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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이 함백산 정상을 향하여 눈길을 헤체고 오르고 있다.
 일행들이 함백산 정상을 향하여 눈길을 헤체고 오르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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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의 기생 월매의 딸 춘향이와 이도령이 백년가약을 맺고 그 후 이도령은 부친을 따라 한양으로 올라간다. 그 뒤 새로 남원 고을에 부임한 변학도는 절세의 미녀 춘향을 탐한다. 그러나 춘향은 끝내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하며 수절하다 옥고를 치르게 된다. 한편, 과거에 급제한 이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으로 어사 출두(御使出頭)하여, 변학도를 처단하고 춘향을 구한다.

내가 함백산에 다녀온 산행기를 쓰며 한국의 대표적인 고대 소설(古代小說)의 주인공인 춘향이 이야기를 들먹이는 이유는 변태라 할 정도로 섹스를 즐기는 변사또의 줄기찬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백년가약'을 맺은 이도령을 기다리며 '일편단심'했던 춘향의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2012 임진년 새해 들어 마음속으로 애타게 겨울 '눈꽃 산행'을 고대하며 2번이나 산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제대로 된 눈 산행에 실패했다. 아무래도 올겨울 눈 산행은 포기할까 생각하다, 미워도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 생각을 하고 늘 함께 산행을 하는 '우리산내음 카페' 회원님들과 18일 함백산에 오르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날 이 장날'이라더니 산행 떠나기 하루 전날 기상철 예보를 보니, 강원지방에 눈이 아닌 비가 온다는 것 아닌가. 그 소식을 접하고 김빠진 맥주처럼 입맛이 씁쓸했다. 그렇다고 이미 일행들과 약속한 산행을 불참하기도 뭣하고 '에라 모르겠다, 내 팔자에 눈(雪) 볼 팔자가 못되는가보다 생각했다.

일행들이 제2쉼터 방향을 향하여 눈길을 헤치고 오르고 있다.
 일행들이 제2쉼터 방향을 향하여 눈길을 헤치고 오르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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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함백 지점 고지에 오르니 코발트색 하늘에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중함백 지점 고지에 오르니 코발트색 하늘에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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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편으로 꿩 대신 닭 삼아, 산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한 산행을 하는 것에 만족하고자 했다. 새벽 4시부터 서둘러 산행 준비를 했다. 걸망을 챙겨 메고 인천지하철 첫차를 타고 중간 전세버스를 타고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집결장소인 사당역 10번 출구에 도착해 일행들을 기다린다.

약속 시간 7시 30분이 되니 이날 산행에 참가키로 한 24명의 회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단 말인가? 나와 1944년생 동갑이며 올해 6학년 9반인 갑장 친구 4명이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나왔다. 이들과 산행을 하게됐으니, 이보다 더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 또 어디 있을까?

매번 산행 때마다 나이 든 사람은 나 홀로 아니면 한 사람 더 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은 4명이나 왔다. 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듯한 뿌듯한 마음으로 강원도 함백산으로 달려갔다. 이날 운전기사님께서 새로 산 28인승 리무진 차량으로 우리 일행을 싣고 달려가주었다. 같은 비용 드리고 이렇게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니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산행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온종일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비몽사몽 3시간 정도 달려 함백산 가까이 왔는데도 역시 우리가 기대하는 눈(雪)은 아무리 눈을 비비고 봐도 보이지 않고 황량하기 이를 때 없는 풍경만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다 보니 나는 마음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내 팔자에 무슨 눈(雪)을 보겠다고 기대를 해…. 눈(雪)을 아무나 보는가? 팔자에 있는 사람이 보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雪”꿈은 이루어진다 “함백산” 우리 산내음 회원님들이 함백산 산행길에 만난 설경을 동영상에 담아 소개를 한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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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방송국 통신 시설이 마치 웅장한 군함 모습처럼 보인다. 바로 우축으로 함백산 정상이다.
 멀리 방송국 통신 시설이 마치 웅장한 군함 모습처럼 보인다. 바로 우축으로 함백산 정상이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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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디쯤 달렸을까? 앞 좌석에 앉았던 '산초 스님과 회나무 대장'이 "청파님 저 밖에 좀 보세요"하며 차창 밖을 가르치는데 차창밖으로 스쳐 지나는 산에 눈이 부시도록 하얀 상고 대 눈꽃이 장관이다. 그러다 보니 일행들 너도나도 차창 밖을 내다보느라 술렁였다. 우리 일행을 싣은 전세 버스는 11시 정각 이날 산행 들머리인 적조암 입구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곳은 어제 내린다고 예보했던 비가 눈으로 변해 아이젠과 스패치 착용을 하였는데도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눈이 쌓였다. 그런가 하면 외딴 독립가옥 지붕엔 오래 전 내린 눈과 어제 내린 눈이 20cm도 넘게 쌓여 있어 마치 동양화를 연상케 했다. 그 모습 보면서 일행들은 너도나도 뜻하지 않게 눈 산행 횡재를 하게 됐다며 싱글벙글이다.

