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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건설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들.
 지난 12일 ○○건설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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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한 달 앞두고 121억 원을 더 내야 한다니...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를 한 달 앞두고 추가공사비 121억 원을 요구받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 냉천동 재개발 사업에서 일어난 일이다.

입주를 한 달 앞둔 지난 7월 ○○건설은 조합원들에게 추가공사비 121억 원을 요구했다. 시공사측은 암반공사와 특화조경비라고 설명했다. 조합원수가 350세대임을 감안하면 한 세대당 3500여만 원이나 올라간 금액이다. 조합원들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심하게 반발했다.

이후 조합원들은 121억 원이 나오게 된 배경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시공사인 ○○건설과 전 재개발조합(현재 전 조합장 한모씨는 불신임을 받고 새롭게 조합 구성)의 비리혐의가 불거졌다.

'경미한 설계변경'이 '121억 원 증액'으로 둔갑

처음에는 경미한 설계변경 사항으로 했다가 올해 6월 서대문구청에서 준공검사 불허를 통보하면서 문제가 되자 뒤늦게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설계변경 안건으로 동부건설에서는 121억원의 추가공사비 지급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경미한 설계변경 사항으로 했다가 올해 6월 서대문구청에서 준공검사 불허를 통보하면서 문제가 되자 뒤늦게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설계변경 안건으로 동부건설에서는 121억원의 추가공사비 지급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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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7월 25일 조합총회에서는 경미한 설계변경을 의결하고 자세한 내용은 조합 대의원회에 위임했다.

2008년 7월 총회 의사록에 의하면 "①분양아파트 지하주차장 면적 변경 ②분양아파트 복리시설 지상층 면적 변경 ③임대아파트 경비실 및 각종 복도 면적 변경 ④근린 생활 시설 변경" 등 네 가지 설계변경안을 ○○건설이 제안하고 의결했다. 자세한 공사금액 제시는 없었다.

전 재개발 조합(현재 전 조합장 한모씨는 불신임을 받고 새롭게 조합 구성)과 시공사인 ○○건설은 공사비 121억 원이나 증액된 설계변경안을 만들었다.

'경미한 설계변경'이 '121억 원 증액'으로 바뀐 사실을 아는 조합원은 거의 없었다. 지난 7월 시공사측이 121억 원을 요구할 때까지 거의 1년 동안 이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사업 문제가 처음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6월. 관할 지자체인 서대문구청이 ''2008년 7월 총회에서 결의된 설계변경이 주무부서에서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조합원들의 설계 변경 동의서를 제출받아 다시 총회 의결을 거쳐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준공검사를 내주겠다'고 통보해오면서부터다.

○○건설과 전 재개발조합은 일부 조합원들에게 설계변경 동의서를 받아 지난 8월 24일 임시총회를 소집했다. 설계변경안에 대한 가결처리를 위해서다. 그러나 압도적인 반대로 설계변경안은 부결되었다.

○○건설과 전 재개발조합은 총회 가결을 위해 공을 들였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조합원들의 설계변경 동의서를 받기 위해 전 조합측은 용역직원 30명을 한 달간 1억6500만 원에 고용하였고, 올해 8월 24일 총회 당일에도 용역직원 70명과 1500만 원에 계약하여 고용하였다.

사망한 조합원의 동의서까지도 나타났다. 제출된 동의서를 전 조합측과 새롭게 선출된 조합측에서 서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90세 이모 조합원의 동의서가 발견된 것이다.

계약서 조항이 일부 달라진 사실도 확인됐다.

기성율이란
기성율은 공사계약금액 대비 기성(공사진척도)을 받은 금액의 백분율이다.

기성율에 따라 지급하면 조합원 부담금, 일반분양 수입금, 부대 복리시설 수익금이 수입으로 들어올 때, 공사진척율에 따라 공사비를 내고 나머지 잔여금으로 각종 연체이자, 공사비 대여이자, 대여원금을 내면 된다.

이와 달리 '전체공사금액에 달할 때까지'는 수입으로 들어오는 수익금 모두 시공사측에 지급한다. 재개발 조합의 경우 은행에서 대여한 원금이나 이자 지급이 밀리고 이자부담은 그만큼 는다. 공사 진척이나 사업지연에 관계없이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이나 일반분양자의 중도금 납부는 이뤄진다.

이곳 냉천동 충정로 조합의 경우 대여이자 부담이 당초 18억 원에서 58억 원으로 40억 원이나  늘었다.
계약서를 보면 2005년 조합이 설립되고 개최된 11월 12일 관리처분계획 총회 때 ○○건설과 전 재개발 조합은 총회 1호 안건에서(총회 자료집 40쪽) 참석한 조합원에게 "전체 공사금액에 달할 때까지 '기성율(공사 진척도에 따른 공사비 지급 방식)'에 따라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안건으로 의안 가결을 받았고 이 내용으로 아파트 건설 계약을 하였다.

하지만 2009년 8월 준공을 앞둔 시점에서 '기성율'이란 문구는 삭제되고 '전체공사금액에 달할 때까지'란 조항만 남은 공사도급계약서가 주무관청인 서대문구청에 제출됐다. 이 내용은 조합원 총회에서 동의도 받지 않은 것으로 계약서 위변조에 해당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서대문구청이 준공검사 불가를 통보하고, 설계변경안 가결이 총회에서 부결됐는데도 불구하고 121억 원은 이미 시공사측 통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공사완료 시점인 8월말보다 훨씬 빠른 지난 4월이었다.

