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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 민간교류 프로그램, 피스앤 그린보트가 11월 2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한국측 300명, 일본측 300명이 함께 크루즈를 타고 아시아 주요 지역을 방문하는 피스앤 그린보트는 참가자들이 평화의 소중함을 재확인하고 환경친화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함께 '2008 피스&그린보트'를 테마로 다양한 기획보도를 연재한다. [편집자말]
환경 지킴이 '피스 세븐 특공대' 학생들
 환경 지킴이 '피스 세븐 특공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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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칭찬 받아 마땅한 '막강특공대'를 소개합니다. 죽어라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휴일 시간을 쪼개 환경 지킴이 활동을 펼친 청소년들입니다. 매년 환경부가 전국의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 보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선발하는 '생물자원 보전 청소년 리더'로 활동한 친구들인데요. 올해는 203명이 활동을 벌였다고 하는군요.

그중 눈에 띄는 친구들의 팀블로그가 있었습니다. 그 이름에서부터 십대 특유의 발랄함이 듬뿍 담겨 있었는데요. 허허, 이름하야 '피스 세븐 특공대'. "'세븐'은 우리 팀원의 숫자이며 '특공대'란 어떤 어려움과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나아간다는 우리의 각오와 다짐을 의미한다"고 소개하는 글에서는 자못 비장함마저 풍깁니다.

허나 그저 발랄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블로그 초기화면 구성부터 그저 철없는 '고딩'들의 장난 정도로 보이진 않습니다. 기후변화 문제와 환경 이슈 등 환경 콘텐츠는 물론 자신들이 두 달여 동안 펼친 홍보 활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소감 등이 화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서울숲을 공부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
 서울숲을 공부하기 위해 열린 '긴급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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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미드' 보는 맛에 푹 빠져있다는 그들이지만

그럼 "정열과 열정으로 뭉쳐 행동하는 환경 지킴이"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특공대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달1 박소정(팀장), 수달2 김용하, 수달3 박수련, 수달4 조동진, 수달5 박지영, 수달6 한승헌, 수달7 조우진. 모두 대원외고 1학년 학생들로, 올해 '생물자원 보전 청소년 리더'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고 하네요.

무슨 가공할 만한 훈련을 받은 특공대원은 아닌 듯합니다. "만화책 읽기를 좋아한다"거나 "닥치는 대로 농구한다"는 자기 소개가 옛날의 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님 몰래 '미드' 보는 맛에 완전 빠져있다"거나 "시험이 끝날 때마다 친구들과 꼭 한 번씩 노래방을 방문한다"는 글을 보면 그저 요즘 아이들입니다.

여기서 잠깐 특공대 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암호 하나를 풀어볼까요. '지표종', 무엇일까요? '특정 지역의 환경상태를 측정하는 척도로 이용되는 생물'을 뜻한다고 하네요. '이런 생물들의 존재 여부를 통해 그 지역의 환경 조건을 알 수 있으며, 이런 환경을 잘 나타내는 종을 지표종, 이 종이 속하는 생물이 지표생물'이란 설명입니다. 보너스 퀴즈 하나. 들깨는 지표종일까요, 아닐까요? 솔직히 저도 몰랐답니다.

그래서 저 같은 어른들을 위해 '생물자원 보전 청소년 리더'들이 지표종을 알려주고, 또 지표종들이 얼마나 많이 사라지고 있는지 환기시켜주고, 그래서 우리 모두 함께 대중교통 이용하기, 일회용품 사용 안하기, 플러그 뽑기 등 10가지 약속을 하자는 서명을 받는 것이 '피스 세븐 특공대'의 주요 임무랍니다.

지하철에서 시민들에게 '환경지키기 10가지 약속 실천운동 서명을 받고 있는 학생들
 지하철에서 시민들에게 '환경지키기 10가지 약속 실천운동 서명을 받고 있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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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집결! 아, 떨린다"

그래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특공대의 활약상을 훔쳐보면서 말이죠. 우리 특공대원들, 임무 수행을 위해 서울역·고속버스터미널·한강시민공원·예술의 전당 등 무려 24곳이나 돌아다녔더군요. 어른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면, 그 즉시 투입돼서 피켓도 들고 소리도 치고 악착 같이 서명을 받았더군요. 그것도 대부분 휴일을 이용해서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 그리고 그 서울의 중심, 서울역이라니…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서울역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우리의 홍보활동을 최대한 펼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아침 8시 서울역으로 집결! 아, 떨린다… "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우리 고딩들, 지하철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지하철)이 또 절묘한 홍보장소"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꼼짝 못하고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우리의 홍보활동을 그대로 들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참, 든든한 특공대 아니겠습니까.