거기다 날씨도 우리 산행에 일조하고 싶었나보다. 함백산 태백산 등 강원도 지역은 겨울철 바람과 강추위로 소문난 곳인데도 뜻밖에 날씨가 포근해 점퍼를 벗고 가벼운 복장에 장갑을 안 끼어도 손이 시렵지 않았다. 평일이라 아무도 오르지 않은 흰 눈 쌓인 길에 우리 일행들이 첫 발자국 흔적을 남기며 올랐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보니, 우리나라 고전 소설 춘향전이 생각났다. 일편단심 오직 한마음 변치 않고 수절하며 변사또의 끈질긴 탐욕을 물리친 절개로 훗날 꿈에 그리던 이도령의 "암행어사 출두" 영광을 본 춘향이. 이날 산행에서 눈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실망하지 않고 끈질기게 산행을 지속해온 덕이라 생각하며 감사했다.

함백산 고산지대 악조건 기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살아천년, 죽어천년, 썩어천년"을 산다는 주목 나무 설경아래 "강바람님과 들풀사랑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함백산 고산지대 악조건 기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살아천년, 죽어천년, 썩어천년"을 산다는 주목 나무 설경아래 "강바람님과 들풀사랑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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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세월을 살다간 주목나무의 '"죽어 천년을 사는 모습"이다.
 억겁의 세월을 살다간 주목나무의 '"죽어 천년을 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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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내음 사람들과 산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디카 맨'이 많다. 너도나도 하나같이 그 아름다운 설경 사진을 찍느라 산행길이 다소 늦어졌다. 그러나 이곳 함백산 산행은 대게 4 ~ 5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기에 이날의 산행 대장이신 회나무 님도 평소 때와 달리 일행들에게 재촉하지 않았다. 산행길 내내 설(雪)경에 반해 여기저기서 감탄사 소리와 하하 호호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제2 쉼터에 도착하니 일행 중 몇몇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상고대를 못 본 터라,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오르면 눈꽃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선두로 나갔다. 그랬더니 점심 먹고 가자던 일행들이 더 이상 언급을 회피하고 묵묵히 뒤를 따른다.

그리고 '중함 백 1505m (함백산 정상 3.2km, 두문동재 4.5km)' 오르막을 치고 올라 중턱쯤 도달하니 아니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코발트색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간 나뭇가지에 하얀 상고대 눈꽃이 만발해 나를 반긴다. 나는 서둘러 셔터를 눌러대며 일행들에게 상고 대 꽃이 장관이니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그렇게 눈 쌓인 함백산 가는 길 곳곳에는 '억겁의 세월을 함백산 모진 비, 바람과 함께' 살아온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썩어 천 년" 3천 년을 산다는 주목 고사목 지대를 만났다. 그곳을 지나며 함백산 역사의 증인격인 주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그 풍경이 아주 아름다워 내 짧은 배움 실력으론 어떻게 그 표현을 다 할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할 정도였다.

▲ 아! 함백산 그 아름다운 설경 속으로 우리 산내음 카페 일행들과 (2012.1.18) 함백산 산행길중에 만난 아름다운 설경을 동영상에 담아 소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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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정상에서 이날 산행에 참가한 "우리산내음 카페" 회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함백산 정상에서 이날 산행에 참가한 "우리산내음 카페" 회원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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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안부도 지났고, 난이도 높은 구간을 지나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함백산 풍경이 장관이다. 그런데 나보다 몇 십 보 앞서가던 일행들이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함백산도 식후경'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한적한 장소에 점심을 펼치고 먹기 시작했다. 그러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일행들과 함께 아내가 싸준 따끈따끈한 도시락을 먹었다. 그러면서 정상주 대신 함백산 눈꽃 축하주도 한잔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함백산 정상 오름길은 주목 군락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목이 우거지지도 않은 평범한 밋밋한 코스였다. 하지만 함백산 정상에서 분 바람을 타고 날아온 눈이 쌓여 깊은 곳은 허리까지 빠졌다. 이 설원에서 잠시 나이도 잃어버리고 마치 '에베르스트 등정대원'들이 설원에서 눈과 싸우는 모습처럼 일부러 그 깊은 눈길을 헤치며 올랐다.

