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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겉그림
 <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겉그림
ⓒ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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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푸른길)는 우리 고등학생 4명의 8박 9일간의 일본 여행기록이다. 이들은 지난 2006년 11월,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 탐험대'에 20: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되어 일본 탐험을 하였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주관했지만 탐험의 주제부터 숙소 정하기, 일본 현지 인터뷰 섭외 등 탐험에 필요한 준비부터 탐험, 탐험 후 논문 작성 등 모든 것은 이들 4명의 몫이었다.

게다가 (아이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어른은 단 한 사람도 대동하지 않은 아이들만으로 구성된 탐험대요, 팀원 중 한 사람만 일어 소통이 가능하지 나머지는 손짓 발짓이 우선 앞서는 수준이고 보면 이 탐험대의 대략적인 모습이 어느 정도는 가늠되리라. 하지만 그러기에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더욱더 쏠쏠해진다.

어른들을 보호자로 둔 아이들 4명이 '이심전심'이란 운명을 같이 할 팀으로 구성되어 함께 움직이는 동안의 좌충우돌과 이를 현명하게 해결해나가는 과정과 모습은 감탄스럽고 대견스러워 이들과 전혀 상관없는 무명의 독자인 내 가슴에 뿌듯한 벅참까지 안겨주었다고 하면 책에 대한 감동이 마땅할까?

주제로 정한, 엘리베이터 교육제도라고도 불리는, 어린 유치원생들이 입시시험을 보기도 하는 '일관 교육제도'란 무엇인가? 이 교육제도를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8박 9일간의 일본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을 다시 탐험하고 싶은 주제는? 한국인, 혹은 한국학생으로 바라본 일본, 혹은 일본 학생은? 여행전과 여행 후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관된 이념과 교육 철학에 의한 교육을 하는 제도

일본의 일관교 방문하다!-한국의 여학생에게 특별한 호감을 보이는 남학생 등의 사건이 많은 일관교 탐방이었다.
 일본의 일관교 방문하다!-한국의 여학생에게 특별한 호감을 보이는 남학생 등의 사건이 많은 일관교 탐방이었다.
ⓒ 이심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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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험주제로 정한 일본의 일관 교육제도란?
이심전심 : "한 사립재단에 대학까지의 교육기관을 갖추고 그 재단만의 일관된 이념과 교육 철학에 의한 교육을 하는 제도예요. 복수의 연계된 학교들을 그 아래에 두고 하급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를 거치지 않고도 상급 학교로 곧장 진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소위 '에스컬레이터 학교'라고도 부르죠. 보통 초등학교나 중학교부터 시작하지만 재단에 따라 유치원부터 일관 교육을 하기도 해요."

- 일관 교육제도의 장점은?
이심전심 : "재단은 재단만의 독자적인 교육철학을 반영한 질 높은 교육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할 수 있고,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요. 주입,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교육방법도 적용 가능해지죠. 무엇보다 재단의 일정한 자격시험에 통과만 하면 대학 입학이 보장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 같아요."

- 일관 교육제도의 단점은?
이심전심 : "대학 진학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고, 일관교에 입학하고자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을 받는 단점도 있어요. 보통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일관 교육이 시작되지만, 유치원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거든요. 그러니 태어난 지 몇 년 안 된 어린애들이 일관교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입시 공부를 하거나 유치원생들이 초등학교 진학 입시 공부를 하기도 하죠. 태어난 지 몇 년 안 된 어린 아이가 입시공부를 한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학부모들은 일관교에 입학만 하면 명문대 진학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솔깃해져 입시 학원에 보내거든요."

- 일관 교육제도를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이심전심 : "있는 그대로를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한 힘들지 않을까? 엘리트주의 혹은 교육의 빈부 격차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 등 사회적 파장이 너무나 클 것 같아요. 또한, 현재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크기를 감안하면 답은 더욱더 부정적이란 생각이죠.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에서 설립한 서울 초등학교 입학생이 서울대 입학을 보장받는다고 하면, 우리의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만큼이나 많은 초등학교 입시 유치원생들을 보게 될지도 모르거든요."

