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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우리의 목조건축, 어떻게 변해왔나>(역사의 길 ~6.27)
 국립중앙박물관-<우리의 목조건축, 어떻게 변해왔나>(역사의 길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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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의 목조건축 어떻게 변해 왔나>(~6.27일까지)는 우리의 목조건축 역사와 변화과정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전시회이다.

우리의 목조건축은 언제부터? 흔히 목조건축이라고 하면 궁궐이나 사찰의 전각이나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을 먼저 떠올리기 쉬우나, 우리의 목조건축 그 시작은 신석기시대이다. 동굴이나 바위 그늘에 깃들어 살던 구석기인들이 좀 더 넓은 곳으로 나와 땅을 파고 나무 몇 개를 세운 후 풀을 엮어 지붕을 만든 움집이 우리의 목초건축 그 시작인 것이다.

신석기시대 움집(왼쪽)과 청동기시대 움집(오른쪽)
 신석기시대 움집(왼쪽)과 청동기시대 움집(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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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의 이 움집 모형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 1호주거지에서 발굴된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다. 청동기시대에 움집은 좀 더 다양하게 발전한다. 파주 교하리 1호 주거지 발굴 성과를 자료로 복원한 움집에선 초가집이 연상된다. 외에도 진주 대평리, 대전 상서동 등지에서 청동기시대의 움집터가 발견됐다.

삼국지 <위서-동이전>에 "고구려에는 집집마다 작은 곡물창고가 있는데 이를 부경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다. 부경은 고구려 무덤 벽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나무로 만든 다락집으로 추정된다. 나무기둥을 세워 지면에서 상당히 높은 곳에 나무로 된 바닥과 벽체를 만들고 사다리를 통해 출입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의 집은 요즈음 중국 동북지역 민가에서 곡물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경남 창원 다호리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집모양토기가 출토되었으며, 신라와 가야의 집모양토기 중에도 다락집 구조가 보인다. 고구려 뿐만 아니라 신라와 가야에서도 곡식의 저장을 위해 다락집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 전시설명 중에서

집모양토기(경남 창원 다호리 고분 출토.삼국시대 5~6세기)
 집모양토기(경남 창원 다호리 고분 출토.삼국시대 5~6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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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유물이다. 일종의 곡물창고인 다락방을 표현한 이 집모양토기는 경남 창원 다호리 고분에서 출토된 것이다. 곡물을 저장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 정도라면 이미 주거를 위한 건축은 상당하게 안정되고 발전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기와집과 같은 건물이 나타나는 것은 이와 같은 집모양토기가 많이 발굴되는 삼국시대부터. 성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본격적으로 발전을 하는 이때 왕권이 강화되면서 궁궐도 건축되고, 불교전래로 대규모 사찰들이 창건되면서 우리의 목조건축은 더욱 발달하게 된다.

고려시대, 더욱 다양하고 더 많은 목조건축들이 만들어진다. 수덕사 대웅전, 봉정사 극락전, 강릉객사문 등은 현존하는 고려시대 건물로 우리 건축사에 중요한 유물들이다. 심원사 보광전과 성불사 응진전은 북한 소재 대표적인 고려시대 목조 건축물이다. 현존하는 목조건축 대부분은 조선시대의 것, 고려시대 목조건축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수덕사 대웅전 모형
 수덕사 대웅전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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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대웅전(국보 제49호)은 건립연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오래된 목조 건축물 중 하나로 전각의 전체적인 건축미가 뛰어나 우리 목조 건축사에 매우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고려 충렬왕 34(1308)년에 지어진 전각인데, 화려한 조각장식과 곡선으로 처리된 부재 등은 백제의 목조건축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심포계 맞배지붕이다.

국보 제51호로 지정된 강릉객사문 모형(아래)이다. 중심 건물인 강릉객사는 남아있지 않고 그 출입문인 이 객사문만 남았다고 한다. 여러 관아건물 중 객사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각 고을에 지었던 것으로 사신이나 중앙의 관리들이 공무수행이나 여행 시 묵었던 곳이다.

이 객사문은 고려시대 후기에 지어진 것이란다. 사당이나 관아건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맞배지붕에 기둥 위에만 공포 장식한 주심포계 형식이다. 가운데가 은근하게 볼록한 배흘림기둥도 멋있다. 강릉객사문의 간결하고 소박하나 세련된 조각 솜씨는 고려시대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목조건축물로 손꼽힌다.

강릉객사문(국보 제51호) 모형 옆. 가운데 기둥부에 문이 달렸다. 옆의 공포장식과 배흘림 기둥이 간결하고 멋있다.
 강릉객사문(국보 제51호) 모형 옆. 가운데 기둥부에 문이 달렸다. 옆의 공포장식과 배흘림 기둥이 간결하고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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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객사(보물 제583호)
 전주 객사(보물 제5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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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객사는 알고 보면 참 재미있는 건축물이다. 모든 객사들이 한결같이 정랑과 익랑으로 구성되는데, 정랑을 가운데로 양쪽에 동·서 익랑이 좌우 날개처럼 지어진다. 정랑에는 임금을 대신하는 전패(궐패)를 모셔두고 임금인양 일정한 예를 갖췄는데, 이처럼 전패가 모셔진 정랑은 익랑보다 격을 한 단계 높여 짓는다. 양쪽 익랑보다 높고 장식도 훨씬 멋스럽다.