압구정동 투입 소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또 다시 뭉쳐서 피켓 들고, 서명 용지 들고, 풍선 들고 나갔어요. 어디로? 압구정 로데오 거리로! 좀 잘 나가신다는 분들이 모인 곳이 바로 압구정 로데오 거리잖아요? 패션에 앞서가시는 분들은 환경에 관해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궁금했어요. 결론? 제 생각엔 너무 패셔너블하신 분들은 솔직히 환경에는 관심이 좀 없으신 듯했어요."

어느 피스세븐특공대원의 '내부고발'
 어느 피스세븐특공대원의 '내부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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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역시 '작전대상'... '내부고발'도 서슴지 않아

그렇다고 꼭 합체해서 움직였느냐. 각각의 독자적인 게릴라 활동도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 집만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면서 "쓰지 않는 전기 제품 코드를 잔뜩 꽂아 둔 채로 방치하는가 하면, 글쎄, 엄마는 화장실 수돗물을 그냥 틀어놓은 채로 전화 받고 계셨다"는 '내부고발'도 서슴지 않습니다.

"혼자 감히 홍보활동도 했답니다. 스스로 용기를 얻으려고 띠도 두르구요. 일요일 오후 3시반경 슬슬 걸어서 가족 공원으로 향했어요…(중략)… 오늘 공원에서는 몇몇 가족 분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들에게는 즉석에서 만든 지표종 수달 이야기도 들려주고 같이 공놀이도 했어요(수달1 작전보고)."

"아무래도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나간다는 것은 좀 불안 불안했어요. 따라서 각자 동네 홍보를 하기로 결론을 내렸지요. 열공하다가 잠시 휴식도 할 겸 동네 한 바퀴 휘- 오늘은 제가 졸업한 중학교에 가서 휴지를 줍기로 했어요(수달2 작전보고)."

동네 학원은 물론 이웃집도 '작전 대상'입니다. 초인종을 거침없이 눌러 "딩동 소리에 나타나신 아주머니에게 지표종을 설명하고, 오늘부터 일회용품 줄이도록 노력하겠다는 서명을 받았다"는 자랑이 그저 대견하게 보일 뿐입니다. 혼자서 홍보 활동을 하다보니 잘 생긴 남학생이 주변을 맴돌더라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강 시민공원에서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고 있는 피스세븐특공대
 한강 시민공원에서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고 있는 피스세븐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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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이 블로그에 격려글"

자, 이쯤 되니까, 특공대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더군요. 6일 특공대 대장님 전화 목소리, 아주 또렷또렷합니다. 박소정(17) 학생, 언제 보람을 많이 느꼈느냐는 질문에 "지표종에 대해 잘 모르던 시민들이 설명을 듣고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동참 의사를 밝혔을 때 참 뿌듯했다"고 하는군요.

한승헌(17) 학생 역시 "잘 모르던 환경문제를 공부하면서 배워나가고, 또 홍보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이 블로그에 방문해 고맙다는 말을 남겨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합니다. 두 친구 모두 '생물자원 보전 청소년 리더' 과정은 곧 끝나지만, "환경에 관심 있고 지키려는 뜻이 있는 친구들이 모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겠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야자' 때문에 그만 들어가야 한다네요. 특공대의 활약상을 더 보고 싶으시다면, 본부(blog.naver.com/dog968)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깜찍한 동영상도 볼 수 있답니다.

피스세븐특공대는 지난 9월 16일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홍보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개그맨 이영자씨에게 서명을 받는 '혁혁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피스세븐특공대는 지난 9월 16일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홍보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개그맨 이영자씨에게 서명을 받는 '혁혁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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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환경, #피스, #지표종, #보트,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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