그러다 보니 선두 일행은 벌써 함백산 정상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다고 빨리 오라고 무전으로 재촉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난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또 이렇게 복 받은 눈 산행을 할 날 있으랴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최고의 눈 산행을 즐겼다. 이후 함백산 정상에 올라 이날 산행에 참가한 24명의 대원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조망을 하는데 (태백산, 일월산, 백운산, 가리왕산 등)이 '일망무제(一望無際)'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산길은 내내 내리막길이었다. 장난기 어린 일부 회원님들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눈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하산길 도로 (함백산 1.2km, 태백선수촌 1.1km)에서 우리는 다시 만항재까지 임도를 따라갔다. 하산하면서도 이상하고 신기한 일은 엄동설한 강원도 맹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둑이 쌓인 눈 위를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거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겨울 눈위에 사는 거미를 발견 하였다. 과연 이 곤충이 거미일까요? 아니면 각다귀 종류일까요? 아무리 검색을 하여도 학명을 알지 못하였어요 아시는분들 계시면 답글좀 달아 주세요
 겨울 눈위에 사는 거미를 발견 하였다. 과연 이 곤충이 거미일까요? 아니면 각다귀 종류일까요? 아무리 검색을 하여도 학명을 알지 못하였어요 아시는분들 계시면 답글좀 달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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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위에 사는 거미를 발견하다 엄동설한 강원도 함백산 추위에 눈위에 살고 있는 거미를 산행길에 만났다. 과연 이 놈이 거미일까요? 아니면 각다귀류 곤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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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능경봉 고루포기산' 산행 때도 눈 위에 사는 거미를 보았는데 그땐 사진과 동영상을 찍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엔 맘먹고 눈 위에 퍼질러 앉아 이놈의 실체를 동영상과 접사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이놈이 정말 '거미인지 아니면 각다귀류'인지다.

이 실체를 모르는 신비의 곤충은 이 추운 겨울에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의 모습으로 어떻게 이 추운 겨울을 버티고 살 수 있는 걸까? 멀쩡하게 산행 잘하다 그 아이 때문에 엄하게 시간을 지체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오후 3시30분 만항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이날 함백산 산행을 모두 마치고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식당에서 일행들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귀경길 올랐다.

백산  1,573m 강원 정선군 고한읍, 태백시


정암사로 더 잘 알려진 함백산은 강원 동부의 최고봉으로 정상에서 태백산, 백운산 등 지역 전체와 동해일출 전망이 가능하며 전국 최고 최대의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삼척탄좌등이 소재하고 있어 석탄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엔 방송국 중계소가 있고 도로가 그곳까지 나있어 등산에는 적절하지 못한 산으로 고산다움으로 인한 무게감과 태백산을 연계한 코스로 드라이브나 도보 여행으로 권할 만하다.

산 입구에는 보물 제410호 정암사 수마노탑과 천연기념물 제73호 열목어 서식지가 있으며, 함백산 정상에서는 태백산, 일월산, 백운산, 가리왕산을 조망할 수 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주목과 고사목 군락이 있고, 시호등 약초가 많으나, 등산로가 없는 상태임으로 우거진 숲을 헤쳐 나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한국의 산하 발췌>

◉ 산  행 지 : 함백산 1,537m 강원도 태백시,정선군
◉ 산행일시 : 2012년 0월 18일 수일요일
◉ 산행코스 : 적조암 입구 = 제2쉼터 = 중함백(1,505m) = 안부 = 함백산 (1,5037m) 정상 = 도로 = 만항재
                 (1,330m)   
◉ 산행인원 : 우리산내음 카페회원 24명
◉ 산행시간 : 4시간 반 (널널산행)


함백산 정상 바로 아래 눈 덮힌 설경 모습이다.
 함백산 정상 바로 아래 눈 덮힌 설경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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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함백산 , #상고대 , #태백산, #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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