조합 설립과 함께 시공사인 ○○건설과 충정로 냉천동 재개발 조합이 2005년 11월 12일 관리처분 계획 총회 자료집에 1호 안건으로 제출되어 조합원에 의해 원안대로 가결된 공사도급계약서로 제 6장 제 40조 ⑤항에 기성율에 따른 공사비 지급을 담고 있다.
 조합 설립과 함께 시공사인 ○○건설과 충정로 냉천동 재개발 조합이 2005년 11월 12일 관리처분 계획 총회 자료집에 1호 안건으로 제출되어 조합원에 의해 원안대로 가결된 공사도급계약서로 제 6장 제 40조 ⑤항에 기성율에 따른 공사비 지급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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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총회시 공사도급 계약서와는 다르게 기성율이란 문구가 빠진채 바꿔치기 된 계약서로 2005년 12월 26일 중앙합동 법률사무소에서 공증을 받고 위변조된 채 서대문구청에 제출된 계약서 사본이다.
 2005년 총회시 공사도급 계약서와는 다르게 기성율이란 문구가 빠진채 바꿔치기 된 계약서로 2005년 12월 26일 중앙합동 법률사무소에서 공증을 받고 위변조된 채 서대문구청에 제출된 계약서 사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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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억 원, 공사 완료 전인 지난 4월 입금 완료

청구내역을 보면 ○○건설은 1209억 원을 청구했고, 전 조합은 1208억 원을 지급했다. 2008년까지 조합은 1082억 원을 지급했고, 지난 4월까지 추가로 126억 원을 지급했다.

121억원은 조합원들이 매달 납입해온 중도금(추가부담금) 성격으로 아파트 건설의 총 공사비 일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새롭게 구성된 재개발 조합측에서 보관하고 있는 조합 자금수지 자료를 보면 ○○건설에서는 이미 올해 4월까지 공사대금 전부를 지급 받은 걸로 나타나 있다.
 현재 새롭게 구성된 재개발 조합측에서 보관하고 있는 조합 자금수지 자료를 보면 ○○건설에서는 이미 올해 4월까지 공사대금 전부를 지급 받은 걸로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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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관련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약칭 도정법)> 제24조 총회개최 및 의결사항에 따르면 ▲정비사업비의 사용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 부담이 될 계약 ▲정비사업비의 조합원별 분담내역 ▲사업시행계획서의 수립 및 변경 ▲그 밖에 조합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항 등은 모두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해야 되는 사안들이다.

또한 "각 호의 사항 중 이 법 또는 정관의 규정에 의하여 조합원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은 총회에 상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121억 원은 아파트 품질 향상에 쓰이거나 입주가 끝나고도 남게 되면 재개발조합 해산시 청산 절차를 거쳐 총회에서만 사용처가 결정될 수 있다.

121억 원 추가부담은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는 원인이 됐다는 게 현 조합측 생각이다. 입주자들은 "이렇게 사업이 추진되면서 3년 전에 준공된 바로 옆 ○○ 1차 아파트와 4천만 원 이상 높은 매매가 차이(25평형 기준)가 발생하는데 이는 결국 주변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계약서를 위변조하고 공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대금을 모두 집행해준 한모 조합장에 대해 조합원들은 위법과 비리 사실을 몰랐던 상황에서 그동안의 노고라며 41평형(분양가 6억 원 이상)의 보류 지분을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조합장이 한모씨가 보류지분을 인센티브로 받은 41평형 계약서
 조합장이 한모씨가 보류지분을 인센티브로 받은 41평형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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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조합장인 한모씨와 ○○건설 대표이사 등 시공사 관계자와 전 조합 이사들은 현 조합과 조합원에 의해 서울서부지방검찰정에 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고소를 당해 현재 기소되어 조사를 받고 있으며 재판계류중에 있다.

현재 조합원들은 새조합을 만든 뒤 서대문구청에 가승인 요청을 해서 입주를 한 상태다. 이는 아직 등기가 되지 않아 재산상 행사를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조합원들은 ▲조합원들의 동의가 없는 도급계약서 위변조에 따른 대여이자 손해액 40억원 ▲설계변경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나 공사금액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해놓고 조합원 동의도 없이 모두 지급받아간 121억 원에 대해 OO건설이 책임지고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 요구에 대해 OO건설측은 "공사도급계약서에서 기성율을 뺀 것은 관리처분 총회가 있었던 2005년 11월 재개발조합(한모 조합장측) 이사회에 정식으로 요청하여 문구를 삭제했기에 문제 없다" "(돈은) 한모 전 조합장이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하고 지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사도급계약서 수정은 조합원 총회에서만 가능한 일인데도, OO건설측은 돌려줄 의사가 전혀 없다는 태도다.

재개발 사업이 결정되면 애초부터 높은 금액으로 공사비를 정해놓고도 조합설립 이후 공사를 진행하면서 암반공사나 품질향상, 특화조경이라고 하면서 엄청나게 금액을 높이고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은 재산상 손해를 입지만 동시에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게 된다. 이와 같은 일이 과연 이 곳에서만 벌어지고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하여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동부건설, #서대문구청, #생활정치연구소, #재개발, #설계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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