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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에틸납은 이미 30여 년 전 사용을 금지했지만 도쿄대학의 '요시나가 준' 박사는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아이들의 유치에서 유연 가솔린에 들어 있는 납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사용하지 않은 오래된 물질이 지금도 발견된다는 사실로 미루어 임산부의 몸에 축적된 납이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전해졌거나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엄마의 독성> 중에서
 
엄마의 몸속에 쌓이는 독성이 내아이를 병들게 한다

 

테트라에틸납은 가솔린 기관에서 발생하는 노킹현상을 방지하고자 가솔린에 첨가하던 약제다. 이 물질이 몸속에 침투하면 주로 간에서 트리에날팁으로 변환하여 강한 독성을 나타낸다. 1~5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두통, 불면, 환각, 망상 등 주로  중추 신경 이상 증상이 일어난다. 때문에 환경오염물질로 규제됐고, 1980년대에는 일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규제를 한 지 한참이나 지난 시기에 이 물질과 전혀 접촉하지 않은 아이들의 유치에서 검출된 것이다. 이처럼 엄마의 몸을 통해 그 물질과 전혀 접촉한 사실이 없는 아이에게 그 독성이 전달되는 것을 '세대 전달 독성(세대를 잇는 독성)'이라고 한다.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엄마의 독성>(이나즈 노리히사 지음, 윤혜림 옮김, 전나무숲 펴냄)은 세대 전달 독성의 위험을 파헤친 보고서다.

 

비스페놀 A는 폴리카보네이트 수지, 에폭시수지의 원료가 되는 화학물질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식기나 젖병, CD, 전자 기기 등에 사용되고, 에폭시수지는 통조림 용기 내부의 코팅제, 도료, 접착제 등에 사용된다. 비스페놀 A는 고온에서 녹아 나오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식기나 젖병, 통조림, 캔 음료 등을 통해 몸속으로 흡수될 위험이 있다.(중략) …비스페놀 A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자궁체암의 암세포를 증식시키거나 자궁근종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책속에서

 

오늘날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비스페놀 A(비피에이, BPA)는 동물실험 결과 고용량에서는 발육 억제를, 저용량에서는 발육 촉진을 나타냈다. 독성이 나타나지 않을 듯한 아주 적은 양으로도 발육촉진을 하는 것은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철제캔 식음료의 92%에서 비스페놀 A가 검출됐다고 NBC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는 뉴스를 접했다(5월 23일자 한겨레). 일반인들은 물론 임산부들은 특히 캔에 든 식음료를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미국 국립 독성물질 관리프로그램(NTP)과 환경 단체들은 '태아 및 영유아들의 뇌기능과 생식기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식음료 회사들은 '예전부터 수십 년 동안 사용되어 왔으며 그 함량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었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의 용량이나 농도가 증가할수록 독성효과가 강해지고 그것이 일정용량이나 농도를 넘어서면 급격히 강력한 유해성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중략)…그러나 환경호르몬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용량보다 훨씬 적은 양만으로도 독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공해병에 관련된 화학물질은 ppm단위(100만부의 1g) 단위의 양으로도 신체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은 심지어 ppb(10억분의 1g).ppt(1조분의 1g) 단위의 양으로도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 책 속에서

 

10억분의 1g의 적은 양도 독성을 나타낸다?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이 지적될 때마다 관련 회사들은 이제까지 써왔으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히 적은 양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변명한다. 이에 이처럼 10억분의 1g이란 적은 양도 독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소비자들은 안심을 하거나 유해성에 무관심해지기 일쑤이지 않은가! 섬뜩해진다.

 

또한 최근 몇 년 전 비스페놀 A의 위험천만한 독성이 알려지면서 규제하는 나라가 늘고 있지만 그 위험을 전혀 모른 채 사용하는 제2, 제3의 비스페놀 A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하간 이 책의 내용들은 유해성이 보도될 때만 관심을 두었다가 금방 잊고 마는 우리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많다.

 

신생아의 제대혈, 287종의 발암·독성물질 검출

 

아스파탐은 아스파라긴산과 페닐알라닌이라는 두 종류의 아미노산이 결합한 화학물질이다. 설탕보다 약 180배나 강한 단맛을 낸다고 한다. 몸속으로 흡수되면 아스파라긴산, 페닐알라닌, 메탄올로 분해되어 나중에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페닐케톤뇨증이 있는 사람은 페닐알라닌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스파탐을 섭취하면 안 된다. 또한 임신 중에 아스파탐을 다량으로 섭취하면 태어나는 아기에게 페닐케톤뇨증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 책속에서

 

아스파탐 역시 낯익은 물질이다. 극히 미세한 양으로도 설탕보다 훨씬 강한 단맛을 낼 수 있기에 오늘날 수많은 가공식품에 쓰이고 있다. 특히 다이어트 콜라와 같은 저가당 식품에 많이 쓰이는데 설탕의 유해성이 강조될수록 대체물질인 아스파탐이 건강 물질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처럼 임산부가 섭취하면 세대 전달 독성물질이 된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과 제2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의 치명적 독성'과 '엄마의 몸에서 태아의 몸으로 전달되는 독성'이 주제, 이제까지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화학물질들의 독성이 침투한 대상자에 축적되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태반이나 모유 등을 통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우선적으로 다룬다.

