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이 21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핸드볼 4강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종료직전 노르웨이의 마지막 득점 판정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21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핸드볼 4강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종료직전 노르웨이의 마지막 득점 판정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경기 종료버저가 울린 후에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상대팀 노르웨이 선수들이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을 나간 다음에도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경기 내내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던 한국 응원단도 망부석이 된 것 마냥 관중석을 지켰다. 몇몇 관중들은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21일 베이징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한국 대 노르웨이의 여자핸드볼 준결승전. 종료버저와 거의 동시에 들어간 노르웨이의 결승골을 한국으로서는 결코 인정할 수 없었다.

 

석연찮은 결승골... 맏언니는 코트에 주저앉았다

 

 한국의 최임정이 21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핸드볼 4강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최임정이 21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핸드볼 4강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유성호

'우생순' 팀을 이끌었던 임영철 감독은 "결승골이 들어간 시점이 명백히 종료시간 후였다"며 심판진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선수들도 심판진에게 다가가 노르웨이의 결승골이 무효임을 강하게 주장했다. 응원단도 목소리를 모아 "연장전"과 "판정 무효"를 부르짖었다. 직접 찍은 비디오카메라를 보여주며 노르웨이의 마지막 골이 종료시간 후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관중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절규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진은 그저 고개를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 '비디오 판독' 과정도 없이 그대로 판정은 끝나버렸다. 노르웨이팀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승리를 자축했고, 한국팀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맏언니' 오성옥 선수는 코트 한가운데 주저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종료 6초를 남겨두고 기적 같은 동점골을 쏟아냈던 문필희 선수도 고개를 돌리며 통한의 눈물을 뿌렸다.

 

곧바로 심판진 4명은 모두 자리를 떴고, 선수들은 아무도 없는 코드에 남아 쉽사리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 4년을 기다린 코트를 이렇게 떠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관중들도 침통한 표정이었다. 유학생 김자훈(19)씨는 "대표팀이 정말 잘 싸웠는데 마지막에 정확치 않은 판정이 나와 속상하다"며 "선수들이 나갈 때까지 우리도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조(42)씨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 당연히 다시 확인을 해야하는데, 그냥 판정을 끝내고 가버리면 4년을 준비한 우리 선수들은 어쩌나"고 울먹이듯 말했다.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지낸 김한길 전 의원도 관중석에 남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는데 정말 안타깝다"면서 "화면을 돌려보고 확인만 해도 될 일인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우생순'의 꿈, 통한의 눈물과 함께 좌절

 

 한국 선수들이 21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핸드볼 4강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종료직전 노르웨이의 석연치 않은 골로 28대 29로 패한뒤 응원단들에게 인사를 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21일 오후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핸드볼 4강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종료직전 노르웨이의 석연치 않은 골로 28대 29로 패한뒤 응원단들에게 인사를 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대표팀은 임영철 감독이 국제핸드볼연맹(IHF)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온 후에야 비로소 짐을 챙을 챙겼다. 경기가 종료된 지 30분 정도가 흐른 시간이었고, 상대팀인 노르웨이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간 지는 20분이 넘은 시점이었다. 대표팀은 이날 경기의 패배판정에 대해 국제핸드볼연맹에 공식으로 소청을 제기했다. 

 

선수들은 침울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관중석을 향해 높이 손을 들어보였다. 임 감독도 손을 치켜들고 박수를 치며 관중들에게 감사의 뜻을 보냈다.

 

하지만 관중들은 이대로 선수들을 보낼 수가 없다는 듯 절규에 찬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가지 마세요. 금메달 따고 가야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꾼 '아줌마 군단'의 도전은 결국 '통한의 눈물'과 함께 좌절됐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8.22 00:0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핸드볼 여자 핸드볼 오성옥 우생순 준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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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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