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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알리는 신문을 무료로 드립니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전 8시. 출근 시간 분답한 수유역 3번과 5번 출구에 청년 네 명이 <한겨레> <경향신문>을 나눠주고 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온 뒤라 사람들이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들에게 눈길을 미처 주지 못한다. 전단지를 뿌리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는 사람도 눈에 띈다. 어떤 이는 무심코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와 신문을 받아간다.

 

'진실을 알리는 시민' 네 명은 이렇게 한 시간 동안 신문 200부를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인터넷에서 만난 이들은 돈을 모아 <한겨레> <경향신문>을 사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우리나라 신문 시장의 75%나 차지하는데, 이들은 한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 견해를 전하려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터졌을 때, 국민정서와 다른 주장을 펼쳐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조중동과 달리 <한겨레> <경향신문>은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 진실에 목마른 시민들이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신문을 구독·배포하는 것이다. 인수동과 수유동 등 강북구에 사는 청년들도 지난 9월부터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200부를 무가지처럼 뿌린다면 10분이 채 안 돼 동이 날 것이다. 그런데 배포에 한 시간이나 걸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눠줄 때마다 "진실을 알리는 신문이다", "조중동이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을 곁들이다보면 시간이 제법 길어질 수밖에 없다. 간혹 논쟁을 걸어오는 시민이라도 만나는 날이면 시간과 인내를 각오해야 한다.

 

임안섭(인수동·직장인)씨는 "집에서 무슨 신문 보느냐고 물어본 뒤 조선일보가 왜곡 보도한 사례를 모은 전단지까지 나눠준다"고 활동을 소개한다. 김현기(인수동·직장인)씨는 "가끔 어르신들이 그런 것도 신문이냐고 화를 내시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우리 활동을 격려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번은 이들에게 지하철역에서 돈을 받고 신문을 파는 사람이 찾아온 적 있다. 긴장이 감도는 순간, 신문 판매상은 "같이 잘 해보자"고 웃었다고 한다. 자신도 참여하고 싶지만 아직은 생활에 여유가 없어서 돈을 받고 판매한다며, 나중에는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건넸다.

 

이들은 수유역에서만 신문을 배포하지 않고 각자가 사는 마을인 인수·수유·미아동에서도 나눠줄 예정이다. 이 마을에서는 곧 마을버스 정류장 등에서 출근하는 이들에게도 "진실을 알리는 신문 받아가세요"를 외치는 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명평화연대가 발행하는 인수동 마을신문 <아름다운마을>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진알시, #조중동, #한겨레,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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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에 살면서,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 영월한옥협동조합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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