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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은 조중동 방송의 광고 약탈을 막을 미디어렙법 입법을 요구하며 2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언론노조 총파업을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조중동 신문의 약탈적 광고 영업 행위를 그대로 답습할 조중동 방송을 반드시 미디어렙에 위탁시켜야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구하기 위해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종편이 사는 길: 다른 매체의 광고수입 잠식

 

종편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은 1사당 법정자본금이 3000억~4000억 원 규모에, 이미 여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매경이 주도하고 있는 거대 종편PP들이다. 이들이 지상파의 간판 연예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PD를 거액 스카웃하는 데서 보듯, 이들의 경쟁자는 지상파 3사다. 이들은 시청점유율 1% 조기 안착, 장기적으로는 4~5% 혹은 그 이상의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청점유율 4~5%란 이들 종편PP들이 현재 8% 수준인 지상파 3사의 시청점유율을 잠식해 시청시장과 광고시장 양면에서 그들과 대등하거나 능가하는 패권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이들이 1% 안착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매년 1000억~2000억 원의 누적 적자로 모체인 신문마저 파산할 위험에 처하게 되어, 기능축소와 구조조정 및 인수와 합병이 불가피해진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010년 12월 4개 종편을 허가하면서 방송광고 규제완화와 광고판매시장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우리나라 광고시장 규모를 2011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0.74%에서 2015년 GDP 대비 1% 수준으로 급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거대 종편 4개를 위해선 매년 1사당 4000억~5000억, 도합 1조 6000억 원에서 2조 원 규모의 재원을 추가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2010년 우리나라 방송광고 시장의 전체규모는 3조 2150억 원이다. 우리나라 방송광고 시장이 2010년보다 150~160% 규모로 커지고, 증가된 금액이 모두 신규종편으로 유입되는 일이 가능할까?

 

광고시장 규모는 GDP와 비탄력적인 비례관계에 있음은 학계와 광고계의 상식이다. 또, 우리나라 방송 광고시장은 2000년대 초반 정점을 지나 오히려 축소 단계로 진입했다. 최 위원장의 공약은 어불성설이자 무책임한 정치수사다. 실제로 예상되는 일은 광고시장의 확대가 아니라 다른 매체에 대한 약탈이다.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새로 영업을 시작하는 종편이 살아남는 방법은 다른 매체로 흘러들던 광고수입이 방향을 바꿔 자신에게 들어오도록 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종편의 직접영업 허용의 종착점: 파탄과 비극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종편PP의 안착을 위해 최대한 지원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현재와 같이 지상파 방송만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독점체제에 묶어두는 방식은 가장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 지상파방송에게는 미디어렙이 광고를 팔도록 하고 종편PP에게는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면, 종편PP는 동일한 시청률을 광고주에게 팔더라도 지상파 3사보다 30~50% 더 많은 광고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지상파방송에겐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을 연동시킬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반면, 이는 종편PP들에게 자신의 영향력뿐 아니라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모체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업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정책대로라면, 광고와 기사를 맞바꾸는 행위, 강압적 광고판매 행위, 광고를 대가로 기업에게 불리한 기사를 삭제·축소하거나, 기업에 유리한 기사를 넣거나 그런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는 일이 모든 방송사들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확산됨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파탄과 비극이다.

 

파탄이란 제한된 광고시장에 과도하게 먹성 좋은 약탈자 여럿이 진입해 모든 매체사들의 경쟁력이 함께 급락하고, 방송산업 전체가 황폐해지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을 뜻한다. 비극이란 방송사들이 단지 살아남기 위해 저비용-고시청률의 선정주의와 상업주의에 올인하고, 민주적 여론형성과 관련된 고비용-저시청률 분야를 외면하며, 정권과 대자본에 대한 눈치보기와 유착이 고착되는 등 민주주의의 인프라로서의 방송이 불구화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뜻한다.

 

정부여당의 정책: 종편을 방송의 패권자로 만들자

 

 

한나라당이 발의한 미디어렙 법안 3개는 모두 종편과 보도PP의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배제했다. 정부 역시 종편PP에 대해서는 직접영업 허용 등 아무런 규제를 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011년 6월 최시중 위원장은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종편PP의 직접 광고영업 허용 의지를 재차 확인하면서, "종편의 안착을 위해…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종편PP에게 '황금채널'(지상파에 인접한 앞 번호)을 배정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지상파방송에 대해선 "제약을 차차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종편PP에 직접 광고영업를 허용하고 각종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제한된 광고재원을 종편PP에 인위적으로 몰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른 방송사, 특히 현 정권하의 공영 미디어렙이 판매대행하는 KBS와 MBC에게 치명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대로라면, KBS는 광고 축소를 대신할 수신료 인상의 덫에 걸려 정권 홍보기관의 오명을 더 깊이 쓰게 될 수도 있다. MBC 역시 광고수입의 급격한 축소로 경영이 부실해지면서 구조조정과 민영화의 파고에 휩쓸리게 될 수도 있다.

 

지역·종교 방송사들에게 이는 더 치명적이다. 당장은 매체다양성 유지를 위한 일부 정책들이 시행되겠지만, 시장효율을 입에 달고 사는 정부·여당의 식견에서 이는 당장의 어려움을 면하기 위한 교활한 전술이자, 비효율을 초래하는 정부실패의 한 원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SBS가 미디어렙 자회사로 이를 돌파할 경우, 이는 오히려 SBS가 패권자로 등극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래봐야 호랑이가 거세되고 정치적으로 산업적으로 피폐해진 골짜기에서 왕 노릇하는 쪼그라든 여우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와 방송산업을 위한 시급한 과제: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위탁 입법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은 제작·편성과 광고영업 분리의 실효성과 약탈적 판매경쟁의 제어를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①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의 제도적 분리를 위해 지상파방송뿐 아니라 종편·보도PP도 의무위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 ②미디어렙에 대한 신문사·통신사·대기업·외국자본의 출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점, ③방송광고 판매의 주체로서 미디어렙 역시 정부와 자본 및 판매대행하는 매체사로부터 독립적이야 한다는 점, ④광고비와 요금에 대해 협의․조정하고 경쟁과 거래의 불공정성을 감시하고 심의하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 ⑤매체다양성 유지를 위한 지역·종교 방송 지원제도를 강구해야 한다는 점, ⑥미디어렙이 부담하는 공적 책무가 공민영 미디어렙들에게 각각 균등하게 나뉘어져야 한다는 점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반면, MBC의 광고판매대행을 어떤 방식으로 규정할지, 방송사 출자 허용 여부와 방식, 미디어렙 역무의 확장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조중동매 종편의 시장잠식과 공영방송 재원의 위기를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경우, 경쟁력 보존을 위해 SBS와 동등한 경쟁조건 하에 있을 수 있도록 MBC에게 미디어렙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달리, MBC의 SBS와의 동등 경쟁조건 요구를 '혼란한 틈을 타 한탕하려는 자사이기주의의 발동'으로 보는 경우, MBC와 KBS를 하나의 공영 미디어렙에 의무위탁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 이견들을 토론하고 합의하는 일은 총선정책 준비와 함께 해도 늦지 않다. 당장 중요한 일은 예고된 파탄과 비극을 막기 위해 현재 공감대가 형성된 것들을 늦지 않게 입법하는 것이다. 종편 영업은 9월이면 본격화된다. 종편의 직접영업을 빌미로 한 SBS의 미디어렙 자회사 설립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종편에 대한 미디어렙 의무위탁 즉시 입법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방송산업의 공멸을 넘어서기 위한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다.


태그:#조중동방송, #종편, #신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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