현재 남아있는 객사로는 전주객사(보물 제583호), 회인인산객사(충북 시도유형문화재 제116호), 순창객사(전북 시도유형문화재 제48호), 선성현객사(안동시 시도유형문화재 제29호) 등이 있다.

무위사 극락전 주심포계 공포 장식(왼쪽)과 경복궁 근정전의 다포계 공포 장식(오른쪽)
 무위사 극락전 주심포계 공포 장식(왼쪽)과 경복궁 근정전의 다포계 공포 장식(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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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 극락전(국보 제13호)과 경복궁 근정전(국보 제223호)의 공포 장식 모형이다. 오래전부터 사찰에 그렇게 자주 오갔으면서도 최근 3, 4년 전까지 '주심포계'와 '다포계',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이란 설명을 만나면 갑자기 머리가 복잡하게 헝클어지곤 했다. 확실하게 알려고 하지 않고 대충 이해하고 넘어갔기에 정작 그 확실한 차이를 몰랐기 때문이다.

무위사 극락전과 강릉객사문처럼 기둥 위에만 장식을 한 것은 주심포계, 근정전처럼 기둥 위는 물론 그 옆에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장식을 넣은 것은 다포계 형식이다. 고려시대 대부분 건축물들은 주심포계이다. 고려후기에 다포계 형식이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이 둘이 조화를 이루며 목조건축이 발달, 둘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현존하는 고려시대 건축물 중 수덕사 대웅전, 봉정사 극락전, 강릉객사문은 대표적인 주심포계 형식의 건축물이다. 북한에 소재한 성불사 응진전과 심원사 보광전은 현존하는 고려시대 다포계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현재 복원 중인 광화문과 숭례문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다포계 형식으로 빼곡한 공포 장식이 웅장함과 화려함을 더한다.

조선시대에는 궁궐이나 관아, 사찰, 서원 등을 비롯하여 일반주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많은 건축물들이 지어진다. 다포계와 주심포계가 골고루 보이는데 유심히 살펴보면 나름 재미있는 공식들이 보인다.

오늘날 남아있는 대부분의 목조건축들은 조선시대의 것들이다. 조선시대에는 유학을 우선, 불교를 배척했던지라 서원건물이 많이 지어지고 사찰 전각은 주로 중수된다. 대웅전처럼 그 사찰을 대표하는 전각이나 궁궐 건축에서는 팔작지붕에 다포계가 많고 사찰의 명부전이나 서원의 사당에선 공포 장식이 비교적 간결한 주심포계 맞배지붕이 주로 보인다.

왜 그럴까? 같은 시대에 지어졌는데도 왜 그 형식을 달리 했던 걸까? 우리의 목조건축 어떻게 만나야 할까? 눈으로만 보지 말고 이처럼 정리해가며 만나면 훨씬 많은 것들이 보인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물들도 관심을 갖고 물어본 만큼 답해준다. 그와 함께 그냥 바라볼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내비치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에서 본 전시 일부 모습으로 복원 중인 광화문과 숭례문(기와)의 지붕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에서 본 전시 일부 모습으로 복원 중인 광화문과 숭례문(기와)의 지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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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목조건축 어떻게 변해왔나>는 이처럼 우리의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시작하기에 좋은 전시회다. 궁궐이나 사찰에서 설명에 따라 높이 올려다보며 가늠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과 달리 모형을 통해 눈앞에서 쉽게 확인,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목조건축 그 변화와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복원중인 광화문과 숭례문 모형 앞에는 사람들이 비교적 오래 서 있었다. 몇 차례 돌며 한참동안 봤다. 자주 봤지만 너무나 웅장하여 속속들이 보지 못했던 공포장식이며 처마, 지붕과 용마루 등, 부분 부분들을 모형으로나마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무위사 극락전(국보 제13호)과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 공포 장식은 간결한 맛이 멋인 것 같다.

복원중인 숭례문 모형. 우진각지붕에 다포계 공포 장식이다.
 복원중인 숭례문 모형. 우진각지붕에 다포계 공포 장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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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인정전의 옛사진
 창덕궁 인정전의 옛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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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고려와 조선시대 목조건축 모형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신응수 대목장이 제작했다. 공포나 처마, 지붕 등은 물론 암키와며 숫키와, 어처구니, 초석 등 정교하게 제작된 모형들을 보면서 "실제로 보는 것보다 모형으로 보면 못 보던 것까지 모두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역시나 그러네"라며 모형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도 있었다.

관람의 이해를 돕고자 모형으로 제작된 건축물의 사진들을 함께 전시한다. 또한 금산사 미륵전, 화엄사 각황전, 법주사 팔상전, 덕수궁 중화전과 경복궁 강녕전, 창덕궁 인정전, 심원사 보광전, 성불사 응진전 등처럼 우리 목조 건축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유물들의 오래된 사진까지 함께 전시하고 있는데 이 사진들을 보는 덤도 좋았다.

우리의 목조건축을 세세하게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규모가 작다. 하지만 우리 목조건축의 역사와 전체적인 흐름 및 중요한 특징을 쉽게 정리해 볼 수 있고 대표적인 목조건축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알찬 전시회 같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역사의 길에서 오는 6월 27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태그:#목조건축, #국립중앙박물관, #주심포계와 다포계, #숭례문,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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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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