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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나 나물을 갈무리해서 겨울에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우스재배 채소가 나오기 전의 일이다. 지금은 사철 나오는 푸르른 채소가 식단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묵나물로 겨울을 났던 선인들이 보면 기적과도 같은 일일 터.

 

그렇다고 해서 이 기적의 식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좋아졌지만 맛과 영양은 오히려 내려갔기 때문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랐던 채소들이 인간의 손길에 의해 속성으로 자란 결과이다. 단기간에 재배해서 수확하려면 얼마만큼의 비료를 주어야 할지는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때문에 제철에 난 푸성귀를 갈무리해두었다가 겨울에 식탁에 올렸던 선인들의 식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겨울이라고 해서 꼭 하우스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노지시금치는 겨울이 제철이다. 여름철의 시금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미가 이 시절 시금치에는 풍부하게 들어있다. 겨울 시금치에서는 찬바람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져서 좋다.

 

그런데 시금치 저리 가라할 정도로 푸르름을 자랑하는 나물이 있다. 녀석은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푸르른 바다색을 띄고 있다. 방풍나물을 말하는 것이다. 식방풍, 갯기름나물로도 불리운다.

 

 

방풍나물은 바닷가 바위틈이나 절벽에서 자생한다. 그중에서 제주도 방풍을 상품으로 치는데 소금기를 함유한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건강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실제 줄기를 만져보면 식물이 아니라 나무처럼 꼿꼿하다. 두터운 잎은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진 않는다. 뿌리는 한방에서 감기를 다스리는 약재로도 쓰인다고 하니 자연이 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방풍나물은 향이 고급에 속하는 나물이다. 고추장에 무쳐서 먹지만 풍미를 느끼는 덴 쌈이 최고이다. 삼겹살을 노릇노릇 구워 방풍나물에 올리고 고추장을 양념으로 해서 쌈을 먹었다.

 

 

그윽하고 기품 있는 풍미에 빠닥빠닥 씹히는 식감이라니. 건강미가 물씬 풍긴다. 이처럼 자연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것은 언제나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해 준다. 방풍나물의 참맛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먼 훗날, 시간이 지나면 제주도 푸른 바다가 그리워질까? 아니면 방풍나물의 매혹적인 향기가 그립게 될까? 만찬 부럽지 않은 방풍나물이 차려진 식탁을 대하면서 든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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