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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밥을 짓고있다. 가정식이 따로 없다
 즉석에서 밥을 짓고있다. 가정식이 따로 없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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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기로 소문난 간장게장집에 갔는데 밥이 질거나 누런 밥이라면? 아무리 간장게장이 맛나다한들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다. 밥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그동안 우리는 이 기본을 망각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입맛 까다로운 손님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밥에 긴장하는 업소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요는 밥을 지배하지 못하면 맛집 타이틀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부천 상동에 있는 ‘골목집’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낮엔 청국장과 김치찌개가 주 메뉴이고, 저녁엔 고기에 소주 한잔 찾는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다. 청국장이나 고기는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메뉴이다. 그렇기에 웬만큼 유명세를 치르지 않고선 동네 외 지역사람에게까지 어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집은 나름 경쟁력을 갖췄다. 밥이 맛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청국장이나 김찌찌개 맛도 배가될 수 밖에 없다. 이 집의 밥이 맛있는 이유는 현장성 때문이다. 즉, 음식을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쌀을 솥에 앉혀, 손님이 보는 식탁에서 밥을 짓는다.

 갓 지은 밥과 떠먹는 구수한 청국장의 절묘한 조화

밥이 되어가는 과정은 식욕이 동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배고픈 자에겐 세상에서 가장 구수한 밥냄새까지 온전히 느끼고 나면 드디어 밥이 완성된다. 갓 지어진 밥이 손님 앞에 놓이는 데는 불과 수초에 불과한 시스템이다. 기름 자르르 흐르는 밥은 다른 반찬 없이 그저 밥만 먹어도 맛있다. 이게 정녕 식당 밥이란 말인가. 뜨신 밥과 구수한 청국장을 먹다보면 마치 식당음식이 아니라, 나만을 위해 차린 가정식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밥에 정신이 팔려 그만 사진은 깜빡했네요. ㅠ_ㅠ;;;)

강원도 정선산 콩을 띄워 만든 청국장, 구수하다
 강원도 정선산 콩을 띄워 만든 청국장,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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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만큼 청국장도 정성을 다해 끓인다. 청국장 가격이 5천원이라고 해서 수입콩으로 만든 청국장 아냐? 실눈을 뜨고 볼 수 있다. 물어본 바에 의하면 강원도 정선콩을 띄어 만든 청국장이라고 한다. 때문인지 구수함이 남다르다.

청국장 특유의 냄새 때문에 찾지 않는다면 걱정할 것 없다. 잘 띄우지 못해 잡균이 증가한 청국장이 냄새가 진동하지, 잘 띄운 청국장은 오히려 신선하기까지 하다. 된장찌개 정도의 구수한 냄새가 이 집 청국장의 특징이다. 그 정도도 견디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산 속으로 들어가시라.

청국장은 대개 밥에 비벼서먹는다. 하지만 이집은 떠먹는 청국장을 지향한다. 갓 지어 맛있는 밥이 청국장에 비벼지면 자칫 밥맛이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미는 좋다. 하지만 손님의 식성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비벼 먹는 사람은 비벼 먹는다는 얘기이다. 그런 점에서 청국장이 약간은 더 걸쭉했으면 한다. 청국장을 밥에 얹어도 국물이 바닥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말이다. 모로 들어간 두부를 약간 갈아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다.

청국장이 맛있는 계절이다
 청국장이 맛있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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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비벼먹기 좋은 걸쭉한 청국장과 누룽지 있었으면

굳이 또 하나 건의하자면 손님이 오면 누룽지부터 내주면 어떨까? 배고플 때 밥 냄새는 아주 고역이다. 비록 10여분 만에 밥이 지어진다 해도 그건 업주의 생각이지, 손님 입장에선 심리적으로 30분이라 느껴질 수 있다. 그럴 때 누룽지 부스러기라도 입에 대고 있다면 30분의 시간이 10분 5분으로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청국장을 찾는 이가 많은 만큼 식기 하나에도 세심함을 기울였다. 모든 식기는 사기그릇만 내놓는다. 좋은 현상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절로 뚝배기 음식이 생각난다. 구수한 청국장 한 그릇으로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으면 한다. 또 이즈음의 청국장은 최고 맛있는 제철이기도 하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3744718 에 있습니다.



태그:#청국장, #골목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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