- 우리에게 다소 낯선 제도인데, 전혀 적용 불가능한가?
이심전심 : "그래서 저희가 내놓은 대안은 특수 직업학교 혹은 대안학교에 적용하는 식의 부분적인 도입입니다. 해양고등학교와 해양대학교를 연계한다거나 대안학교 재단 내에 일관교를 설립한다면 효과적일 것입니다. 또한 실업계 고등학교나 특수목적 고등학교 등에서 대학입시에 매달려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안학교 같은 경우에는 특수한 교육이념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기회의 폭이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일관 교육제도를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소개한다면, 적용의 폭 또한 점진적으로 넓어지지 않을까요?"

두번째 탐방 일관교, 태극기는 한국을 방문한 학생들이.../주제 설명 화면 캡쳐/한국 소주를 사면 덤으로 준다는 장동건 브로마이드가 있는 한국 소주 판매대/입국 첫날 공항에서
 두번째 탐방 일관교, 태극기는 한국을 방문한 학생들이.../주제 설명 화면 캡쳐/한국 소주를 사면 덤으로 준다는 장동건 브로마이드가 있는 한국 소주 판매대/입국 첫날 공항에서
ⓒ 이심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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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 3명의 의견은 표현은 다르지만 뜻은 같았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의 의견은 약간 달랐는데 우리의 교육 현장에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 같아 덧붙인다.

"입시공부에 매진해야 할 2학년 2학기부터 3학년 내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 탐험 관련하여 많은 시간들을 빼앗겼습니다. 그럼에도 나와 내 친구들은 어떻게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는가? 저 자신이 이 활동을 통해 성적표로는 증명될 수 없는 성취감이나 자신감 등을 얻었고, 제가 지원한 미국의 대학에서 이를 가치 있게 여겼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땅의 청소년들도 저희처럼 탐험을 마음껏 해보고, 이 땅의 대학들도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여러 가지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부분 적용을 결론지었지만, 일관 교육제도는 이런 면에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하여 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꿈과 희망을 목표로 한 자유로운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일본의 일관교 학생들이 센터시험(일본의 수능과 같은 시험) 공부가 아니라 실험, 연구 보고서 작성, 국제 교류 프로젝트 등에 힘을 쏟는 것을 보고 부럽고 본받고 싶고 그랬습니다."

일본의 일관 교육제도에 들은 적이 있다. 교육의 이념과 철학이 깊게 반영된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재량과 꿈을 맘껏 실현할 수 있는 제도라고 소개되었던 것 같다. 이처럼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교육제도란 인상으로 남아 있던 터였다.

하지만, 일관교에 입학시키고자 유치원생들을 입시학원에 보낸다거나 일관교에 낙방한 유치원생의 이야기 등, <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에서 만나는 일본의 일관교육제도는 이제까지 알고 있던 장점 못지않게 단점 또한 많은 제도라는 생각이다.

"지친 영민과 다은이 졸고 있다. 나중에 사진을 분석해보니 영민이 기댄 사람은 누군지도 모를 일본인이었다!"-  책 속 설명
 "지친 영민과 다은이 졸고 있다. 나중에 사진을 분석해보니 영민이 기댄 사람은 누군지도 모를 일본인이었다!"- 책 속 설명
ⓒ 이심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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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시각에 의해 장점만 부각된 것을 받아들였을 때와 직접 경험할 때의 엄청난 차이랄까. 그래서 이 책은 더욱더 가치가 있고 반드시 풀어야 하는 우리 교육의 숙제 해결을 위한 좋은 참고 자료가 될 듯하다.

우리 교육의 가장 민감한 시기인, 대학 입시를 목전에 둔 고교 2학년~3학년 시기의 아이들의 일본 교육현장 탐방기라 더더욱 그렇다.

<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는 20:1이라는 경쟁을 뚫고 선발되기까지의 준비과정과 8박 9일간의 일본탐방, 탐험 후 논문 작성 등 모두 3부로 구성, 같은 날 같은 사건을 ‘이심전심팀’ 4명이 각자의 시각에 의한 각각의 글을 썼다. 그래서 퍼즐을 완성해가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아울러, 여럿이 모이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재치있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기특하게 여기는 등의 심정으로 응원하며 읽었다고 할까.

일본탐험대 '이심전심'은 내게 애물단지다!

