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스모그가 점령한 듯한 안개도시, 베이징의 모습.

지난 7월 26일, 스모그가 점령한 듯한 안개도시, 베이징의 모습. ⓒ 김대오

베이징에 도착하여 올림픽 준비상황을 한번 점검해볼 욕심으로 우다우커우에서 차오양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있다.

 

녹색올림픽 구호에 걸맞게 수목과 화초들이 길거리 곳곳에 놓고 베이징의 녹지비율도 51.6%로 크게 늘어 제법 아름답고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매캐한 공기에 자꾸 눈물이 나고, 날아드는 먼지에 연방 재채기가 나온다.

 

베이징은 많은 수목이 녹색으로 뒤덮였지만 그 녹색은 다시 거대한 회색빛 스모그에 포위되어 있는 형국이다. 베이징의 어린아이들에게 하늘이 무슨 색이냐고 물으면 '회색'이라고 대답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사람들에게 회자될 정도다.

 

눈물겨운 공기와의 전쟁

 

 살수차가 밤낮으로 베이징 전역을 누비며 먼지와의 눈물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살수차가 밤낮으로 베이징 전역을 누비며 먼지와의 눈물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 김대오

 베이징외곽은 배기가스 기준을 초과한 버스가 여전히 오가고 비포장도로도 많아 먼지가 날리는 곳이 많다.

베이징외곽은 배기가스 기준을 초과한 버스가 여전히 오가고 비포장도로도 많아 먼지가 날리는 곳이 많다. ⓒ 김대오

2001년부터 7년 동안 중국정부는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였던 베이징의 환경 개선을 위해 약 1200억위엔(약 18조원)을 투자해 왔다. 올림픽이 임박해오자 중국 정부는 베이징 인근 267개 공장 가동을 전격 중단시키는 극약처방에 이어 홀짝제 도입으로 도로 위의 차량 200만 대를 줄였다.

 

미세먼지의 비산을 막기 위해 베이징 내 모든 공사장의 작업을 중단시켰고, 모든 수목들에 밤낮으로 물을 주고, 살수차와 먼지제거용 청소차량도 베이징 곳곳을 누비며, 그야말로 필사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의 대기는 그다지 개선된 것 같지 않고 올림픽은 이제 바로 코앞에 닥쳐 있다.

 

스모그현상이 극심했던 지난 7월 25~28일 베이징의 대기오염지수(API)는 모두 허용 기준치인 100을 훌쩍 넘는 수치를 보였다. 비가 오고 난 후에야 겨우 청명한 하늘을 하루 되찾더니, 7월 30일 낮은 다시 뿌연 스모그에 가시거리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중국은 대기오염지수 허용기준치인 100 이하의 날을 '푸른 하늘의 날'로 수량화해 발표해오고 있는데, 지난해는 1년 중 246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무줄 통계가 많은 중국 측 발표를 온전히 믿기는 어렸다.

 

연을 사기 위해 쑨허 민속시장을 가는데, 베이징 외곽은 여전히 비포장도로가 많고 그곳에는 심한 먼지가 흩날리고 있다. 베이징 시내를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해도 베이징 외곽지역의 먼지들이 바람을 타고 베이징으로 계속 유입되는 상황에서 베이징의 공기가 쉽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 4분 26초) 보유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대기오염을 이유로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선언했고, 호주올림픽위원회도 "베이징의 스모그로 건강이 걱정되는 선수에게 경기 출전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베이징의 대기수준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베이징에 내리는 비도 가짜?

 

 지난해보다 6, 7월 강수량이 40%나 늘었다고 하는데, 온도와 스모그를 조절하기 위한 인공강우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6, 7월 강수량이 40%나 늘었다고 하는데, 온도와 스모그를 조절하기 위한 인공강우로 보인다. ⓒ 김대오

"엄마 빼고 다 가짜!"라는 중국에서 내리는 비도 정말 진짜인지 자꾸 의심이 생겨난다. 그러나 최근 유난히 자주 내리는 비를 보면 그런 의심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구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구름에 '비의 씨앗'을 로켓으로 쏘아올려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상과학기술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35℃를 넘는 온도와 지독한 스모그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베이징 상공은 약간의 구름만 있어도 인공강우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는 베이징 상공의 지나친 인공증우로 인해 베이징 인근 지역에는 심한 가뭄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들도 들려올 정도다.

 

8월 8일 저녁 8시 8분, 개막식에 비가 내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돌풍에 의한 갑작스런 소나기가 아닌 한 인공증우 기술을 보유한 중국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이 열리는 8월과 9월, 그 무덥고 습한 두 달여의 긴 기간 동안 인위적으로 기후를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선수들의 경기력에 많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도로 곳곳에는 회수용과 기타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릴 수 있도록 많은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분리가 제대로 된 쓰레기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그 쓰레기통을 뒤져서 재활용품을 회수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을 뿐이다.

 

침 뱉기와 쓰레기 투척행위에 대해 50위엔(8000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길거리 곳곳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대거 투입된 환경미화원들의 몫으로 나뒹굴고 있다. 지난 25일 경기장 입장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던 베이징 도처의 매표소 앞에는 넘쳐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는 후문도 들려오는데, 이는 베이징시민들의 환경의식 부재를 잘 말해주고 있다.

 

세계적인 테러 위협과 중국의 민족문제와 사회문제에서 기인한 분리독립주의자들과 불만세력의 위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여름인 8월의 '쌍나티엔(사우나 날씨)'과 스모그까지! 모든 난제들을 가득 안고 있는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지만 시민들의 환경의식은 아직도 성숙되어 있지 못하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지만 시민들의 환경의식은 아직도 성숙되어 있지 못하다. ⓒ 김대오

 지난 7월 19일, 비가 온 후 모처럼 맑은 하늘을 드러낸 베이징 외곽 취용관장성의 모습이다.

지난 7월 19일, 비가 온 후 모처럼 맑은 하늘을 드러낸 베이징 외곽 취용관장성의 모습이다. ⓒ 김대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8.01 14:0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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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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