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오차오의 모습

냐오차오의 모습 ⓒ 김대오

 

올림픽 개막까지 한 달도 안 남은 베이징 거리는 온통 올림픽 분위기다. 길거리 곳곳에는 올림픽 깃발이 걸려 있고, 버스와 전철에는 올림픽 관련 영상물이 계속 방영되고 있다. TV와 신문은 연일 올림픽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어 어지러울 정도다.

 

12일 베이징은 쾌청하다. 기온은 34도로, 우리나라 같았으면 '폭염'주의보가 내리고도 남았을 온도다. 그러나 베이징에선 '더위' 축에도 끼지 못한다. 예전에 유행했던 연변 출신을 흉내냈던 개그맨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베이징에서 34도는 더위도 아닙네다, 고저 40도가 넘어야 덥구나 합니다'라고 할 정도다.

 

택시기사의 푸념 "넥타이 매야 하지만..."

 

 사람 얼굴 형상의 고층 건물, 냐오샤오 옆 시선을 압도하는 사람 얼굴 형상의 빌딩이다.

사람 얼굴 형상의 고층 건물, 냐오샤오 옆 시선을 압도하는 사람 얼굴 형상의 빌딩이다. ⓒ 김대오

11일에는 안개가 많이 끼고 날씨가 찌푸둥했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등줄기에 땀이 주르르 주르르 흐른다.

 

일단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을 둘러보고자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에게 '올림픽 준비는 다 되었느냐'고 묻자, 자신 있게 "준비 끝"을 외친다. 하지만 이내 "지금까지 많은 영어교육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는 걱정이 이어진다.

 

그는 이어 "8월 1일부터 모든 베이징 택시기사들은 중화민족의 상징인 노란색 제복을 입게 되는데 넥타이를 매고 운전하면 답답할 것 같다"며 "차라리 중국적 특색을 갖춘 중산복(中山服)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택시기사는 "올림픽 주경기장 근처는 교통이 통제된다"며 베이쓰환(北四環) 중화민족원 근처에서 내려준다. 도로에까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얼굴 형상의 건물,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곳임을 예감하게 한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에는 멀리나마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 새둥지)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와 있다.

 

육교 위 냐오차오와 쉐이리팡(水立方, 수영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을 지나 아래로 내려갔더니 경기장 주변으로는 모두 철망이 쳐져 들어갈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철망구조의 새둥지 냐오차오를 보호하는 더 거대한 철망의 외곽 숲이 마련된 셈이다.

 

 육교에서 냐오샤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육교에서 냐오샤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 김대오

 

그 철망은 경기장 외곽 도로 인근으로 넓게 쳐져 있고, 또 곳곳에 경비병들이 지키면서 관광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접근을 경고한다. 경기장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해 철망 위로 올라갔더니 경비병이 가까이 와서는 감전선이 쳐져 있으니 빨리 내려가라고 한다.

 

티베트 시위, 폭동 등의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최근 경비체제를 최고 단계인 1단계로 격상시키고 주경기장 인근에 지대공 미사일을 설치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올림픽 보안에 쏟아 붓는 예산이 250억 위엔으로 올림픽 경기장과 교통시설 투자액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니, 중국이 얼마나 올림픽 보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조금은 삭막한 철망과 경비병들의 딱딱한 태도에 대해서 의외로 중국 관광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며,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철저한 보안경계가 유지되고 있는 냐오차오. 철망 앞에 보이는 전선이 바로 접근 차단용 감전선이다.

철저한 보안경계가 유지되고 있는 냐오차오. 철망 앞에 보이는 전선이 바로 접근 차단용 감전선이다. ⓒ 김대오

 

중국인 민공에게 올림픽은 무엇일까

 

주경기장 근처에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민공(民工, 농민 출신 도시노동자)으로 보이는 허름한 옷차림의 노동자들이 정원수를 자르고 도로를 정비하고, 또 각종 공사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 화려한 올림픽을 위해 고되고 힘든 일만을 담당하며 철저하게 희생되는 것은 바로 그들이다. 고공비행하는 중국의 거대한 밑변인 그들에게 과연 올림픽은 무엇일까?


위난(雲南)성에서 왔다는 민공 왕(王)씨는 "올림픽 준비공사로 일거리는 많아졌지만 반지하 숙소가 금지되면서 외곽으로 숙소를 옮겼는데,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 왔던 많은 민공들이 길거리 노점상이 금지되면서 일자리를 잃었고, 또 중심에서 밀려나 더 외곽으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어쩌면 올림픽은 그들에게 그저 허드렛일이나 던져주면서 멀리 외곽에 떨어져 있어 달라고 주문하는지도 모르겠다.

 

 냐오차오 앞에서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민공들, 힘들게 고생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 철망 앞으로 초대받지는 못할 것이다.

냐오차오 앞에서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민공들. 그들은 힘들게 고생하지만 결코 그 철망 앞으로 초대받지는 못할 것이다. ⓒ 김대오

 쉐이리팡 수영장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바오안의 모습이다.

쉐이리팡 수영장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바오안의 모습이다. ⓒ 김대오

"첨단과학분야를 제외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며 농담을 하는 경비원 초이(崔)씨는 유머와 재치가 넘치고 그야말로 박학다식하다. 허베이(河北)성 출신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열일곱 살부터 경비원생활을 했다는데, 다방면을 아우르는 그의 지적 수준이 정말 놀랍다.

 

그는 "올림픽 개막과 함께 개장하는 올림픽공원의 경비원으로 일한다는데 어려서부터 똑똑했지만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했다"고 한다. 올해 서른아홉인데 자기는 장가를 가지 않겠다고 한다. 자식에게 자신과 같은 삶을 물려주기 싫다는 게 이유였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부근에는 다양한 건축양식의 화려한 고층건물들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여기저기에 자발적으로 국기와 오륜기를 걸어놓은 상가건물이 보인다. 문득 초이 경비원이 그 고층건물들에 대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높으면 뭐 하냐! 올려다 보느라 고개만 아프지!"

화려한 올림픽은 어쩌면 많은 베이징 민공들에게 올려다보기 고개만 아픈 빌딩일지도 모르겠다. 철저한 보안체계의 철망 숲에 둘러싸인 새둥지 냐오차오! 그 안락한 새둥지 안으로 초대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철망 밖으로 밀려난 민공들! 성화가 활활 타오를 새둥지와 그 옆 물방울무늬의 입방체가 대조를 이루며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철망의 안과 밖, 이 묘한 두 부조화 사이로 베이징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성화가 타오를 냐오차오와 물방울무늬의 수영장이 나란히 대조를 이루는 것처럼 철망 안 밖의 화려함과 고단한 노동자들의 삶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성화가 타오를 냐오차오와 물방울무늬의 수영장이 나란히 대조를 이루는 것처럼 철망 안 밖의 화려함과 고단한 노동자들의 삶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 김대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7.13 12:5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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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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