이심전심팀(왼쪽부터 김영민,정다은,박해인,정수화)
 이심전심팀(왼쪽부터 김영민,정다은,박해인,정수화)
ⓒ 이심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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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이란 팀이 결성되기 전에 이들은 한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이름과 얼굴을 아는 각자 개성강한 개인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일본탐험 후 '애증' 혹은 '애물단지'와 같은 표현만큼 끈끈해졌다고 한다. 탐험주제로 정한 일관 교육제도 그 나머지 이야기를 일부만 소개한다.

- 이심전심은 내게… 이런 존재다?
박해인 "책에도 썼지만, '애물단지' 아닐까요. '애물단지'는 '애물', 즉 '몹시 애를 태우거나 성가시게 구는 물건이나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란 설명이 있던데, '애를 태운다'는 건 애정은 갖고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조바심이 나는 거잖아요. 이심전심은 제게 애물단지이자 떼어낼 수 없는 지독한 웬수죠."

정다은 "일본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8박 9일에 불과하나 준비기간과 탐험 후 논문 작성 등 1년 넘는 기간을 함께 보낸 이심전심 친구들은 평생을 함께 걸어갈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정수화 "이심전심과 저의 관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애증의 관계' 정도 될 것 같네요."

김영민 "모든 과정을 서로 믿고 함께 할 수 있었던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은 평생에 둘도 없을 만큼 소중한 기회입니다."

- 일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것은?
정다은 "일본의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요. 방 안에만 있고 밖으로 나오지 않아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일본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하던데, 연령대를 우리 또래에 맞추어서 그 실태를 조사해보고 나름의 해결방안을 유도해 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었지 않나? 우리나라에도 적은 수의 은둔형 외톨이가 존재한다고 하기에 더욱더 연구해보고 싶어요."

김영민 "일본의 대중교통이요. 어떻게 그렇게 복잡한 전철과 지하철 노선들을 가지게 되었으며 얼마나 효율적인지 등 8박9일의 일본탐험 기간 중에 우리들이 이용했던 일본의 대중교통을 연구하여 우리의 대중교통과 비교해보고 싶어요."

정수화 "제가 초밥을 좋아해서 그런지 초밥 등, 일본 음식의 세계화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어요."

박해인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 차이를 깊이 연구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같은 문제를 두고도 양국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 충돌할 때도 많았는데 차이 원인을 역사적, 사회적 흐름에 따라 설명할 수 있다면 과거뿐 아니라 미래의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의 갈등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 탐험 전과 탐험 후 스스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박해인 "좀 더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일본 탐험 전에 저는 그저 고등학생에 불과하고 자신감이 부족하여 완수해 내야 한다는 사명감도 부족했어요. 하지만 오롯이 학생들만으로 프로젝트를 해 나가면서는 '고등학생이다' '아직 미숙하다'는 변명으론 일을 처리할 수 없는지라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지요. 아직 '프로의식'이라 덧붙이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젠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정다은 "교육제도와 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라는 것이 그 규모나 깊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란 참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또한 교육제도만이 아닌 또 다른 사회 현상을 좀 더 근본적으로 바라보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까지 생각하는 시각이 생겼다고 할까요? 그리고 개성이 강한 친구들과 팀을 이루었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터득하게 되었고요."

김영민 "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무엇이든 부모님께 물어보고 의지하다가 일본탐험을 제 의지로 선택하여 도전하고 탐험은 물론 논문, 책까지 써내면서 저 혼자서도 뭔가 할 수 있다, 저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정수화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학과 고등학교, 일본 현지의 여러 학교에 인터뷰 요청을 하여 보내는 족족 거절 당하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프로젝트를 이어가 일본의 학생과 선생님들과는 손짓 발짓 다 써가며 이야기를 하는 인터뷰까지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무모해 보이는 일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주저 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처음에는 직접 만나 인터뷰를 계획하였으나 학교 입학 등으로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같은 질문안을 모두에게 메일로 보낸 다음 필자가 정리하였다.

<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김영민,박해인,정다은,정수화 지음/푸른길 2008년 1월/1만3천원



거침없는 고딩들의 일본 탐험기

김영민 외 지음, 푸른길(2008)


태그:#일관교육제도, #엘리베이터식 교육제도, #푸른길, #인터뷰, #일본탐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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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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