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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가 중년 여성에게 일으킨 신드롬 중 '어머니 안식년제도' 말고도 '루비족열풍'이 있다는 것 아시나요?"

 

루비족(RUBY, Refresh, Uncommon, Beautiful, Youth) 은 상쾌, 특별함, 아름다움, 젊음이란 뜻의 영어 앞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헌신하던 이전 어머니 세대들과는 달리 이젠 자식들도 어느 정도 커서 여가 시간도 많아지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해진데다, 몸짱 열풍, 동안 열풍을 타고 끊임없이 자기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 중년의 50대 엄마들에게 짠하고 나타난 사람이 엄마가 뿔났다(이하 엄뿔)의 장미희이다.

 

50대임에도 불구하고 미니멀드레스를 즐겨 입는, 약간 과장하면 20~30대 못지않은 미모와 세련됨, 당당함을 보여주는 장미희를 보고, 한편으론 며느리 구박에, 철없고 세상물정 모르는 왕비병, 가족의 일 외에는 철저히 눈감아 버리는 그녀의 속물스러움에 한편으론 얄밉기도 했지만, 장미희가 보여준 우아한 50대의 새로운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드라마 중간에 한때 김한자(김혜자)가 그녀에게 느꼈던 열등감, 부러움 등등의 복잡한 감정을 시청자인 중년여성들도 느끼게 된 듯하다.

 

물론 지금이야 고은아가 한 번의 실수로 남편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고은아와 김한자의 관계가 역전됐지만, 빈틈 없고 완벽할 것 같던, 50대라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그녀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조차도 귀여워 보이고 마치 신혼처럼 투닥거리며 알콩달콩 사는 것 같아 부러운 것 같다.

 

많은 대한민국 50대 엄마들의 지금 경쟁상대는 이효리도 김태희도 아닌 장미희라고 생각한다. 이전엔 백화점을 가도 3층의 마담복 매장을 둘러보았다면, 이젠 영케쥬얼쪽에도 눈을 돌리고 그녀처럼 어려보이기 위해 마사지. 심지어는 가벼운 성형의 힘까지도 빌리고 싶어 하는 루비족 엄마들!

 

딸 입장에서 난 이런 생각을 한다.

 

중년 엄마들에게 김한자같은 안식년이 주어지고, 그 안식년 동안 루비족이 되기 위해 본인을 가꾸는 게 제일 이상적이겠지만 엄마가 우리에게 둘 중 한가지의 삶을 누리고 싶다고 요구한다면,.우리 엄마는 김한자의 안식년보다는 장미희의 루비족 삶을 택했음 한다.

 

솔직히 난 우리엄마가 안식년을 갖는 건 반대다.

 

그동안 집안에서의 노고를 인정 못해서가 아니라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엄마가 없으면 가정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반대다.

 

엄마만 안식년이 필요하다고? 그럼 아버지는?

 

그동안 처자식 뒷바라지하며 몇십 년간 직장생활하며 스트레스 받다 은퇴를 준비하는 아버지도안식년을 가지시는 게 자식입장에서는 공평한 거 아닌가?

 

두 분 다 그런 시간을 갖게 해드리기에 가족에서 두 분의 자리가 너무 크다고 느끼는, 조금은 이기적인 딸인 나는 오늘 엄마가 며느리와 하고 오셨다는 버섯머리를 보러 주말엔 광주에 내려갔다와야겠다.

 

얼마 전부터 서인영을 보고 "나도 머리숱만 많음 저 머리 할텐데 저 머리는 무슨 머리니?" 하시던 엄마에게 "버섯머리에요 .머리숱 없어도 볼륨베이비펌 넣으면 하실 수 있을 텐데, 저건 요즘 젊은 애들이 많이 하는 머리인데요?"라고 했었다.

 

그런 엄마가 오늘 새로 맞은 며느리랑 나란히 앉아서 둘이 버섯머리를 하고 오셨다니. 그 모습이 상상이 가서 웃음이 나온다.

 

50대 중후반이신 우리 엄마.

 

우리 키울 때는 버스정류장 한두 코스는 걸어다니시며 버스비조차 아끼시던 엄마가 이제는 다이어트 한다고 열심히 요가와 헬스를 하신다. 옷 욕심 많은 나에게 슬쩍 "안 입는 옷이랑 백 없니? 있으면 가지고 내려와라 난 젊은 애들 입는 게 더 이쁘더라"하시며 옷 욕심을 부리신다.

 

아직도 시집 안간다고 구박하시다가도 "엄마 요즘 살 빠지신 것 같아요"라고 그러면 어느새 "정말..? 그렇게 보이니?"하시며 나를 구박하던 화제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리시며 마냥 좋아하시는 모습에서 귀엽기까지 한 여전히 여자인 우리 엄마.

 

나는 대한민국 나이 드신 50대 엄마들에게 분 루비족 열풍을 환영한다. 그동안 자식 키우며 본인에겐 정작 소홀했던 우리 엄마는 충분히 이젠 루비족 열풍에 동참할 자격이 있으신 분이다. 이젠 자식들이 아닌 여자로서 본인의 삶을 가꾸고 누리셨으면 하는 나는 이번에 내려갈 때는 예쁜 블랙미니멀한 원피스를 사다드려야겠다.

 

그리고 나도 그 나이가 되면 장미희처럼, 우리 엄마처럼 루비족의 삶을 누리고 있길 희망해본다.


태그:#엄뿔, #엄마가뿔났다, #루비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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