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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여러분은 뭘 하시나요?

최고 인기 오락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를 시청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K-리그와 유럽축구의 매력에 푹 빠진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달인 김병만씨 등이 나오는 <개그콘서트>를 보거나, 선호하는 축구팀의 경기가 있으면 축구 중계를 찾아봅니다. 가끔은 직접 경기장을 방문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의 8월 마지막 일요일은 조금 달랐습니다.

홍대에서 게릴라콘서트를 하는 넥스트
 홍대에서 게릴라콘서트를 하는 넥스트
ⓒ 이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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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홍대에서 2시간 뒤 공연시작... 올사람은 빨리 오세요"

8월 29일 일요일은 K-리그 포항-울산전을 시작으로 이청용 선수의 볼튼 경기, 리버풀-알비온, 선더랜드-맨시티 등의 EPL 경기부터 프리메라리가 개막으로 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의 경기까지 있었습니다. 때는 8월 29일 일요일 오후 8시쯤, 저는 포항과 울산의 팽팽한 맞대결을 보고 있었습니다. TV중계가 없어서 어렵사리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기는 했지만, 경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게릴라콘서트를 알리는 신해철의 트위터 단문
 게릴라콘서트를 알리는 신해철의 트위터 단문
ⓒ twitter.com/cro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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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홍대 모클럽에서 2시간 뒤 게릴라콘서트 시작. 올사람은 빨리 오세요"
(내용이 다소 다릅니다. 아무튼 이러한 내용이었습니다.)

머리가 띵~ 했습니다. '어? 이거 무조건 가야 되는데... 홍대면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당장 이청용 선수의 선발 소식이 알려진 볼튼 경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 공연 왠지 놓쳐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지금 축구가 중요하냐!! 일단 나가고 보자!!'하는 생각까지… 그래서 저는 느닷없이 일요일 밤중에 짐을 부랴부랴 쌌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공연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열창하는 넥스트 보컬 신해철
 열창하는 넥스트 보컬 신해철
ⓒ 이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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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클럽에서 만나는 넥스트, 뭔가 다른 느낌?

부리나케 홍대를 찾았습니다. 길치인 저였지만, 그날은 정말 기적적(?)으로 길을 빨리 찾았습니다. 티켓을 구입해야 하나 해서 안내소를 힐끔 쳐다봤는데, 특별히 티켓 구입을 하지 않아도 입장 가능했습니다. 즉, 공연은 무료였습니다.

그리하여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매우 작은 클럽 공연장이었습니다. 넥스트의 공연은 항상 대형 공연장에서만 본 것 같은데, 이러한 공연장에서 넥스트를 보는 것이 굉장히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클럽이다 보니 어떤 관객들은 담배를 태우며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도 못하고, 비염까지 달고 있는 터라 담배 냄새를 질색하는 사람입니다(그냥 '기분상 싫다'는 수준이 아니라 담배 냄새를 맡으면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공연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꾹 참았습니다. 뭐 공연이 간절히 보고 싶으면 그리 싫어하는 담배 냄새도 참을 수 있게 되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하나 둘 넥스트 멤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기타 No.1 김세황이 내 앞을 지나칩니다. 내 눈앞에 서서 뭐라뭐라 말을 주고받고 있는데, 참 신기한 기분입니다. 지현우의 형으로 알려진 키보디스트 지현수씨가 느닷없이 제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그땐 괜히 먼산만 바라봤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사인이라도 하나 받을 걸 후회가 됩니다. 지현수씨는 이번 추석에 SBS 추석특집극 <당신의 천국>에도 출연한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강렬한 넥스트 멤버들의 연주와 함께, 뒤에서 보컬 신해철이 걸어나왔습니다. 바로 제 뒤에 서있다가 걸어나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비좁은 클럽에서 보는 느낌! 굉장히 색다른 기분입니다(클럽이 굉장히 좁았거든요).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 키보디스트 지현수
 열정적으로 연주를 하고 있는 키보디스트 지현수
ⓒ 이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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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꿈: 넥스트와 함께한 한 8월 마지막 일요일

신해철씨는 원래 정규공연에서도 그리 부수적인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날은 더더욱 특별한 말 없이 노래만을 들려주었습니다. 지난 2008년 말 발매되었던 넥스트의 6집앨범 수록곡 <Eternal Winter Suite>의 웅장한 사운드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 공연에 대해 뭐라뭐라 구체적인 설명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부가적인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게릴라 콘서트'였던 거죠.

바로 <Immigrant song>, <Hell's bells>, <Neon knights>가 이어졌습니다. 넥스트만의 파워풀한 분위기와 무대 매너가 돋보였습니다. 클럽 공연은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큰 무대도 아니었고, 화려한 조명도 아니었지만 음악이 모든 것을 커버해 주었습니다. 아니, 이날 상황에선 오히려 작은 무대와 작은 공연장, 편안한 복장의 넥스트와 관객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노래하는 신해철
 노래하는 신해철
ⓒ 이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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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들이 끝난 후, 보컬 신해철이 드디어 말문을 열었습니다. 데뷔 20년차 신해철은 "공연 끝났는데요~? 끝난 거임!"이라는 의외의 말을 쏟아냈습니다. 넥스트가 결성한 지 얼마 안 된 무명 밴드여서 연습한 곡이 이것밖에 없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 신해철은 "넥스트가 아직 신인 밴드(?)여서 자작곡을 연주하기 부끄럽다"는 말로 다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넥스트가 자작곡 빼면 뭐가 남을까요.

아무튼 넥스트는 2집의 <이중 인격자>, 4집의 <The Power>를 부르는 것으로 공연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중 인격자>와 <The Power>를 함께 부르는 것은 원래 넥스트 공연의 주요 레파토리입니다. 발표 년도가 차이가 나는 두 곡이 꽤 잘 어울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이제는 두 곡이 떨어져 있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니까요. 다음 곡은 넥스트 3집 수록곡 <The age of no god>이었습니다.

드디어 넥스트 게릴라 콘서트의 마지막 곡, 제목은 아직 잘모르겠습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신곡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 곡, 굉장히 몽환적입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곡이 바로 이곡이었습니다. 드럼 비트 위에 얹어진 독특한 기타 멜로디가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이 곡에서 기타리스트 김세황의 기타 주법은 다소 특이했습니다(알고보니 베이스를 연주하듯 기타를 연주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듣고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멋진 신곡을 미리 들어보는 기쁨을 맛보는 것을 끝으로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하루 빨리 넥스트의 신보를 들었으면 합니다. 특히 어제 들었던 그 마지막 곡, 꼭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습니다.

8월의 마지막 일요일 날, 유난히 밝았던 달
 8월의 마지막 일요일 날, 유난히 밝았던 달
ⓒ 이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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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마지막 일요일, 예상치 못한 멋진 공연과의 만남.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보았던 밝은 달까지. 행복했던 8월의 마지막 주말이었습니다. '한 여름밤의 꿈'이란 게 바로 이런 건가!'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멋진 게릴라 콘서트로 8월 마지막 주말에 예상치못한 행복을 선사해주신 넥스트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덧붙이는 글 | http://sejin90.tistory.com/543 개인 블로그에 남긴 글을 기사화하였습니다.



태그:#신해철, #넥스트, #마왕, #게릴라콘서트,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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