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을 취재하러온 카메룬 기자들이 BIMC(Beiging International Media Center) 식당에서 7일 점심을 먹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취재하러온 카메룬 기자들이 BIMC(Beijing International Media Center) 식당에서 7일 점심을 먹고 있다. ⓒ 홍현진

"오늘(7일) 저녁, 카메룬이 한국을 상대로 3골을 넣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길 것이다. 우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기대한다."

 

카메룬 국영방송 CRTV(Cameroon Radio Television) 기자 기데온 무누 타조(Gideon Munu Tazoh)의 말이다.

 

7일 취재차 들른 BIMC(Beiging International Media Center) 식당, 까만 피부색을 가진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전날(6일) 아프리카에서 온 기자들 몇몇과 인터뷰를 시도했던 나는 또 다른 아프리카 기자들이 없을까 하며 더듬이를 세우고 있던 참이었다.

 

인터뷰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 용기를 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영어로 "Korea에서 온 기자"라고 나를 소개했다. "South Korea에서 왔다"고. 그러자 그들은 "오, 너 South Korea에서 왔어? 너희 오늘 우리랑 축구경기 있잖아"라면서 나를 반겼다. '오늘 한국이랑 축구경기가 있다면… 이들은 카메룬 사람들?'

 

내가 그들에게 "카메룬에서 왔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단다.

 

전날 취재에서 한 바로는 이번 올림픽에는 아프리카 16개 국가의 기자들이 파견되었다. 그런데 카메룬 기자들을, 그것도 한국과 카메룬의 올림픽 축구예선전이 있는 오늘(7일) 만나다니, 이런 우연히 있나.

 

한국-카메룬 축구 예선전, 4천여 명 대 30여 명... 과연 승리는?

 

 7일 BIMC에서 카메룬 기자들을 인터뷰하려다 오히려 카메룬 기자들에게 인터뷰 당하는(?) 홍현진 <오마이뉴스> 베이징특별취재팀 기자.

7일 BIMC에서 카메룬 기자들을 인터뷰하려다 오히려 카메룬 기자들에게 인터뷰 당하는(?) 홍현진 <오마이뉴스> 베이징특별취재팀 기자. ⓒ 유창재

카메룬 국영방송인 CRTV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 3일 베이징에 도착했단다. 카메룬에서 출발하여 프랑스를 거쳐 베이징까지 비행기로 무려 15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CRTV에서 파견한 언론인은 라디오 4명, 텔레비전 4명 총 8명. 추가로 도착할 신문사 기자 2명을 합치면, 카메룬에서 총 10명의 언론인이 베이징올림픽을 취재하려고 오는 것이다.

 

'몇 명의 선수가 출전하느냐'고 묻자, 그는 "총 33명의 선수가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얻었고, 그 중 18명이 카메룬 축구팀"이란다. 총 인원의 절반이 축구팀이라니….

 

한국과 카메룬의 D조 예선전에 몇 명의 기자가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아무도 가지 않는다"며 "대신 오늘 저녁 TV로 경기를 볼 것이다"라고 답했다. 올림픽 비등록 기자들은 경기장을 출입하는데 제약이 있다. 직접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 것. 이날 경기표는 이미 매진됐다.

 

한편, CCTV에 따르면 "7일 친황다오에서 열리는 한국 대 카메룬 경기의 입장권 8천 장이 모두 매진되었는데, 이 중 4천 장을 한국인 응원단이 구입했다고 했으며, 자원봉사자는 25~30명이 파견된다"고 보도했다.

 

이어진 질문, '카메룬 응원단은 몇 명이 가느냐'고 물었다.

 

"중국에도 카메룬 유학생들이나 이주민들이 있다. 그래서 대사관에서 그들을 모아서 약 25~30명 정도의 사람들이 카메룬 축구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가 열리는 친황다오에 갈 것이다."

