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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도 않고, 덩치가 큰 것도 아니지만, 야생화의 매력은 작지만 속이 꽉차 옹골차다는 것이죠. 제가 야생화에 빠지게 된 것은 바로 그 소박함 때문이에요"

 

경남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토교마을에 사는 진순란(53)씨는 '야생화를 사랑하는 이장'으로 유명하다. 원동지역 유일한 여성 이장인 진씨의 집에 들어서면 마당 가득 야생화를 비롯한 다양한 화초가 내뿜는 향긋한 풀내음으로 눈과 코가 마냥 즐거워진다.

 

10년이 넘게 화초와 행복한 동행을 했다는 진씨는 현재 800종류가 넘는 화초를 집안에서 키우고 있다. 이 가운데 300종류가 야생화이며 20여종류의 난도 진 씨의 자랑거리다.

 

"이제는 진순란이라는 사람의 삶속에서 화초를 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어요. 화초가 가족처럼 느껴진다면 남들이 웃겠죠(웃음)"

 

진 씨에게 화초는 정다운 벗이요, 든든한 가족이며, 사랑스러운 자식과도 다름없다고 강조하며 남다른 야생화에 대한 애정을 강조한다. 그도 그럴것이 진 씨가 화초와 인연을 맺게 된 이유가 바로 마음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10년 전 몸도 마음도 너무 힘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 환경들이 저를 현실에서 도피했으면 하는 위험한 마음까지 들게 만들었죠. 그 때 만났던 것이 바로 화초예요. 하나, 둘 화초를 사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잎을 닦고, 떡잎을 키우고, 화분갈이를 하다보면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화초 생각만 하게 되는 거예요. '이게 찰떡궁합이라는 건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 지는데, 그 때부터 화초에 빠지게 됐죠"

 

이후 진 씨는 이름 없는 야생화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언제 어디를 가서든 그 곳에 있는 야생화를 가져다 직접 번식시키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만 해도 4천여종이나 된다고 하네요. 자연에서 자란 야성만 다음어지면 집에서 키우기가 다른 일반 화초보다도 쉬워요. 또 야생화 중에는 일년에 한 번만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일년내내 꽃이 피는 것들이 많아 두고두고 꽃을 즐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진 씨는 자신은 야생화나 화초의 전문가는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간혹 사람들이 '이 야생화의 이름은 무엇이냐', '어느 시기에 분갈이를 해야하나', '거름은 몇 개월에 한 번씩 줘야하나' 등의 질문을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런 교과서적인 잣대를 가지고 화초를 키우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10년을 함께 하다 보니 키우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거죠"

 

진 씨는 야생화의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그 꽃이 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겨울에 아름다운 꽃이 피는 야생화'라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그것만으로 사랑하기에 충분하다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양산, #명물,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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