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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먹이는 이야기입니다. 먹이는 이야기라하면 지난해 김상곤 교육감이 불을 지핀 무상급식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만 그 이야기는 아닙니다.

97년 IMF외환위기가 왔을 때,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가정이 파탄나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이 가장 시급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급식을 제공하는 학생수를 늘이고 노숙자와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시작했던 정책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급식을 지원받는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외환위기는 이미 넘어섰고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747이 공약으로 나오기까지 했는데 급식지원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왜 그럴까요?

부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 것인지, 아니면 한 번 시작된 정책을 되돌리기가 어려워서 지속하는지 궁금합니다. 어쨌거나 오늘 이야기는 이런 급식정책에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말하고자 합니다.

어르신들의 휴일급식과 아이들의 아침급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르신들의 휴일급식과 아이들의 아침급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생활정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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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급식은 어르신들 이야기입니다. 97년부터 확대한 어르신 무료급식은 수급자 중에서 스스로 밥을 해 드시기 어려운 분들에게 제공합니다. 복지관이나 종교시설 등을 집단급식소로 지정하여 식사를 제공하거나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휴일에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료급식소인 복지관과 종교시설이 휴일에는 쉬거나 다른 일로 바쁘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스로 밥을 해 드시기 어려운 분들이라면서 휴일이라고 밥을 안주면 어떻게 하라는 것입니까? 휴일에는 아예 굶거나 없는 기력을 짜내서 밥을 해 드시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철저하게 시혜자 편의주의적 사고입니다. 인력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드는데, 급식소 인력을 충원해서 교대로 근무시키면 새 일자리도 생기고 휴일에 밥 굶는 어르신도 없앨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정해진 틀에서 한 발도 안 벗어납니다. 오히려 지역의 봉사단체가 아침급식을 하고 있고 그런 곳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만 무허가 건물에 집단급식소 신고도 안 되는 곳입니다.

18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지내

아침급식은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부천시의 업무보고를 들으면 소위 '결식아동'에게 아침·저녁 급식을 한다고 하며, 예산서에도 그렇게 표시되어 있습니다(점심은 학교에서 제공합니다). 그런데 직접 확인을 해보니 아침급식은 거의 시행을 않고 있습니다.

희망자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이것 참 곤란합니다. 아침을 거르면 아이들 영양균형과 두뇌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준다지 않습니까? 보통 6시쯤 저녁을 먹는다치고 아침을 거르면 다음날 12시까지 18시간을 아무것도 안 먹는 셈입니다.

희망자가 없다지만 제공할 의지도 없습니다. 따뜻한 국과 밥을 배달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며, 간단하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과 우유를 배달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몇몇의 아이를 묶어 이웃집에 맡기면 이것 역시 훌륭한 부업 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의지입니다. 그저 관행처럼 진행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공급자 편의 위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당신들은 시혜를 받는 사람들이니 주는대로만 받으라는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시민들이 이런 창의를 발휘하게 기회를 마련해주고 행정공무원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그런 행정이 되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윤병국 기자는 경기도 부천시의회 의원입니다.



태그:#부천시의회, #윤병국, #급식소, #아침급식, #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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