 지금은 명실상부 세계 제일의 환경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부르크에서도 자전거는 제2의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2년 통계자료를 보면 자가용이 30%, 자전거가 28%, 도보가 24%, 대중교통이 18% 순이다. 이를 20년 전인 1982년의 자료와 비교하면 자가용은 9%가 감소했고, 자전거는 13% 늘어났다.

프라이부르크가 자전거도시임을 설명해주는 것이 있다. 바로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에 위치한 모빌레(mobile)라는 건물이다. 우리로 치면 부평역 좌측에 위치한 롯데마트 주차장 정도의 위치에 규모도 그와 비슷하다. 3층으로 되어있는 이 건물은 2~3층은 자전거 주차장이고, 아래층은 차량이 주차돼 있다.

건물 옆에는 철길을 가로지르는 육교가 두 개 설치돼 있다. 하나는 자동차 전용이고 하나는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인데, 특히 이 육교는 모빌레와 연결돼 있어서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그렇다면 모빌레는 자전거 보관소 역할만 하는 곳인가? 사진으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실제 그 안에는 수천대의 자전거가 보관돼 있다. 모빌레 건물 앞에 붙어있는 안내판을 보면 그곳이 어떤 곳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사진에 나와 있는 안내판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렇다.

모빌레 안내판은 모빌레가 어떤 곳인지, 프라이부르크가 어떤 도시인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 모빌레 안내판 모빌레 안내판은 모빌레가 어떤 곳인지, 프라이부르크가 어떤 도시인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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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 da hinght, kommt gut Weg = 가고 오기 좋은 길 ▲Fahrradstation = 자전거 보관소 ▲Moilitatsberatung = 이동 안내소 ▲Fahrradgeschaft = 자전거 영업소 또는 상점 ▲Fahrkartenverkauf = 승차표 판매소 ▲Car-Sharing = 승용차 공유화 제도 ▲Regio-Tourismus = 관광구역 또는 여행지역 ▲Cafe = 카페 ▲Bistro = 간이식당 ▲Kiosk = 공원 같은 곳에 있는 가판대

쉽게 말해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보관도 하고 자전거와 부품도 판매하고, 자전거를 대여하기도 하며, 방문객이나 관광객을 위한 여행안내 서비스도 제공하는 말 그대로 가고 오기 좋은 그런 곳이라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승용차 공유화 제도라 할 수 있다.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도심 속 강력한 차량억제 정책을 쓰고 있는 독일. 그 중에서도 환경도시로 추앙받는 프라이부르크는 탄소자원 소비를 자제하는 차원에서 자전거 이용과 더불어 자동차 공유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모빌레는 자동차 공유제도에 동참한 사람들이 차량을 주차해 놓고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집 앞 조차도 밤마다 주차전쟁을 치러야만 하는 우리와 비교해 보면 도무지 이해 안 가는 대목일 수도 있겠지만, 환경과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에너지정책과 도로정책, 환경정책을 배우기 위해 제일 많이 찾는 곳이 프라이부르크임을 감안한다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녹색연합이 만난 독일최대의 환경단체인 분트 관계자에 의하면, 자전거가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교통수단이라는 점에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졌고 또한 카 셰어링(Car-Sharing) 도입과 저렴한 대중교통요금정책, 자가용억제정책을 동시에 펼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주차 보관증에 쓰여 있는 ‘웬만하면 자전거를 이용 하세요’는 글귀 속에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선택한 독일, 독일은 그 속에서 대안을 찾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자료제공 · 인천녹색연합
도움말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도시생태국장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도시, #독일, #뮌스터, #프라이부르크, #대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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