 

베이징에 온 이들의 느낌은 어떨까. "1년 전에도 베이징에 방문한 적이 있다"는 카메룬 기자 한 명을 포함해 다들 "기대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방언론에서는 중국 공기가 오염이 많이 됐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직접 오니 그렇게 오염이 심하지는 않다. 올림픽을 계기로 많이 발전한 것 같다. 놀랐다."

 

지난 일요일(3일)에 도착한 이들은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베이징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타조(tazoh) 기자는 중국인들에 대해 '기계적(mechanical)'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중국인들을 인터뷰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들 라디오 튼 것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해서 '기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중국 당국에서 중국인들에게 외국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자유로운 생각은 거의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심상치 않은 카메룬 기자의 복장... 날씨는 장벽이 아니다

 

취재를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또 있었다. 바로 '언어'. 영어와 프랑스어는 할 줄 알지만 중국어는 하지 못한다는 이들은 가는 곳마다 '언어의 장벽'을 느낀다고 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자원봉사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로 취재를 하다 보니, 카메룬 기자의 복장이 심상치 않았다. 베이징의 더운 날씨에도 대부분이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심지어 타조(tazoh) 기자는 청재킷을 입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우리 취재팀은 반소매과 반바지 차림이 대부분인 것에 비하면, 이들은 날씨 때문에 힘든 점은 없어 보였다.

 

'축구 이외에도 금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이 있느냐'고 묻자, 이들은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세단뛰기 금메달 리스트인 프랑수아 에토네 음방고가 또다시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이들은 "오는 27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면서 올림픽 경기뿐만 아니라 베이징 전통음식도 먹어보고, 문화도 체험하면서 기사를 쓸 예정"이라고 했다. 덧붙여 "중국에 개고기 요리가 있다는데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려다 인터뷰 당하다

 베이징올림픽은 취재 열기로 가득하다.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은 서로 좋은 취재 상대였다. 카메룬 기자들이 7일 <오마이뉴스> 베이징올림픽특별취재팀을 취재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카메룬 기자들은 긴 상·하의를 입고 취재에 임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올림픽은 취재 열기로 가득하다.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은 서로 좋은 취재 상대였다. 카메룬 기자들이 7일 <오마이뉴스> 베이징올림픽특별취재팀을 취재하고 있다. ⓒ 유창재

카메룬 기자들과 인터뷰를 마칠 때쯤, 내 옆에 앉아있었던 타조(tazoh) 기자가 "우리 방송(CRTV) 인터뷰를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카메룬 전역에 방송될 인터뷰를 하다니,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도움 받은 게 있으면 돌려줘야 하는 법. 나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다. 마이크를 든 기자, 그리고 카메라 맨. 왠지 긴장된다.

 

기자는 내게 '언제 도착했느냐', '숙소가 어디냐'는 가벼운 질문으로부터 시작해서 '취재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중국 온 느낌이 어떤지', '중국과 한국, 베이징과 서울의 차이점은 있는지', 그리고 '중국 여자와 한국 여자가 어떻게 다른지'까지 물어보았다. 우리 취재팀은 베이징에 전날(6일) 도착했기에, 아직은 베이징에 대한 표면적 이미지만 알고 있기는 하지만 최대한 솔직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나의 인터뷰가 끝나자, 옆에 서 있던 박상익 기자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들도 한국과 카메룬의 축구경기가 최대 관심사였다. 그들은 축구를 좋아한다는 박상익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는 "상익 박!, 지성 박!"하며 장난치기도 했다.

 

[카메룬 기자] "카메룬 축구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상익 기자] "카메룬 축구팀은 매우 역동적이고 스피드 있어서 '아프리카의 검은 돌풍'이라 불린다."

 

[카메룬 기자] "카메룬 축구선수 중에 아는 사람 있나."

[박상익 기자] "음버마 선수를 안다."

 

[카메룬 기자] "오늘 한국과 카메룬의 경기가 있는데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박상익 기자] "카메룬 대표팀도 물론 잘하지만, 한국도 아시아의 강호다. 열띤 승부가 펼쳐지겠지만 아무래도 한국팀이 2대 1로 이기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8.07 19:2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카메룬 베이징올림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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