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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서 '개혁 공천'을 주도하겠다던 한나라당의 포부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입으로는 개혁 공천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돈과 관권 선거, 현직 단체장 비리와 관련된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개혁 공천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현직 단체장의 비리가 드러나면 해당 자치단체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4월 23일, 정병국 사무총장)던 결연한 의지는 온데간데없어졌다.

 

6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수십억 원의 비자금 조성과 '위조여권' 해외 도피 시도, 경찰과 시속 200km 추격전을 벌이다 체포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구속된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 자리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김형렬 대구 수성구청장 후임 공천자도 임명하기로 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민 군수의 비리가 감사원 감사로 적발되자 "군수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당진군민에 대한 예의"라며 사과한 바 있다. 대구 수성구는 중앙당 공심위가 '무공천' 결정을 내렸지만 최고위원회에서 뒤집혔다. 한나라당이 스스로 천명한 '무공천 원칙'을 보름도 채 안 돼 바꿔버린 셈이다.

 

한나라당은 "해당 지역의 요청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고 있다. 조해진 대변인은 "충남 지역에서는 당진을 빼고 선거에 전력을 다하기 힘들다며 후보를 공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대구 수성의 경우 지역에서 의견은 엇갈렸지만, 공천을 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모여 의결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 현직 시장, '관권선거-성희롱 추문'에도 공천장 받아 

 

무공천 원칙을 뒤집은 것 뿐만 아니다. 6일 민주당은 한나라당 소속 성무용 천안시장이 노골적인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고 폭로하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성 시장은 지난 4월 7일과 23일 저녁 천안시청 소속 공무원들의 친목모임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공무원들도 "성무용 시장님 당선을 위하여" 등 구호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고 한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회식비를 낸 사람도 불분명하다, 이는 명백한 관권선거이자 선거법 위반행위"라며 선관위와 수사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최근엔 '성희롱' 추문으로 지역 정가에 이름이 오르내린 현직 시장마저 버젓이 공천했다. 한나라당 소속 송명호 평택시장은 지난 2005년 10월 일본 아오모리시 방문 때 여성들 앞에서 마이크로 성기 흉내를 내며 욕설을 하는 등 성희롱 행위를 했다는 점이 법원으로부터 인정됐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심위는 송 시장을 지방선거 후보자로 다시 공천했다. 이러한 사실이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보도돼 문제가 되자 한나라당은 4월 29일 "곧 진상을 파악하겠다"(심재철 클린공천감시단장)고 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 3월 민주당이 성희롱 전력이 있는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를 영입했을 당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공격한 적이 있다. "파렴치 정당", "성추행당"이라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 눈속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끊임없는 '돈 선거' 추문도... 제 눈의 '들보' 못 보는 여당 

 

한나라당 내부에선 '돈 공천' 추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경남 거제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윤영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아직 확인된 사실은 없다"면서도 "사실 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혀 벌써 내사에 착수했음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에게 2억 원을 건네려다 경찰에 붙잡힌 현직 여주군수 이기수씨도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태그:#지방선거, #한나라당, #당진군수,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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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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