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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아이와 할아버지의 타자연습 경기 방학을 맞이하여 손자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특강을 받는 손자 아이가 한창 자판 연습에 재미를 붙여 할아버지와 "타자연습 경기"를 벌이는 과정을 촬영 하였음.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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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년생인 손자 아이 도영이가 방학을 해도 여기저기 학원 공부에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손자 얼굴 보기가 쉽지 않네요. 오늘은 손자 아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웬일인지 오전 10시 제가 운영하는 사무실을 찿아왔어요. 아마 집에 있는 컴퓨터로 손자 아이가 기회만 있으면 수시로 오락을 하는 바람에 도영이 아비가 방학 동안 매주 수요일만 오락을 1시간씩 할 수 있도록 컴퓨터에 비밀번호 로그인 설정을 해 놓은 모양입니다.

 

손자 아이의 속셈으로 할아버지 사무실에 가면 혹시 오락을 시켜주실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온듯한 눈치네요. 손자 아이를 3살부터 10살 되도록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키우다 보니 이젠 척하면 아이의 눈치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사실은 손자 아이 속셈을 뻔히 알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딴청을 피웠습니다. 손자 아이도 이런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차마 오락시켜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더군요.

 

머뭇하던 손자, 학교 컴퓨터 숙제라며 '자판연습'을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좋아 그럼 우리 오늘 '타자연습' 경기를 하자"고 제안 하니 손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동의합니다.

 

그렇게해서 드디어 6학년 7반 (67세) 할아버지와 10살 손자 아이와의 '타자연습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경기 방법은 '한컴 타자연습' 길고 짧은 글 중 선택하여 누가 빠르게 오타 없이 타자를 잘 칠 수 있는가를 가름하기로 했습니다.

 

손자 아이 도영이가 사실은 컴퓨터를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순발력이 있어서인지 자판 두드리는 속도가 마치 말 달리듯 경쾌하고 빠르게 진행됩니다. 단순 속도가 어떤 때는 300타를 넘나들 정도인데 안타까운 것은 손자 아이가 지나친 자신감으로 방심하고 오타를 치는 바람에 틀린 오타 수정하느라 앞서 얻은 점수를 많이 손해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록 순발력은 느려도 오랜 경험으로 오타 실수를 별로 하지 않으니 경기는 마치 '느림보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같았습니다. 이날 할아버지와 손자 아이의 '타자연습 경기'는 3전 2승 1패로 승리로 제가 이겼습니다.

 

'할아버지 정도야' 하고 만만하게 이길 것으로 얕보았던 손자아이는 패배를 시인하며 저에게 내일 다시 "타자연습 경기"를 하자고 도전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어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공부방을 향하며 "내일은 꼭 할아버지를 이기리라고" 다짐하며 달려갔습니다. 

 

이런 손자 아이 뒷모습을 바라보며 웬만하면 눈 딱 감고 오락 한번 시켜줄 걸. 어른답지 않게 '타자연습 경기'하자고 유도해 이겨먹은 것 같아 얼마나 미안한 마음이 들고 후회가 되던지…. 

 

이날 손자 아이의 타자 속도는 180~200타 전후이고 저의 실력은 230~250타 전후입니다. 그런데 사실 200타와 250타의 차이는 간발의 차이니 아마 며칠 연습하면 순발력 좋은 손자아이에게 타자실력을 따자잡힐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그렇지만 손자 아이와의 '타자연습 경기'도 어디까지 경기인 만큼 그냥 허무하게 져 줄수는 없습니다. 내일의 경기에서도 온 힘을 기울여 실력 발휘 다 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이날 손자 아이의 '타자연습 경기' 실황 사진을 디카에 담아 10년 간 손자 아이 키우며 쓴 '할아버지가 쓴 육아일기방'에 올려놓을 생각입니다. 훗날 손자가 '할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기릴 수 있도록 게재하려 합니다.

 

사랑하는 손자 도영아! 내일 경기에서는 아무쪼록 더 열심히 실력 발휘하여 꼭 할아버지를 이길수 있기를 바란다. 도영아 사랑한다. 잘해보자!! - 할아버지가 -


태그:#할아버지, #손자 아이, #윤도영, #청파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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