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라 토레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화제거리가 많은 종목을 꼽자면 단연 '수영'일 것이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등장으로 한국 국민들도 '올림픽의 수영 첫 메달'이란 기대와 함께 수영에 주목하고 있고, 박 선수가 넘어야 할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무려 8개 종목 우승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이미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갖가지 수영종목의 역사를 바꾸고 올림픽 정신을 일깨워 준 최고의 선수로 주목 받는 아줌마가 있다. 3살 된 딸을 둔 42세(1967년생) '엄마 선수' 다라 토레스(Dara Torres)가 그.

그에겐 베이징 올림픽이 5번째 올림픽이니, 이번 출전만으로도 미국 올림픽 수영사상 최고령 출전 기록(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의 로우디 게인스, 당시 36세)을 까마득히 제쳤다.

또 그는 28개 종목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단 중 최고령이며, 올림픽 역사상 여자 수영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가 됐다(종전은 36세의 영국의 헬렌 슬래터).

끊임 없이 계속되는 42살 토레스의 도전

토레스는 16세였던 1984년 LA 올림픽 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4년 뒤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혼계영 400m 은메달, 계영 400m 동메달을 땄다. 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는 계영 400m에서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 후 25세에 은퇴한 토레스는 선수 출신으로서는 최초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지 수영복 모델,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 리포터는 물론 카레이서로 토요타그랑프리대회에 출전, 여성으로선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32세였던 1999년 수영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저 화제거리로만 여겼다. 하지만 토레스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계영 400m, 혼계영 400m에서 2관왕에 올랐고, 자유형 50m, 100m, 접영 100m에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이것만으로도 토레스는 위대한 수영선수로 역사에 남기에도 충분했지만 그의 도전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딸아이를 출산하고서 몸매관리를 위해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가 싶었을 무렵, 팬들과 관계자를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베이징올림픽을 1년 앞둔 지난해 '2007 미국수영선수권' 자유형 100m에 출전해 미 수영사상 6번째로 빠른 기록인 54초45를 세우며 우승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ABC>방송은 토레스를 '금주의 인물'로 선정했으며, 그는 미국의 영웅이 됐다.

20살 후배들과 경쟁해 거뜬히 1위 차지

ⓒ 다라 토레스

토레스는 지난 6월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에서 20살 아래 후배들과 경쟁해 100m에서 53초78, 50m에서는 24초25란 기록을 세우며 두 종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그가  50m에서 내놓은 24초25는 미국 신기록이었을 정도. 더 놀라운 것은 그간 그가 어깨와 발목 등 13번의 수술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최고령 투수가 최다승 기록을 경신한 것을 넘어, 160km에 육박하는 공으로 최고 구속을 경신했다는 황당뉴스를 듣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14살 때 이미 세계기록을 세웠던 토레스 선수지만, 3살 된 딸을 둔 지금도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것에 대해 일부 팬들은 약물복용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그는 자발적으로 반도핑 기구 시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훈련의 모든 일정을 공개함으로써 의혹을 일축했다.

토레스의 변신 뒤에는 전문 코치진의 과학적 트레이닝이 자리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피트니스와 영양 섭취, 그리고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훈련 방식으로 나이의 벽을 넘었다는 것.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 인기 끄는 '토레스 트레이닝'

토레스의 최근 훈련 프로그램은 대학 때와는 상당히 다르다. 플로리다대 시절 그는 1주일에 10번의 풀 훈련을 받으며 주당 6만5000m를 헤엄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당 5회, 2만5000m만 헤엄친다. 그것만으로도 수영장을 500번 왕복하는 훈련인데, 2시간의 수영 훈련이 끝나면 체력훈련에 들어간다.

체력훈련의 특징은 끙끙대며 무거운 중량을 드는 것이 아닌 밸런스를 고려한 다이내믹한 운동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깨, 허리, 허벅지 등 근육부위 별로 운동하는 것이 아닌 몸 전체의 근육을 전체적으로 단련하는 방법이다. 큰 근육을 키우는 것은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많게 해 스프린터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무거운 역기나 아령을 드는 것보다는, 자기 몸무게를 지탱하는 정도인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이 민첩성과 유연성을 손해보지 않으면서도 근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훈련으로 토레스는 쓸모 없는 근육을 없애 체중을 5.4㎏이나 줄였지만 파워는 향상됐다. 크기는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근육으로만 수영에 최적인 몸 상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토레스의 훈련법인 '토레스 트레이닝'은 DVD로도 제작돼 요즘 미국 중년주부는 물론 운동선수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8관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지만, 펠프스가 태어나기 1년 전인 1984년 LA올림픽에서 이미 금메달을 땄던 42살의 아줌마가 당당히 기록경기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도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다. 그야말로 대단한 도전인 그의 선전을 지켜보자.

토레스 올림픽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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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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