 

제3장에서는 아스파탐처럼 '발육장애를 일으키는 식품 속 화학물질'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최근 중국 음식점 증후군 등 그 위험성이 알려진 화학조미료, 가공 식품에 넣는 색소를 비롯한 각종 식품첨가물, 발색제와 표백제, 수십 년 동안 써오다가 최근에야 유해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트랜스지방 등 굳이 섭취할 필요가 없음에도 섭취하고 있는 화학물질들의 실체와 그 위험성을 주로 다룬다.

 

또한, 최근까지 별다른 의심 없이 먹어왔던 고추냉이나 겨자 등의 천연재료들과 제빵개량제(이스트)와 두부응고제(간수)처럼 예전부터 써오고 있는 식품첨가물의 독성도 다룬다. 고추냉이나 후추 등은 적당한 자극으로 음식의 맛을 돋우는가 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한 양을 제대로 섭취할 때이다.

 

▲ 직물의 뻣뻣함을 줄이고 부피감을 살리기 위해 의류 표면에 코팅을 하는 섬유유연제에는 독성이 더욱 강한 합성계면활성제를 사용한다? ▲ 화학물질과민증이 있는 사람은 합성세제로 세탁한 의복을 입은 사람 옆에만 있어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 아기가 변을 본 뒤에 닦아주는 물티슈에도 많은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저자 '이나즈 노리히사'는

도쿄약과대학 약학부 약학과를 졸업, 동 대학 대학원에서 약리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약학 박사이자 약제사이다. 현재 데쿄헤세 간호 단기대학 교수(영양학)이며, 미국 생식생리학회 평의원, 일본약리학회 평의원, 일본약학회 회원이다. 연령의 증가에 따른 독성 및 카르보닐 환원효소를 지표(활성, 함량, 유전자)로 하는 세대 전달 독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엄마의 독성>은 이제껏 그가 연구한 결과물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임산부의 인체에 있는 독성이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충격적인 진실은 많은 예비 부모들에게 건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독성학 용어집><의약품 독성학><임상 약물치료학><경피독이 알레르기의 원인이었다><약의 안전한 복용법> 등을 썼다. 공저 <그림으로 풀이한 경피독 제독요법><경피독의 실체>등이 있다.

제4장, '복합오염을 일으키는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들'의 내용 일부이다. 화학물질은 음식의 섭취만이 아니라 피부로도 침투한다. 이를 '경피독'이라 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음식물보다 훨씬 위험하다. 오늘날 거의 모든 생활용품들은 석유로 만든다. 때문에 유해함에도 절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제5장과 6장에서는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의약품 속 화학물질'과 '희귀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자연 속 화학물질'을 다룬다. 쇼크, 경련 유아동연사의 원인이 되는 소아용 약제들의 부작용, 태반까지 통과하는 화학물질들, 가정용 살충제들의 정체 등을 다룬다. 건강을 위해 먹는 각종 영양소와 비타민제 등도 결국은 화학물질이라는 사실도 유념하자.

 

책은 이처럼 우리생활 구석구석에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어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들의 독성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독성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비애에 아득해지곤 했다. 또한 나도 모르게 내 몸에 쌓인 독성들이 내 아이들에게 이미 전달되어 잠복 중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도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세대 전달 독성은 '유전'이 아니라 '전달'되는 것"이라고.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독성의 섭취와 전달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독성들이지만 관심과 노력만으로도 피하고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무엇을 피하고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지침서가 되리라. 이 책을 특히 나와 같은 엄마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엄마의 독성|이나즈 노리히사 지음 |윤혜림 옮김| 전나무숲2010.05.17 펴냄|13000원


내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엄마의 독성 - 엄마가 무심코 먹고 쓰는 가공식품, 약, 화장품에 중독되는 태아들

이나즈 노리히사 지음, 윤혜림 옮김, 전나무숲(2010)


태그:#환경호르몬, #세대 전달 독성, #화학물질, #식품첨가물, #비스페놀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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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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